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이 선정하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기업가 50인' 명단에서 1998년 이후 내리 6년간 1위를 차지했던 칼리 피오리나 HP CEO가 전격 사임했다. 지난해 맥 위트먼 이베이 CEO에 밀려 2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미국 IT업계를 주름잡는 '스타 CEO'로서 손색이 없다.
최고의 CEO로 첫 손에 꼽혔던 만큼 피오리나의 이번 사임은 갑작스럽고 충격적이었다. 사실 실적 부진을 이유로 피오리나의 경영능력이나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지금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사회가 사임을 종용하고 이후 사임발표로까지 이어진 것은 예상밖의 소식이다.
그럼에도 월가의 반응은 '올 것이 온 것'이라는 듯 다소 차분한 분위기여서 주목된다. 오히려 피오리나의 사임은 HP에 호재로 작용했다. 사임발표와 함께 HP 주가는 뉴욕증시 장중 7% 가까이 상승하기도 했다.
피오리나는 재임기간동안 83개에 이르던 HP의 사업부문을 몇 개로 줄이는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함으로써 회사를 중앙화시키는 등의 공을 세웠다.

하지만 2002년 컴팩컴퓨터 인수합병의 실패는 피오리나에게 너무 큰 부담이었고 결국 CEO 취임 5년 반만에 옷을 벗어야 했다.
PC사업을 강화해 델을 제치려 한 피오리나는 이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2002년 190억달러를 들여 컴팩컴퓨터를 인수했다. 그러나 컴팩 인수를 통해 매출은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기대만큼의 수익은 올리지 못했다. 여전히 HP의 수익 대부분은 프린터에 의존하는 사업구조가 지속됐다.
인수합병이 실패로 돌아가자 한 번 반토막난 주가 역시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게다가 컴팩 인수를 반대했던 이사회 임원 월터 휴렛과는 법정공방까지 벌여야했다. 월터 휴렛은 HP의 공동창업자 윌리엄 휴렛의 아들이다.
1954년 9월 6일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태어난 피오리나는 1976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중세사와 철학으로 학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0년 메릴랜드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1989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이학석사학위를 땄다.
26살이던 1980년부터 1996년까지 17년간 AT&T에서 일하면서 북미 네트워크 시스템 총괄 및 마케팅을 맡았다. 1996년에는 루슨트 테크놀로지스에서 장비조사 사업부문 테크놀로지스 자회사 분리를 주도했으며, 1998년부터 1999년에는 루슨트 글로벌 서비스 사업 총괄사장을 맡았다.
지난 1999년 7월, HP사상 최초의 외부 CEO라는 기록을 안고 HP 사장 겸 CEO로 임명됐으며 2000년에 회장 겸 CEO라는 직함을 갖게 됐다. HP에서 물러난 피오리나는 현재 시스콤 시스템즈의 이사회 임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남편인 프랭크 피오리나, 그리고 두 명의 의붓딸과 함께 뉴저지에서 살고 있다.
그녀가 받게 될 퇴직수당도 세간의 관심사다.
HP가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피오리나는 지난 2003년 회사 이사회가 승인한 퇴직수당 지급안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해고를 당할 경우 퇴직금은 연봉과 보너스를 더한 금액의 2.5배를 받게 된다.
가장 최근 알려진 바에 따르면 피오리나의 연봉과 보너스는 2003년 기준 약 840만달러 가량. 이를 근거로 계산한 그녀의 퇴직수당은 2천100만달러선이 될 전망이다.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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