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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돋보기] ③ 구글 갑질→콘텐츠 인상→소비자 부담→한류 '붕괴'


[구글 인앱쇼크]콘텐츠 가격 인상 따른 산업 위축 우려…작가 부담도 더 커질듯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 발표 이후 1년이 흘렀으나 국내는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구글 갑질을 막고자 연일 큰소리를 내던 국회는 정쟁을 반복하며 개정안 심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당장 이달이 지나면 구글 정책이 적용된다. 이에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 발표 이후의 국내 대응 전개과정과 현황, 정책 도입에 따른 후폭풍 등을 다각도로 조망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구글이 오는 10월부터 디지털 콘텐츠 관련 앱에 대해 자사 인앱 결제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7월부터 결제수수료를 30%로 인상하는 상황에서 결제 방식까지 의무화될 경우 디지털 콘텐츠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막대할 전망이다. [사진=아이뉴스24 DB]
구글이 오는 10월부터 디지털 콘텐츠 관련 앱에 대해 자사 인앱 결제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7월부터 결제수수료를 30%로 인상하는 상황에서 결제 방식까지 의무화될 경우 디지털 콘텐츠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막대할 전망이다. [사진=아이뉴스24 DB]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오는 10월부터 구글이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인앱결제(앱 내에서 앱 마켓을 통해 결제하는 방식) 의무화를 시행하겠다고 못박은 가운데, 현실화될 경우 웹툰·웹소설 등 국내 디지털 콘텐츠 업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까 우려된다.

결제 수수료가 30%로 일괄 인상되면서 기본적으로 앱 내에서 결제하는 콘텐츠의 가격이 오른다. 타 결제 수단이 막혔기에 우회할 수도 없다. 이에 따라 생태계 자체가 흔들리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작가들에게 피해가 전이된다.

웹툰·웹소설업계는 물론 콘텐츠를 생산하는 작가들 역시 일제히 성명서를 내고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에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당장 자신들의 피해도 물론이거니와, 생태계 사슬의 끝단에 위치한 소비자 역시 부담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협·단체 일제히 '반발'…"부작용 반드시 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한국웹소설산업협회·한국만화가협회·한국웹툰작가협회·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대한출판문화협회 등 콘텐츠 관련 협·단체들은 일제히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제출했다. 한국웹소설협회 등 다른 협·단체들에서도 추가로 입장문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일제히 수수료 인상에 따른 콘텐츠 가격 인상으로 독자의 부담이 늘어나고, 이는 고스란히 창작자에게 전가된다고 강조했다. 대다수 웹툰·웹소설 플랫폼은 편당 결제 모델로 콘텐츠 한 편을 볼 때마다 이용권을 하나씩 내야 하는데, 구글의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이용권 구매 가격이 수수료 인상분, 혹은 그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즉, 이용자들이 결제수수료 인상분만큼의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미 30%의 수수료로 인앱 결제 의무화를 시행 중인 애플의 경우 각종 결제대금이 안드로이드 대비 높다. 비용 부담이 늘어난 독자들이 웹툰·웹소설 소비를 줄이면 이는 결국 업계에 타격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플랫폼사들은 그간 자사 웹페이지를 통해 웹 결제를 할 수 있는 연결 링크를 앱 내에 제공해 왔다. 10월 이후에는 앱 내에 연결 링크를 제공하는 것도 금지된다. PC 등을 통한 웹 결제는 가능하지만, 웹툰·웹소설 이용자들의 절대 다수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대다수 이용자들은 인상된 가격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웹소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가 현실화될 경우 결국 주요 웹소설 플랫폼들은 매출을 현상 유지하기 위해 최대 40%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업체들의 매출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글 인앱 결제 강제 논란 관련 일지 [사진=아이뉴스DB]
구글 인앱 결제 강제 논란 관련 일지 [사진=아이뉴스DB]

◆ 구글정책 '조삼모사'…수용하면 '소탐대실'

거센 반발에 부딪치자 구글도 한 발 물러섰다. 연 100만달러(약 11억원) 미만 업체는 결제수수료를 15%로 깎아 주겠다고 발표한 것.

