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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발전소"…재계, ESG 경영 바람에 '친환경 사옥' 뜬다


건물 내 태양광 집열판·풍력발전 등 설치해 에너지 절감 앞장…"ESG 평가 시 가점"

롯데월드타워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알려져 있지만 '작은 발전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사진=롯데물산]
롯데월드타워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알려져 있지만 '작은 발전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사진=롯데물산]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 국내 대표 랜드마크로 떠오른 '롯데월드타워'는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30여년간 공 들여 지은 곳으로, 겉으로 보기엔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할 것처럼 보여 '친환경' 느낌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하지만 이 건물은 물과 외부 공기의 온도차를 활용한 수열 발전시스템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태양광 집열판, 풍력발전, 태양광 발전, 중수 및 빗물 재활용, 연료전지 설치 등을 통해 총 에너지 사용량의 12%가량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이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약 6천500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양과 맞먹는다.

최근 재계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확산되면서 롯데처럼 '친환경 사옥'을 갖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건물의 옥상이나 외벽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는 것뿐 아니라 수축열과 지열을 냉난방에 이용하는 사례도 많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친환경 사옥'으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곳은 롯데월드타워다. 롯데월드타워에는 롯데지주와 롯데정밀화학, 컬처웍스, 롯데물산, 롯데케미칼 등 롯데 계열사를 비롯해 데상트, 유한킴벌리 등 다른 업체들도 입주해 있다.

◆ '작은 발전소' 된 롯데월드타워, 세계서도 인정

이 건물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알려져 있지만 '작은 발전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연간 생산되는 전력은 1만7천564Mwh에 달한다. 에너지 관리에도 적극 투자해 매년 이산화탄소 2만3천 톤을 절감하고 있다. 이는 매년 20년생 소나무 850만 그루를 심는 효과와 같다.

지하 6층에는 수축열 및 지열 냉난방시스템, 중수 및 우수 재활용, 생활하수 폐열 회수시스템 등 친환경 에너지 시설이 설치된 에너지센터도 있다. 태양열 집열판, 풍력발전,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친환경 에너지가 모두 이곳에 모여 단지에 전력과 열을 공급한다.

롯데월드타워를 방문한 위원단이 에너지센터에서 수열에너지 시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롯데물산]
롯데월드타워를 방문한 위원단이 에너지센터에서 수열에너지 시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롯데물산]

덕분에 롯데월드타워는 완공과 동시에 세계 신축 초고층 빌딩으로는 최초로 미국 그린빌딩협의회(USGBC)로부터 LEED 골드인증을 받았다.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는 그린빌딩협의회에서 개발한 친환경 건축물 평가 및 인증제도로 건축물의 자재 생산, 설계, 건설, 유지관리, 폐기 등 전 과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엄격하게 평가해 부여한다.

또 지난 2018년 7월에는 초고층 빌딩 최초로 2억 달러 규모의 지속가능채권을 해외 자본시장에서 발행, 예정 금액보다 약 11배나 많은 투자 수요를 이끌어 냈다. 올해 6월에는 ESG 인증을 받은 녹색채권도 4천억원 규모로 발행하며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김재현 롯데물산 환경경영 매니저는 "롯데월드타워는 설계단계부터 신재생에너지의 생산과 효율적 운영을 고려한 친환경 랜드마크"라며 "앞으로도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탄소중립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 'ESG 경영' 강화하는 LG, '친환경 건축물'로 주목

LG도 'ESG 경영'을 강화하며 친환경 건축물을 늘려가고 있다. ESG 경영을 위해선 제품뿐 아니라 임직원의 근무 여건도 친환경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서울 강서구 마곡동 소재 LG사이언스파크에는 20개 연구동 중 18개 동의 옥상과 산책로에 태양광 모듈 8천300여 개가 설치돼 있다. 400가구가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4㎿ 용량의 에너지저장장치(ESS)도 갖춰 심야에 전기를 저장해 두고 전력소모가 집중되는 피크타임에 꺼내 쓰는 방식으로 에너지 비용을 아끼고 있다.

특히 지난 2017년 1단계로 6개 동이 완공된 LG사이언스파크 내 LG전자 연구동은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주관하는 친환경건축물 인증제도인 '녹색건축 인증제도(G-SEED)'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다. 올해 착공해 2024년 완공될 2단계 건축물은 설계 단계에서 평가하는 예비인증을 통해 녹색건축인증제도 '우수' 등급을 받았다.

