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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혁명, 긴 마라톤 시작, 서두르지 말고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과총 온라인 포럼 '한국 양자과학기술 현황과 미래'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주관한 '한국 양자과학기술 현황과 미래’ 포럼이 14일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사진=과총 유튜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주관한 '한국 양자과학기술 현황과 미래’ 포럼이 14일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사진=과총 유튜브]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우리나라의 양자기술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초부터 축적해 온 연구자들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고 뛰어난 신진 연구인력들의 진입도 활발하다. 서두르지 말고 긴 호흡으로 전략적으로 투자한다면 새로운 양자혁명 시기에 큰 기회가 열릴 것이다."

14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주관으로 '한국 양자과학기술 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열린 온라인 포럼에 참가한 국내 양자정보과학 전문가들은 미-중-유럽을 중심으로 한 양자패권 전쟁 속에서 우리나라의 투자 부족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한국의 연구개발 현장의 수준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의견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전략 수립, 신진 연구자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연구환경 조성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제근 서울대 교수(서울대 양자과학기술포럼 의장)는 '양자정보과학-한국의 선택'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2차 양자혁명이 본격 시작됐다. 기존의 기술 체계를 뒤엎는 파괴적 기술로 모든 과학기술과 산업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돈도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장기적인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연구개발투자와 국제협력에서 현실적이면서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먼저 우리나라의 투자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미국, 영국, 유럽, 중국 등이 조 단위가 넘는 금액의 양자기술 투자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폴란드나 호주, 오스트리아, 싱가포르, 대만 등 경쟁국에 비해서도 투자규모가 작다. 전문 연구인력도 현재 100명 정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양자기술에 대한 투자시기를 5년 정도 놓쳤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서두르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양자기술이 파괴적 기술임은 분명하지만 "이제 긴 마라톤이 시작된 것"이라는 판단이다. "현재 우리가 처한 문제점을 기반으로 현실적이고 명확한 장기적인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규모에 맞는 인적, 재정적 목표를 설정하면서 국제적으로 비교우위가 있는 곳에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하더라도 명확한 전략과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세계 각국의 양자과학기술 투자현황 [사진=한국과총 유튜브. 박제근 교수 발표자료]
세계 각국의 양자과학기술 투자현황 [사진=한국과총 유튜브. 박제근 교수 발표자료]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대부분 긴 호흡의 장기적인 연구환경 조성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양자컴퓨터로 무엇을 할 것인가? 같은 산업적 이슈가 아직 기업에게는 명확하게 와닿지 않는 상황에서 우수한 연구인력의 꾸준한 유입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영민 교수(KAIST 화학과)는 "양자기술은 장기간 연구해야 하는 과제인데 우리나라는 이런 부분의 지원이 부족하다. 학생들이 단기 성과 중심의 연구과제에 쓸려들어가지 않도록 연구지원 및 평가시스템을 바꾸고, 우수한 인력들이 긴 호흡이 필요한 연구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뛰어들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희수 표준연 양자기술연구소장도 "2주전 양자정보주간의 기술 세션에서 발표한 12명의 연구자 중 10명이 학위를 받은지 10년 미만의 신진연구자였다"고 전하면서 "진지하게 양자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젊은 과학자들이 도전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상욱 KIST 양자정보연구단장도 "양자기술의 연구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 학부생은 물론 고등학생까지 양자 분야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신호도 많다"고 전하면서 "우리나라는 응용 엔지니어링에 있어서는 세계적으로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양자컴퓨터 같은 분야에는 적극 뛰어들면 충반히 해 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반대되는 의견도 있었다. 송기홍 IBM 아세안·한국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 총괄은 "우리나라는 제조업에 기반한 뿌리깊은 의식이 있는데 하드웨어보다는 오히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더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직 국내 기업들은 양자컴퓨터로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할 지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없어 보인다"면서 "IBM이 미국 외에서는 세 번째로 한국에 양자허브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국내 양자컴퓨팅 연구자들이 다양한 솔루션 연구에 참여하고 양자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들이 더 많이 제시된다면 기업들의 참여도 늘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포럼에서는 세계적인 양자 패권 경쟁에 맞선 전략적인 투자확대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희수 소장은 "양자기술은 파급력이 큰 기초연구로서의 의미가 크고 우수인력을 유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어서 각 국이 전략기술로 선정하고 패권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으며, 한상욱 단장은 "그동안 사이언스 차원에서는 국제 연구 협력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최근에는 퀀텀 내셔널리즘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특히 보안기술인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는 국제협력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기술 내재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4월 ‘2030년 양자기술 4대 강국’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 비전으로 ‘양자기술 연구개발 투자 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원천 연구 강화, 양자 컴퓨팅 시스템 조기 구축 등 핵심 기술의 확보를 앞당기고, 양자기술 핵심 인력을 2030년까지 1천 명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양자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조한 바 있다.

박제근 교수는 그러나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양자기술 협력이 거론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세계적인 비교우위 경쟁력 확보를 어떻게 해야할 지, 연구개발 투자와 국제협력에서의 명확한 비전과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5년이 우리나라 양자과학기술의 미래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시간인 만큼 현실적인 비전과 전략 수립을 기반으로 이를 실행할 정치적-과학적 리더십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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