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 피오리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전격 사임함에 따라 휴렛패커드(HP)의 프린터&이미징 사업 분사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이 1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피오리나 회장의 사임은 갑작스럽긴 했지만 어느 정도 예견됐던 부분. 지난 2001년 190억 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컴팩컴퓨터를 인수한 이래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주가 역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체제 유지를 거듭 천명했던 피오리나가 8일 전격적으로 사임을 발표한 것은 이사회의 강한 압박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리처드 핵본, 조지 키워스, 패트리샤 던 등 3명의 이사회 멤버는 1월초 피오리나를 만나 이사회의 우려를 담은 4쪽 분량의 문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는 5년 반에 이르는 피오리나 CEO 재임 기간 동안의 실적에 대해 강한 우려를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이사회 "당분간 회사 구조변경 없다"
피오리나 사임 이후 관심의 초점은 HP의 향후 전략이 어떻게 될 것이냐는 것. 이사회 멤버들은 피오리나 사임 발표 직후 "HP의 기본 전략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변에선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프린터사업 분사 작업이 새롭게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HP는 거대 정보기술(IT)업체들과 전방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PC 시장에선 델 컴퓨터, 컴퓨터 서비스 및 기업용 컴퓨팅 시장에선 IBM이란 강자와 맞서고 있는 것. HP는 PC 시장에서는 15.5% 점유율로 델에 이어 2위, 서버 부문에서는 27%로 IBM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HP는 컴팩 합병 이후 PC나 기업용 컴퓨팅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실적으로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잉크 카트리지 판매가 주업무인 프린터 사업은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HP는 프린터 시장 점유율 23%로 캐논(16%)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특히 프린터 사업은 HP 전체 수익의 75%를 책임지면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 역시 PC, 프린터 등 소비자 관련 부문과 서버, 스토리지, 기술 서비스 등으로 구성된 기업용 사업을 분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 동안 피오리나 회장은 프린터 사업 분사에 대해 강하게 반대해 왔다. 그는 지난 해 12월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사회에서 세 차례 회사 분할 논의를 했지만 결국은 만장일치로 현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프린터 사업 분사를 비롯한 회사 구조 재편 논쟁에서 패배한 것도 피오리나 낙마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HP 이사회는 아직까지는 프린터 사업 분사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고 있다. 피오리나 공백 상태를 이끌게 된 로버트 웨이먼 임시 CEO와 패트리샤 던 이사회 비집행부 회장(non-executive chairman)은 일단 회사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후임 CEO 선임 작업이 마무리되면 프린터 사업 분사 작업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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