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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로봇시대] ⑤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세계 최초 실내·외 배달로봇 상용화 도전"


광교서 테스트 중인 '딜리Z' 내년 상용화 계획…"비대면 시대, 새로운 경험 선사"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실외에서부터 실내까지 아울러 배달을 하는 로봇은 아직 없습니다. 고객 입장에서 완결된 서비스를 하는 배달로봇을 전 세계 처음으로 저희가 선보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난 18일 '아이뉴스24'와 만난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로봇사업실장은 이 같은 자신감을 나타냈다. 올해를 기점으로 실내·외를 통틀어 배달하는 배달로봇에 대한 테스트를 마친 후, 내년 본격적으로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로봇사업실장 [사진=우아한형제들]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로봇사업실장 [사진=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8월부터 경기 수원 광교에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인 '광교 앨리웨이'에서 실내·외 겸용 배달로봇인 '딜리Z'를 테스트하고 있다. 과학기술정통부의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 승인을 받아 광교 앨리웨이와 인근 보도, 횡단보도, 광교 호수공원 등에서 딜리Z를 운행한다.

딜리Z가 주문을 받은 인근 가게에서 음식을 싣고 아파트 단지를 지나 공용 현관에 다다르면, 주문자가 로봇에서 음식물을 꺼내는 식이다. 현재 1년째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테스트를 통해 쌓인 각종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향후 상용화를 위한 지속적인 피드백에 나설 계획이다.

◆폭염·폭우 등 넘치는 변수 대비…배달로봇 상용화 위한 막판 담금질

광교 앨리웨이에서의 테스트는 앞으로 이뤄질 배달로봇 상용화를 위한 숙제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미 음식점 등에 어느 정도 보급된 서빙로봇과 달리 배달로봇은 실외에서의 갖가지 변수에 대비해야 하고, 실내에서도 엘리베이터·출입통제시스템(스피드게이트) 등을 통과해야 하기에 상용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훨씬 많다.

테스트 기간 동안 날씨로 인한 변수가 컸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여름 비가 매우 많이 내렸고, 올해 여름에는 찌는 듯한 더위가 강타했다. 이에 지난해 로봇의 방수처리를 강화하는 데 집중했는데, 그러다 보니 반대로 열 배출이 쉽지 않게 됐다. 과열로 인한 기기 고장을 막기 위해 올 여름에는 통풍이 잘 되도록 지속적으로 개량을 진행했다. 지난 겨울에는 폭설로 인해 하루 동안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폭설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김 실장은 "사계절을 다 겪어 보는 것은 1년 이상 계속 테스트를 해야 가능한 것"이라며 "다양한 변수에 대비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각종 폐기물들로 인해 로봇이 주행하는 보도의 경로가 막혔거나, 로봇에 흥미를 느낀 어린이들이 갑자기 로봇 쪽으로 달려든다거나 하는 등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했다. 실내로 진입해도 돌발상황은 끊이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를 부르기 위해서는 로봇이 엘리베이터에 네트워크를 통해 신호를 보내야 하는데, 아파트 복도의 네트워크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신호 전달이 원활하지 않아 엘리베이터를 부르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김 실장은 "확실히 실내 배송로봇보다는 배달로봇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실감했다"면서도 "테스트를 통해 하나둘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부터 광교 앨리웨이에서 주행 중인 '딜리Z'의 모습. 규제샌드박스로 선정돼 일부 지역을 주행할 수 있게 됐다. [사진=우아한형제들]
지난해 8월부터 광교 앨리웨이에서 주행 중인 '딜리Z'의 모습. 규제샌드박스로 선정돼 일부 지역을 주행할 수 있게 됐다. [사진=우아한형제들]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고 그 결과 1년여 동안 로봇으로 인한 별다른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김 실장의 설명이다. 돌발상황이 생길 시 보통은 로봇이 알아서 속도를 줄이거나 다른 길을 찾는 등 대비를 하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딜리Z 옆에 현장 요원 한 명을 배치했다. 이와 함께 로봇 관제센터를 차려 로봇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하도록 했다.

현재 딜리Z의 주행은 광교 앨리웨이와 인근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하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로봇이 실외로 나오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에 규제 샌드박스가 적용된 지역에 한해서만 주행할 수 있다. 로봇이 마음대로 공공 보도를 누비거나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서는 관련 규제가 풀려야 하는 것이다. 또 현재 생활물류법상으로 물건 배송은 오토바이와 자동차로만 가능하고, 운송은 사람만이 할 수 있어 로봇을 통한 배달 역시 규제 대상이다.

