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미래 메타버스] ① 성큼 다가온 "레디 플레이어 원"…기회의 땅 될까


현실·가상 넘나드는 새로운 시대…각 기업·정부, 미래선점 디지털 전쟁 치열

영화 속에서만 가능할 것 같았던 가상현실 공간 '메타버스'가 어느새 현실로 바짝 다가왔다. 인터넷 세상이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업무, 모임, 취미활동, 쇼핑, 공연 감상 등 다양한 현실 활동이 구현되고 있어서다. 인터넷을 넘어선 '인류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메타버스 시장은 이제 소통을 넘어 소비와 생산이 선순환하는 '경제 활동'의 한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세계적 트렌드로 떠오른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일찌감치 치열한 경쟁에 나선 만큼, 아이뉴스24는 '메타버스'의 현 상황과 전망을 7차례에 걸쳐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한 장면. 주인공 웨이드가 VR 헤드셋을 쓴 채 가상현실(VR) 게임인 '오아시스'에 접속한 모습. [사진=네이버 캡처]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 황폐화된 거리. 컨테이너 박스가 켜켜이 올려진 빈민가 풍경. 식량 파동으로 황폐하게 변해버린 2045년 지구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는 오직 가상현실(VR) 게임인 '오아시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속의 주인공 웨이드는 VR 헤드셋 안에 펼쳐진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친구를 만나고, 게임을 하고, 돈을 벌고, 휴가를 가고, 쇼핑을 한다. 여기에 햅틱 수트를 입고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걸을 때 현실과 가상의 경계는 어느새 모호해져 버린다. 웨이드가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자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표현한 것만 봐도 충분히 공감되는 대목이다.

실현되지 않을 것 같았던 영화 속 '오아시스'는 어느샌가 우리 삶으로 녹아들고 있다. 현실판 '오아시스'를 연상케하는 플랫폼 '로블록스(Roblox)'가 그 예다. 메타버스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로블록스에선 사용자들이 아바타를 통해 소통하고 직접 게임을 만들어 놀 수 있다. 게임 속 화폐인 '로벅스'로 아이템을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 돈으로도 환전 받을 수도 있다.

이에 미국에선 이미 유튜브와 틱톡을 제치고 1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이 됐다. 16세 미만 청소년 중 55%가 로블록스를 쓸 정도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조치로 하루 평균 접속자 수는 2019년 1천900만 명에서 2020년 3천700만 명으로 두 배가량 뛰었다. 일일 플레이 시간도 1년 새 20% 늘었으며 게임 아이템 매출도 40% 올랐다. 덕분에 로블록스의 몸값도 지난해 40억 달러에서 1년 사이에 295억 달러로 7배 넘게 뛰었다.

'로블록스'는 미국에서 유튜브와 틱톡을 제치고 1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이 됐다. [사진=로블록스 홈페이지]

'로블록스'의 빠른 성장세에 힘입어 각국 정부와 기업들도 최근 '메타버스'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쳐 만든 단어로, 기존에 현실 세계와 단절됐던 가상 세계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개념이다. 지난 1992년 출간된 공상과학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처음 나왔던 단어로, 최근 들어 기술이 발전함과 동시에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1일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메타버스 관련 가상현실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455억 달러에서 오는 2030년 1조5천429억 달러로 고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역시 오는 2035년 메타버스 시장 규모를 315조 원으로 전망할 정도로 성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타버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놀라울 정도로 큰 산업 성장성 때문"이라며 "XR(AR·VR·MR을 아우르는 가상융합기술) 시장 규모가 3년 후 6~10배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정도의 성장률이라면 텐배거(10배 수익) 종목을 찾을 수 있는 기회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0월 자사 'GTC(GPU 기술 콘퍼런스)'에 참석해 "인터넷의 뒤를 잇는 가상현실 공간인 '메타버스' 시대가 오고 있다"며 "미래의 메타버스는 현실과 아주 비슷할 뿐 아니라 SF소설 '스노 크래시'처럼 인간 아바타와 AI(인공지능)가 그 안에서 함께 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페이스북,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들은 최근 메타버스 시장에 앞 다퉈 진입하고 있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이 같은 분위기 탓에 페이스북,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앞 다퉈 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자회사 네이버제트를 통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 중인 네이버를 비롯해 통신·게임·유통·광고 등 국내 다양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메타버스를 업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대차가 VR 헤드셋을 쓰고 가상세계에서 해외 지사 직원들과 신차 품평회를 열어 의견을 공유한 것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기업 로레알코리아는 가상현실 채용관 '디지털 캠퍼스'를 통해 직원 채용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SM엔터테인먼트도 최근 걸그룹 에스파의 신곡 '넥스트 레벨'을 공개하며 실제 멤버 4명과 아바타가 함께 공연하는 영상을 선보여 높은 관심을 받았다.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인 직방은 지난 2월 오프라인 사무실을 닫고 메타버스 플랫폼인 '개더타운'으로 회사를 옮겼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는 아직까지 현실을 묘사한 수준으로, 실재감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다만 실재감이 완벽하게 구현될 경우 가상세계와 현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신중하게 다가갈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통령 후보 시절 닌텐도 '동물의 숲'에서 선거 유세에 나섰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CNN 캡처]

코로나로 많은 사람과 만나기 어렵게 된 정치인들 역시 메타버스로 눈을 돌렸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찌감치 가상현실을 잘 활용해 주목 받았다. 대통령 후보 시절 '모여봐요 동물의 숲' 게임 속에 선거 사무소를 차려놓고 자기를 닮은 아바타의 모습으로 선거 유세를 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어린이날 때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 속에서 가상의 청와대를 만들고 어린이들을 초대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와 관련해 최근 좋은 콘텐츠들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본격적인 각성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커머스를 비롯한 일상 영역도 메타버스가 대안인 것을 기업들도 이미 알고 있는 만큼 이를 플랫폼화 하려는 움직임들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메타버스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오자는 취지로 최근 기업들과 손잡았다. 지난 18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XR 수요·공급기업과 이동통신사, 방송·미디어사 등 관련 산업 기업들과 유관기관이 참석하는 '메타버스 얼라이언스'가 출범했다. 현대차, 네이버랩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J ENM 등 20여 개사가 참여하는 메타버스 동맹은 VR·AR 등 XR 디바이스 기술 확보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조경식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메타버스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뒤를 잇는 차세대 플랫폼 혁명으로 하나의 큰 기업이 독점하는 공간이 아닌 여러 기업과 주체가 공존하며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며 "민간 주도의 메타버스 얼라이언스 출범이 의미가 크며 협력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는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초기 단계로, 향후 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는 핵심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변곡점에서 각국 정부와 다양한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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