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에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롯데가 제외돼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는 이번 방미 경제사절단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화학, 관광서비스 분야에서 활발한 미국 투자를 진행해 왔다.
지난 2011년 미국 알라바마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생산기지 투자를 시작으로 롯데케미칼, 롯데면세점, 롯데호텔,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상사 등 5개사를 통해 총 4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했다. 사실상 전임 정부인 트럼프 대통령시절에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당장 추가 투자의 필요성이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 길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등 4대 그룹 주요 기업인들이 동행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
또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우리 대기업들은 미국에 44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국과 협업에 나설 것이란 계획을 발표해 바이든 대통령의 찬사를 받았다.
◆ 재계, 미국에 44조 통큰 투자
삼성전자는 신규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구축에 170억 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 현지에 최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라인 증설을 검토 중으로, 기존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주최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미국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조만간 구체적인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양국 경제에 기여하고,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통해 미국 기업과 동반성장하며 혁신에 활로를 찾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 신설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는 김 부회장 외에 최태원 SK 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등이 자리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미국 내 전기차, 수소협력,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해 74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17일 GM과 미국 테네시주 배터리 공장 설립을 공식 발표한 상태로, 양사 합작법인인 '얼티엄 셀즈'를 통해 제2합작공장에 총 2조7천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또 2025년까지 미국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해 독자 배터리 공장 2곳도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하이닉스와 이노베이션을 앞세워 대미 투자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AI), 낸드 솔루션(NAND Solution)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해 10억 달러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 설립 계획을 밝혔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일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전기자동차(EV)용 배터리셀 생산을 위해 6조원 규모의 합작법인(JV)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 외에도 3조원 규모의 3·4공장 추가 건설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이같은 투자 발표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수요를 잡겠다는 이유가 크다"면서도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강화를 내세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선제 대응의 성격도 짙다"고 평가했다.

◆ 40억달러 대미 투자 롯데…추가 투자 나올까
지난해까지 총 40억 달러 이상 미국에 투자한 롯데그룹이 문재인 대통령 방미 후 추가 투자가 이어질 지 주목되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9월 코로나19 상황 임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애틀에 호텔을 개관하기도 한 바 있다.
롯데는 지난 2011년 미국 알라바마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생산기지 투자를 시작으로 롯데케미칼, 롯데면세점, 롯데호텔,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상사 등 5개사를 통해 총 4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했다.
특히 지난 2016년 6월 착공한 미국 에탄크래커(ECC) 공장은 3년여 만인 지난 2019년 5월 준공식을 갖고 상업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는 아시아 석유화학사 최초 북미지역의 셰일가스 에탄 크래커사업 진출 사례로, 총 사업비는 31억 달러에 달했다.
당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백악관에 불러 대미 투자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한 달여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방한했을 때 한국 경제인 간담회에 참석한 신 회장을 지목해 "매우 훌륭한 일을 하셨다. 신 회장은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하고 31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강조하며 두 번이나 "매우 감사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후 신 회장은 "추가적인 대미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지난 2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추가 투자에 대한 부분은 언급해 관심을 끌었다.
당시 롯데케미칼은 "미국 석유화학 관점에서는 수급 균형 상태를 이행할 것으로 보여 큰 원가부담 생길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신규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면서 당사 같은 기존 사업자에게는 플러스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회사는 현재 기존의 에탄 크래커 증설과 하부 폴리에틸렌 증설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롯데는 사업 포트폴리오상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 등 이른바 첨단 비즈니스와 거리가 멀어 보이기도 하지만 영위하고 있는 나름의 분야에서 해외 진출과 신사업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수소, 배터리 등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 등 해외 시장 확대에도 향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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