다만, 업계의 볼멘 소리는 더 커졌다. 웹툰협회는 성명서에서 "연 매출 100만달러 미만의 영세업체 수수료 인하 방침을 상생안으로 포장했지만 실제 국내 웹툰 연재 플랫폼 중 연 매출 100만달러 미만 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대다수 디지털 콘텐츠들이 중·대형 플랫폼 위주로 연재되는 현실을 고려치 않았다는 항변이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수수료 부담이 늘어난 플랫폼 업체들이 비용 부담을 창작자들이나 중소 매니지먼트(CP)에 전가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수수료 부담 증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플랫폼 업체들이 이 같은 수익 배분 정책을 강행한다면 창작자와 CP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이중고다.

또 다른 웹툰업계 관계자는 "구글 인앱 결제 강제로 플랫폼 업체들이 작가들이 받는 일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작가들 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 인상의 부작용으로 불법 다운로드 행태가 만연할 수도 있다. 콘텐츠 비용 부담이 늘어난 소비자들이 콘텐츠 소비를 위해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적법하지 않은 방식을 택할 수 있다는 것.

한국웹소설산업협회가 성명서에서 "콘텐츠 결제가 줄어들면 창작자 수입이 감소하고 신규 콘텐츠나 신인 작가의 등장·육성 속도를 급격히 늦추게 된다"며 "급기야 불법 유통이 활개치며 산업 자체를 송두리째 위협할 것"이라 지적한 이유다.

출판업계의 경우 도서정가제의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도서정가제가 적용되는 출판물은 어떤 식으로든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돼야 하는데, 인앱결제가 의무화되면 앱에서는 본래 가격보다 비싸게 구매할 수밖에 없어 도서정가제 위반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박용수 대한출판문화협회 상무는 "미국·유럽과 달리 한국은 스마트폰 위주로 전자책 시장이 형성됐기에 그만큼 인앱결제 의무화 영향이 크다"며 "그만큼 도서정가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추가 수수료 부담만 1천500억원 이상…국회 '수수방관'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가 디지털 콘텐츠 업계 전반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은 수치상으로도 잘 나타난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가 지난 2월 발간한 구글 수수료 정책 변화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의 수수료 정책 변화 시 비게임 분야에서 한 해 동안 최대 1천568억원의 추가 수수료 부담액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증가율로 따지면 전년 동기 대비 54.6%에 달한다.

보고서는 "모바일 앱·콘텐츠 기업들은 수익 구조 악화로 인해 신규 개발·업그레이드를 위한 재투자가 감소할 것이며 회사 경쟁력 약화 등의 애로사항에 노출됐다"며 "소비자가 인상, 그에 따른 소비자 구매 의욕 감소, 이로 인한 시장 정체 및 둔화 등 국내 모바일 앱·콘텐츠 산업 및 생태계 발전과 성장에 위협 요인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짚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TBS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청구권 상정이 수용되지 않는 데 반발하며 퇴장했다.  [사진=뉴시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TBS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청구권 상정이 수용되지 않는 데 반발하며 퇴장했다. [사진=뉴시스]

이처럼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보니 각종 협·단체들은 입을 모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구글 인앱 결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소관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최근 불거진 정쟁을 우선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6월을 넘길 경우 사실상 법안 통과를 위한 소위가 열리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 결국 법안이 좌초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한출판문화협회 등 일부 협·단체들은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콘텐츠산업진흥법 개정안'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개정안은 앱 마켓 사업자가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행위 기준을 구체화하고, 이에 대한 실태조사 근거를 마련해 콘텐츠사업자와 이용자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해당 법안 역시 '구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라고 명명됐다.

업계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가 저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인규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장은 "게임의 경우 자체 앱을 만들어서 직접 이용자들과 소통할 수 있지만 웹소설·웹툰 작가들은 사실상 플랫폼이 아니면 독자들에게 접근할 수 없으니 그만큼 플랫폼의 움직임에 더욱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이제 겨우 콘텐츠 산업이 날개를 펴나 싶었는데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암초가 등장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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