김 실장은 "한국에서 배달로봇을 차로 볼 것이냐, 보행자로 볼 것이냐에 대한 논쟁이 있는데 미국과 일본은 배달로봇을 '퍼스널 딜리버리 디바이스(PDD)'로 별도로 묶어 이에 맞는 규제를 수립했다"며 "자율주행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데, 각 나라들이 배달로봇을 가장 먼저 상용화할 수 있는 자율주행 수단으로 보고 배달로봇 관련 규제를 풀어주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업계서 우려…지금은 너도나도 "협력해요"

우아한형제들이 로봇 사업에 착수한 것은 지난 2017년이었다. 당시 배달앱을 통한 주문 건수가 빠르게 늘던 시기였는데, 앞으로 주문량이 더욱 늘어날 경우 라이더만으로는 모든 주문을 처리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배달로봇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일단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처음에는 힘겨웠다. 당시만 해도 물류창고 등에서 쓰이는 물류로봇, 공장 라인에서 활용되는 산업용 로봇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고 배달·서빙로봇 등 서비스 로봇에 대한 시장은 없다시피했기 때문이다. 협력할 수 있는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오죽하면 다른 로봇 제조사들이 사업하는 것을 말렸을 정도라고 김 실장은 설명했다. 왜 굳이 돈이 안 되는 사업을 하느냐, 로봇이 과연 일반 라이더처럼 사람과 같이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겠느냐, 등의 지적이 나왔다. 중국·미국 등 해외 곳곳을 돌며 어렵사리 협력사를 하나둘 찾았다.

배달앱을 통한 주문이 계속 늘어날 것인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로봇 개발에 들어간 2017년 중반 '배달의민족'을 통한 월 주문 건수는 2천만건이 넘었다. 이미 한국 인구 절반에 육박하는 주문량이었으니 앞으로도 주문량이 계속 늘어나는 게 맞을지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고 한다. 우아한형제들이 로봇 사업에 뛰어든 핵심 이유가 더욱 넘쳐나게 될 주문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였기에 이는 중요한 문제였다.

결과적으로 기우였다. 우아한형제들은 현재 LG전자, SK텔레콤 등 대기업은 물론 국내 여러 로봇 관련 스타트업들과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7~2018년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협력업체들이 늘어났다. 월 주문 건수 역시 2017년 이후에도 꾸준히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최근 배달앱 업계는 넘치는 배달 수요로 인한 '라이더 모시기'를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쳤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트렌드가 생기며 배달기사와의 대면을 원치 않는 경향이 나타났고 자연스럽게 로봇 배달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늘어났다는 것이 김 실장의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 보편화되면서 로봇배송에 대한 수요도 예상보다 빨리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MZ세대가 대면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소통하는 것을 편해 하는 트렌드를 보고 언젠가 비대면 서비스가 유행할 것으로 봤는데 코로나19로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광화문 디타워에 도입된 실내 배달로봇 '딜리타워'가 디타워 내에 있는 스피드게이트를 통과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광화문 디타워에 도입된 실내 배달로봇 '딜리타워'가 디타워 내에 있는 스피드게이트를 통과하고 있다.

배달로봇 서비스 전 가장 큰 난관으로 꼽혔던 엘리베이터 탑승 문제도 해결 단계에 다다랐다. 현재 우아한형제들이 서비스하는 실내 전용 배달로봇 '딜리타워'는 이미 광화문 디타워와 영등포 포레나영등포센트럴 곳곳을 엘리베이터를 타며 오가고 있다. 엘리베이터 근처에서 로봇이 엘리베이터에 신호를 보내면 엘리베이터가 신호를 받아 로봇의 목적지에 가장 가까운 엘리베이터를 지정, 다시 신호를 보낸다. 로봇은 그렇게 열린 승강기를 타고 목적지로 올라간다.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2019년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테스트를 한 결과, '딜리타워'가 라이더 대신 건물 내 배송을 맡을 경우 라이더들은 배달 한건당 약 5~10분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김 실장은 "로봇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정말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혼자 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지금 실제로 이를 구현해서 라이더들의 주문을 도울 수 있게 한 것만으로도 개인적으로는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배달 전 과정을 로봇이 '척척' 하는 시대, 조만간 온다"

김 실장은 로봇 상용화가 예정된 내년 이후 전망을 밝게 봤다. 이미 '딜리타워'와 '딜리Z' 등의 도입을 놓고 복수의 고객사들과 논의 중이다. 한달에 4~5곳 정도는 꾸준히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 김 실장의 설명이다. 규제 문제를 고려해야 하고, 지역별로 배달의민족 주문량이 얼마나 많은지 등도 살펴야 하기에 요청한 모든 장소에 로봇을 도입할 수는 없지만 관심이 상당하다는 점만큼은 분명했다. 우선 대단지 아파트, 주상복합단지, 대형 오피스빌딩 등에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올해 남은 기간에는 광교에서 서비스 중인 딜리Z의 서비스 고도화에 주력한다. 현재는 아파트 단지 내 지정된 장소나 1층 공동현관까지 배송하고 있는데 연말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각 세대별 문 앞까지 찾아가는 프로세스까지 완성시키는 것이 목표다. 만일 이 과정까지 제대로 구현한 후 딜리Z를 상용화한다면, 딜리Z는 실내·외를 아울러 배달 전 과정을 혼자 수행하는 세계 최초의 로봇으로 등극하게 된다.

김 실장은 "단지 실내 혹은 실외에서 배달하는 것만으로는 고객에게 있어 로봇을 통해 완결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내년에는 광교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로봇이 실외에서 문 앞까지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고 더 많은 분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자신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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