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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대신 국내로 돌아선 마켓컬리…상장 가능할까


뉴욕 증시 상장 접고 국내 IPO 계획…일각 "국내도 쉽지 않을 것"

[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마켓컬리가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초 미국 증시 상장에 나설 것으로 관측됐으나 계획을 바꾸고 국내로 선회했다. 사업 모델이 국내를 기반으로 한 만큼 기업가치를 더 적정하게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또 최근 한국거래소가 성장성이 높은 스타트업들의 상장 문턱을 낮춘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마켓컬리가 국내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마켓컬리가 미국 증시 계획을 접고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  [사진=마켓컬리]
마켓컬리가 미국 증시 계획을 접고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 [사진=마켓컬리]

◆ IPO 위해 주관사 선정 나선 컬리

16일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는 최근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주요 증권사들에 배부했다. 미국 증시 상장을 포기하고 국내 상장 계획을 발표한 지 일주일 여만이다.

앞서 컬리는 지난 9일 2천254억원 규모의 시리즈F 투자 유치 소식과 함께 국내 증시에 기업공개(IPO)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컬리 측은 "그동안 해외 증시와 한국 증시 상장을 동시에 탐색해왔으나 사업 모델과 국내외 증시 상황 등 다양한 조건을 검토한 후 최근 한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투자를 포함해 컬리가 유치한 누적 투자금액은 6천500억원이다. 지난 2015년 회사 설립 단계에서 투자 받은 50억원을 시작으로 거의 매년 신규 투자에 성공했다. 2016년 170억원의 시리즈B, 2018년 670억원의 시리즈C, 2019년 1천350억원의 시리즈D, 지난해 2천억원의 시리즈E 투자 유치를 확정했고, 이에 따른 기업가치도 빠르게 키워내는데 성공했다.

이번 시리즈F 투자에서 컬리의 기업가치는 2조5천억원 규모로 평가됐다. 이는 지난해 투자 당시의 기업가치 8천억원 대비 약 2.6배 오른 수치다.

김슬아 컬리 대표. [사진=마켓컬리]
김슬아 컬리 대표. [사진=마켓컬리]

◆ 美 포기하고 국내로 유턴한 이유

컬리는 지난 2018년 삼성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하며 IPO를 추진해왔다. 그러다 올 초 이를 철회하고 미국 증시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을 상장 주관사로 변경한 것도 미국 상장에 유리할 것이란 계산 때문이었다.

컬리가 국내 증시 상장으로 다시 방향을 선회한 것은 한국거래소가 상장 문턱을 낮춘 것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적자 기업도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으면 코스피에 상장할 수 있도록 심사 기준을 바꿨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컬리는 1천163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특히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직접 나서 김슬아 컬리 대표와 면담해 국내 상장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 증시에 상장한 쿠팡과 같은 사례를 또 다시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컬리의 사업모델이 국내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더 적정한 기업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다. 국내 증시는 컬리의 사업 모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미국보단 제대로 된 기업가치 책정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증시 흥행을 위해선 기업가치가 최소 3조5천억원은 돼야 하는 분위기"라며 "국내에서야 상장 전 기업가치가 1~2조원 수준인 기업들이 얼마 없으나, 미국 시장엔 수 없이 많아 미국 상장을 강행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미국 증시 상장 과정에서 들어가는 수수료, 연간 수십억원 수준의 상장 유지 비용, 미국 현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소송 등 법률적 리스크 등도 컬리가 방향을 튼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컬리 퍼플 박스. [사진=마켓컬리]
컬리 퍼플 박스. [사진=마켓컬리]

◆ 국내 상장도 물음표…왜

그럼에도 컬리를 바라보는 일각의 시선엔 여전히 물음표가 뒤따른다. 미국 증시 상장만큼 국내 증시 입성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우선 창업주에게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제도가 국내엔 없기 때문에 김 대표의 경영권 행사가 힘들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컬리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보면 김 대표의 지분은 6.67%에 불과하다. 반면 외국계 자본은 전체 지분의 58%에 달한다. 지난 9일 이뤄진 시리즈F 투자로 김 대표의 지분율은 더 쪼그라들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떤 기업이라도 대표이사 지분율이 6%도 채 안되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상장에 나선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김 대표의 지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순이익을 내는 회사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시리즈F 투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 및 수익 보장을 위해서는 상장 후 시가 총액이 4~5조원은 되야 한다는 관측이다.

단순 계산으로 시가 총액 4조원을 넘어선 이마트의 지난해 매출이 22조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컬리가 이에 필적하는 수준의 매출을 올려야 하는 셈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컬리는 전년 대비 124% 성장한 9천531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이는 22조원에는 한참 모자른 수준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간 거래액을 따져봐도 컬리는 쿠팡의 5% 수준에 그친다"며 "컬리가 상장 후 시가총액을 원하는 수준에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신지훈 기자(ga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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