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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상장제동' 크래프톤, 무엇이 문제였나?


업계 적잖은 파장…상장 예비기업 "상황 예의주시"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올여름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기대를 모았던 크래프톤의 상장에 제동이 걸리면서 그 파장이 만만찮다. 그간 업계에선 크래프톤의 가치가 과대평가됐단 지적이 팽배했는데 이번 사태로 상장 예정 기업들의 공모가 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크래프톤이 이달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정정할 것을 지난 25일 요구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에 따라 크래프톤의 기존 증권신고서는 이날부로 효력이 정지됐다.

금감원이 정확히 어떤 부분에 대해 수정을 요구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공모가 산정에서) 피어그룹(peer group)과 구체적인 유사성이 있는지를 더 밝혀달라는 취지"라고 짧게 말했다.

그간 크래프톤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컸던 만큼 공모가 산출 근거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라는 게 정정 요구의 핵심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증권신고서에 거짓이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되지 않은 경우,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오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을 때 금감원은 해당 기업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올여름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기대를 모았던 크래프톤의 상장에 제동이 걸리면서 그 파장이 만만찮다. 사진은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 [사진=크래프톤]
올여름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기대를 모았던 크래프톤의 상장에 제동이 걸리면서 그 파장이 만만찮다. 사진은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 [사진=크래프톤]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희망 공모밴드(45만8천~55만7천원)가 알려진 직후부터 고평가 논란을 낳았다. 회사가 제시한 시가총액은 밴드 최하단을 기준 23조392억원, 최상단 기준 28조193억원에 달한다. 국내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18조6천170억원)나 넷마블(시총 11조3천459억원)을 모두뛰어 넘는 규모다.

피어그룹에 미국의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 등 대형 콘텐츠 기업이 들어간 점에 대해서도 논란이 인 바 있다.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긴 했지만, 그 외 마땅한 대작이 없는 '원게임' 회사가 터무니없이 해외 유명 기업들을 억지로 끼워 넣었단 비판이다. 실제 월트디즈니는 매출의 63.5%가 미디어엔터테인먼트에서, 워너뮤직은 85.8%가 음반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크래프톤은 매출의 80.3%가 배틀그라운드 등 모바일 게임이다.

크래프톤이 게임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이렇다 할 콘텐츠 영역 확장을 보여주지 못한 점도 기업가치 산정에 대한 설득력을 낮춘다. 액티비전블리자드는 글로벌 메가 히트작 '월드오브워크래프트' IP를 활용한 영화를 선보였지만, 참패했다. 최근 캡콤 '몬스터헌터' IP를 이용한 영화도 혹평을 받았다.

크래프톤이 장외시장 가격과 비슷한 수준에서 공모가를 산정한 점도 비판이 나오는 부분이다. 희망 공모밴드 상단 가격(55만7천원)이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장외가격(55만원)보다 높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IPO 기업의 공모가격이 장외가격보다 비싼 전례가 없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밸류 부담과 프리미엄 부여는 IPO 시장에서 일상화된 논쟁"라면서도 "적정 멀티플(Multiple) 산출과정에서 고 PER 종목들을 피어로 끌어왔기 때문에 고평가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금융당국도 공모가 거품 판단…카카오뱅크도 긴장

앞선 증권신고서를 기준으로 크래프톤의 공모 예정금액은 최대 5조6천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IPO 시장에선 사상 최대 규모로 그만큼 이번 상장 제동의 파급은 클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특히 최근 공모주 투자 열풍 속에 상장한 기업들이 주가 부진을 면치 못하자 공모가 산정에서 거품이 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장 이번 주 중으로 또 다른 IPO 대어 카카오뱅크의 증권신고서 제출이 점쳐지지만, 이번 반려에서 보듯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경우 현재 시장 추산 기업가치가 10~20조원으로 범위가 꽤 넓은 편이지만, 상단 기준으론 국내 4대 금융지주 시가총액과 어깨를 견준다. KB금융지주(23조8천258억원), 신한금융지주(21조5천164억원)과 비슷하고, 하나금융지주(14조2천165억원), 우리금융지주(8조5천589억원)보단 크다. 역시 자산 규모 대비 과도하다는 평가다.

올해 최대어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는 무려 100조원 안팎으로 추정돼 역시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피어그룹으로 선정한 중국 CATL과 BYD의 경우 자국 내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이 뒷받침된단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서는 증권신고서 정정이 많게는 2~3번도 이뤄지고 있다"며 "다들 긴장하는 분위기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연 기자(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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