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반도체 공급난으로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 수요가 급증하면서 웨이퍼 업체들도 생산 확대에 나섰다. 특히 한국의 SK실트론이 증설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실트론은 한국과 미국에서 웨이퍼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다.
SK실트론은 전력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실리콘카바이드(탄화규소, SiC) 웨이퍼' 공급 확대를 위해 미국 공장 증설에 3억 달러(약 3천400억원)를 투자한다.
SK실트론은 지난해 3월 미국 듀폰의 SiC 웨이퍼 사업부를 인수하며 미시간주 오번의 듀폰 공장을 그대로 사용키로 했다. SK실트론은 3년에 걸쳐 미시간주 고용 인원을 2배로 늘리고, 오번에 위치한 현 생산시설에 더해 베이시티에 약 4천평 부지를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SiC 웨이퍼는 전기자동차와 5G 네트워크 장비 등에 들어가는 전력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원재료다. 반도체 생산에 주로 사용되는 실리콘 웨이퍼에 비해 전력 변환 손실이 10분의1 수준이라 전기차용 반도체 등에 적합한 웨이퍼로 꼽힌다.
SK실트론은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한국에서도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다. 중국 우시로 이전하는 SK하이닉스시스템IC 청주 공장의 유휴 공간을 임차해 공장을 증설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생산 품목은 12인치 웨이퍼로 월 생산능력은 2만~3만 장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2017년 LG그룹으로부터 LG실트론(현 SK실트론)을 인수한 후 2019년 2월까지 4천억원을 투자해 구미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SK실트론은 지난해 미국 듀폰의 SiC 웨이퍼 사업부를 5천억원대에 인수해 전기차 웨이퍼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실트론으로선 웨이퍼 후발주자로서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칩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SK실트론의 웨이퍼 시장 점유율은 5위(11.3%)였다. 일본의 신에츠(27.5%)와 섬코(21.5%)는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웨이퍼 제조 업체들이 증설을 검토하는 건 SK실트론 뿐만이 아니다. 세계 실리콘웨이퍼 시장 절반을 차지하는 일본의 신에츠와 섬코도 최근 공장 증설 검토에 착수했다.
섬코 측은 "12인치 웨이퍼 생산 증설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증설이 결정되더라도 2024년이 돼야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웨이퍼는 장기계약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증설이 드물지만, 반도체 공급난 속에 웨이퍼 수요가 급증하자 웨이퍼 제조사들이 증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1분기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은 33억3천700만 제곱인치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역대 최고치였던 2018년 3분기 출하량을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생산 증가로 웨이퍼 출하량도 증가하고 있다"며 "웨이퍼 업체들이 수요 대응을 위해 생산 확대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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