400가구가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4㎿ 용량의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갖춰진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전경. [사진=LG전자]
400가구가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4㎿ 용량의 에너지저장장치(ESS)가 갖춰진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전경. [사진=LG전자]

LG전자가 지난해 상반기 미국 뉴저지주에 새로 지은 북미법인 신사옥도 최근 '리드(LEED)'의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Platinum)'을 획득했다. LG전자는 이 건물 주변의 삼림, 습지 등을 보호하기 위해 연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녹지를 조성했다.

또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을 관할하는 이베리아법인은 2019년 법인 인근에 스마트 그린 홈 쇼룸과 스마트 그린 가든을 구축했다. 스마트 그린 홈에 있는 태양광 모듈, 친환경 보일러,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 등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탄소배출을 줄인다. 스마트 그린 가든에 있는 나무 1천 그루는 매년 약 200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친환경 건물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한편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는 등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 선보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친환경 사옥' 경쟁 가열…"기업 이미지 개선·자산 가치 상승 유리"

서울 중구 장교동의 한화그룹 본사 사옥인 한화빌딩도 도심 속 '태양광 발전소'로 주목 받고 있다. 이곳은 지난 1987년 건립 이후 2016년 리모델링을 통해 친환경 건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2016년 3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45개월간 리모델링을 거친 이 건물은 태양광 패널로 뒤덮여 있다. 빌딩 남쪽과 동쪽 외관에는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BIPV)이,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PV)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태양광 셀 세계 1위 기업인 한화큐셀의 태양광 발전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한화빌딩은 이곳에서 사옥 전체 전력 소비량의 3% 이상을 충당하고 있다.

이에 한화빌딩은 최근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가 주최한 '2021 톨+어반 이노베이션' 콘퍼런스에서 리노베이션 부문 대상에 선정됐다. 29개 부문 대상작 중 한국 건축물로는 한화빌딩이 유일하다.

한화그룹 본사 사옥인 한화빌딩은 도심 속 '태양광 발전소'로 주목 받고 있다. [사진=한화건설]
한화그룹 본사 사옥인 한화빌딩은 도심 속 '태양광 발전소'로 주목 받고 있다. [사진=한화건설]

GS건설 사옥인 종로구 청진동 그랑서울도 '친환경 건축물'로 유명하다. 이곳은 건물 외관에 커튼월 유리를 적용해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또 최첨단 빌딩 에너지 관리시스템(BEMS)도 갖춰 에너지 사용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소비량을 줄이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BEMS 설치로 기존 대비 약 15%의 에너지를 절감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코오롱 원앤온리타워도 '글로벌 인증 친환경 사옥'으로 꼽힌다. 이곳은 건물 전면부를 의류의 니트 조직을 늘렸을 때 나타나는 섬유의 직조 패턴을 형상화한 패널로 덮은 것이 특징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강화섬유플라스틱(GFRP)'과 아라미드 섬유 '헤라크론'을 사용해 차양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여름에는 태양열을 차단하고 겨울에는 유입시켜 냉난방 에너지를 절감한다.

이에 미국 시카고 아테니엄 건축디자인 박물관과 '건축예술디자인 및 도시연구 유럽센터'는 지난해 9월 '국제 건축 대상 2020'에서 코오롱 원앤온리타워를 기업 업무 빌딩 부문 수상 건축물로 선정했다. 이 건물은 2018년 말 LEED '골드 등급' 인증도 획득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옥도 곳곳에 친환경 시스템이 적용됐다. 빌딩 외벽에는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는 2만여 개의 수직 차양이 있어 여름에는 냉방 전력을, 겨울철에는 난방비를 일정 부분 줄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전국 사업장에서도 연간 전기 사용량의 5%를 태양광·태양열·지열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대체하고 있다. 또 앞으로는 생산 사업장 옥상 등 유휴 부지에 관련 발전 설비를 추가해 신재생에너지 사용량도 높여나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대기업이 친환경 사옥 경쟁을 벌이는 것은 ESG 평가 기관들이 친환경 사옥이나 설비를 갖춘 기업에 가점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도 친환경 사옥이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자산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도 보탬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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