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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IPO '대박'과 '거품' 사이


올해 하반기 IPO 최대어 크래프톤 공모가 논란

기업공개(IPO)를 통해 증시에 입성하는 것은 창업주에겐 성공의 지표이자 하나의 명예다. 기업가 정신으로 일군 사업의 현재 가치가 시장에서 인정받은 것은 물론, 앞으로의 성장성과 비전 등 미래 가치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선 상장과 동시에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며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밑거름이 된다. 기업의 규모에 따라 IPO를 통해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 대 신규 투자금을 확보하기도 한다. 향후 자본시장에서 원활한 자금 조달을 통한 투자 재원을 마련해 성장에 속도를 더할 수도 있다.

상장 전에 차별화된 안목으로 기업의 잠재력을 미리 알아보고 투자한 벤처캐피탈 등 투자자 입장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올리며 자금 회수에 성공하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IPO 공모주 투자 열풍 속에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에 형성된 후 상한가를 기록하는 이른바 '따상'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며 높은 투자 수익률을 거두는 종목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업의 IPO에 '대박'이라는 말이 따라붙는 한편, 공모가 '거품' 논란도 끊이질 않고 있다. 올해 하반기 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크래프톤도 거품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한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은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희망 공모가를 45만8천~55만7천원으로 제시했다. 공모가 상단 기준으로 공모 규모는 5조6천35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IPO 역사상 최대 규모다.

앞서 IPO 최대 기록은 2010년 삼성생명으로, 당시 IPO를 통해 4조8천억원을 조달했다. 크래프톤의 일반청약자 배정 물량 규모도 최근 대어급이라 불렸던 SKIET,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팜, 빅히트, 카카오게임즈, SD바이오센서 등 6개사를 합친 물량보다도 많다.

크래프톤의 상장 후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30조원 수준이다. 국내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시가총액 18조6천170억원)과 넷마블(11조3천459억원)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크래프톤의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공모가 산정 배경을 놓고 시장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적정가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군에 월트니즈니와 워너뮤직그룹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이 이름을 올렸다. IP(지식재산권) 사업 등 미래 성장성을 근거로 비게임 글로벌 상장사들과 비교했다는 설명이지만, '국내외 게임사들도 많은데 왜 굳이?'라며 비교기업군 선정에 의문이 뒤따랐다.

아울러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준과 비슷한 공모가를 산정한 부분도 비판이 제기됐다.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크래프톤의 장외가격은 55만원 선에서 거래가 됐다. 국내에서 IPO 기업의 공모가가 장외시장에서의 가격보다 높았던 전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 부담과 프리미엄 부여는 IPO 시장에서 일상화된 논쟁"이라며 "적정 가격 산출 과정에서 고 주가수익비율(PER) 종목들을 비교 대상으로 끌어왔기 때문에 고평가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크래프톤에 제동을 걸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5일 크래프톤에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을 요구했다. 구체적인 사항은 밝히지 않았지만, 금감원은 크래프톤의 공모가 산출을 놓고 평가 방식 등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크래프톤 공모가의 '거품' 논란이 이는 만큼, 공모가 산출 근거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라는 것이 정정 요구의 핵심으로 풀이된다.

크래프톤 뿐 아니라 일부 기업의 경우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가 2~3차례 반려되는 등 금융당국의 심사도 깐깐해지며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들도 긴장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기업의 가치는 결국 시장의 평가에 달렸다. 기업이 스스로의 몸값을 높이 잡을 수는 있다. 그러나 과도한 욕심은 기업의 미래 가치를 오히려 좀 먹는 독이 될 수 있다. 결국 시장은 기업의 적정 가치를 찾아가게 돼 있다. 실제로 IPO로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종목들이 상장 직후 급락세로 돌아서는 사례도 최근 들어 속출하고 있다.

기업은 상장 후에도 중장기적으로 자본시장에서 지속적인 자본 조달이 필요하다. 그러나 IPO 대박만 노리고 '거품' 논란에 눈을 감아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는다면 그것을 회복하는 것은 몇 배나 더 고된 일이 될 수 있다.

상장 기업들은 주주가치 제고를 중요한 과제로 꼽는다. 본질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수익성을 높이고, 배당 등 주주의 몫을 높이는 것은 상장사의 존재 이유다.

아울러 주주와 함께 성장하고, 그 열매를 나누고자 하는 것이 상장의 주된 목적임을 고려한다면, 기업 스스로도 '거품'을 거둬내고 기업과 투자자가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는 내실 있는 IPO가 가능할 것이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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