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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이형도 한다"…SNS로 몰리는 재계 총수들, 왜?


MZ세대와 소통 강화 위한 듯…기업 이미지 제고·고급 인재 확보에도 도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배우 유태오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사진=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배우 유태오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사진=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 검은 반팔티와 반바지를 입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소파에 다리를 쭉 펴고 앉아 '갤럭시Z폴드'를 펼친 채 추억의 게임 '갤러그'에 푹 빠졌다. 밤에는 스프링 머리띠를 하고 이마를 훤히 드러낸 채로 야식을 기다렸고, 출근할 때는 반려묘가 주위를 맴돌자 "비키라. 내 길을 막지마라"면서 아웅다웅하기도 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달 말께 '파파토니베어(papatonybear)'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고 이 같은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게재했다. 그 동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등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며 주목 받았지만,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SNS 활동에 직접 나선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다.

최 회장의 인스타그램 활동 소식이 전해지자 팔로워 수는 급격하게 늘어 지난 18일 기준 1만3천 명을 돌파했다. 최 회장의 인스타그램 개설 소식에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정용진 부회장도 냉큼 찾아와 인친(인스타그램 친구)을 맺었다. 또 최 회장은 팔로워들이 "M자 탈모가 있네요"라며 댓글을 달자 "M자 뿐이겠습니까"라고 재치있게 답변하며 '소통왕' 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말께 '파파토니베어(papatonybear)'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했다. [사진=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말께 '파파토니베어(papatonybear)'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했다. [사진=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최 회장은 지난해에도 유튜브를 통해 젊은 직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 받았다. 검은 헌팅캡과 쉐프복을 차려입은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2년차 젊은 사원과 주먹을 부딪치며 인사를 나눈 후 손수 만든 음식을 대접했다. 또 SK 이천 포럼을 홍보하기 위해 '라면 먹방'을 찍는 한편, 30년 근속 직원들을 초대해 육개장을 직접 만들어 대접하기도 했다.

이처럼 최 회장이 SNS 활동에 적극 나서게 된 배경은 MZ세대(1980∼2000년대생)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 초 잇따라 불거진 성과급 불만에서 드러났듯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는 MZ 세대들이 많아지면서 SNS 활동이 이들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진다. 또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와 함께 MZ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 기업 인지도를 높임으로써 젊은 고급 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3월 대한상의 회장에 취임한 직후에도 '소통'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최 회장은 "각계각층의 많은 분들로부터 '듣는 일'이 중요하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의 일환으로 최근에는 대한상의의 국민 소통 프로젝트 소개 영상에 '하카소'로 유명한 개그맨 하준수 씨와 함께 출연해 높은 호응을 얻었다.

SNS 활동을 하는 재계 오너 중에선 '용진이형'으로 불리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 정 부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인스타그램 스타로, '와이제이러브즈(yj_loves)'라는 계정으로 활동하고 있다. 팔로워 수는 67만6천여 명으로, SNS를 통한 영향력이 상당하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일상부터 이마트 '노브랜드' 등 자사 제품, 최근 인수한 야구단 'SSG 랜더스' 홍보까지 SNS를 통해 다양한 사진과 게시글로 공유한다. 특히 정 부회장의 모습을 캐릭터화 한 '제이릴라'에 대해선 대기업 오너로서의 이미지를 벗고 "너무 짜증나는 고릴라 XX", "쇼를 한다. 쇼를 해. 그래 봤자 고릴라지" 등의 거친 애정 표현을 쏟아내 MZ 세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자신의 모습을 캐릭터화 한 '제이릴라'와 관련한 콘텐츠를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모습. 오른쪽 사진은 정 부회장의 팬이 운영하고 있는 인스타그램 계정.  [사진=정용진 부회장 및 yj_loving 인스타그램 캡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자신의 모습을 캐릭터화 한 '제이릴라'와 관련한 콘텐츠를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모습. 오른쪽 사진은 정 부회장의 팬이 운영하고 있는 인스타그램 계정. [사진=정용진 부회장 및 yj_loving 인스타그램 캡처]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전 대한상의 회장)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소통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인스타그램에선 주로 자신이 찍은 사진만 게재하는 편이지만, 페이스북에선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며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은 지난 2018년 당시 SK와이번스가 두산 베어스를 꺾고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자 SNS에 "최 회장 기분 좋겠네"라며 축하 인사를 건네 눈길을 끌었다. 또 문재인 대통령 주최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 간 만찬에 참석했던 사진도 올려 주목 받았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에서 한 팔로워가 "회장님 흑백사진도 더 많이 보여주세요"라고 댓글을 달자 "네"라고 답하며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재계 총수들이 소통을 강화하며 벽을 허무는 모습을 보이자, 일부 오너들을 위한 팬 페이지도 SNS에 개설돼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정 부회장의 팬을 자처하는 이들이 최근 많아진 모습이다. 이들은 정 부회장의 다양한 모습이 담긴 희귀한 사진과 영상들을 많이 게재하고 있다. 'yj_loving'이란 계정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팬의 경우 정 부회장이 지난 2008년 1월 구학서 당시 신세계 부회장과 함께 태안 지역에서 기름제거 봉사 활동에 나선 동영상을 최근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선 재계 총수들의 SNS 활동에 대해 정 부회장의 '미안하다 고맙다' 논란처럼 자칫 '오너 리스크'로 번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정 부회장은 연일 우럭, 가재 요리 사진을 올리면서 "미안하고 고맙다"는 글을 함께 적었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희생자 관련 발언이 연상된다는 이유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또 야구단 'SSG랜더스'를 인수한 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롯데자이언츠를 겨냥해 "동빈이형은 원래 야구를 안좋아한다", "내가 도발하니까 그제서야 제스처를 취한다" 등 선을 넘는 말들을 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다만 재계에선 대체적으로 총수들의 소통 강화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재벌 총수들이 SNS 등을 활용해 소통의 저변을 넓히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MZ 세대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고자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점, 이를 발판으로 사회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전달할 통로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계 총수들의 SNS 활동은 오너 개인의 친근한 이미지를 앞세워 기업 이미지까지 제고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며 "총수를 비롯한 오너 일가들이 권위를 벗고 수평적이고 쌍방향 소통을 강조하는 활동을 통해 기업의 실적 향상은 물론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데도 좋은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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