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유명 지식재산권(IP)을 좇는 게임업계의 트렌드가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
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올해 하반기 중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 IP를 접목한 신규 게임 '배틀그라운드: 뉴 스테이트'와 함께 조만간 또 다른 '배그' IP 게임도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 '프로젝트 카우보이'라는 신규 프로젝트에 참가할 인력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회사 측은 프로젝트 카우보이에 대해 "해당 게임은 오픈월드를 바탕으로 한 슈팅 게임으로 이용자들의 갈망에 의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기존 '배그'와 '배그 모바일'은 물론 배그 IP로 개발되는 두 게임까지 출시 준비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펍지(PUBG) 유니버스'로 확장하는 모양새다.
넷마블은 하반기 신작 중 하나로 '쿵야' IP를 활용한 '머지 쿠야 아일랜드' 출시를 예고했다. 개발사인 넷마블엔투는 '쿵야' 시리즈에 여러 캐릭터를 추가해 '쿠야'라는 이름을 붙였다. 넷마블에 따르면 여러 오브젝트를 합쳐 새로운 오브젝트를 만들어 내고 이를 토대로 섬을 꾸미는 콘셉트의 머지류 게임이다.
'쿵야'는 지난 1998년 넷마블에서 개발한 캐릭터로 2001년 '캐치마인드'를 시작으로 '야채부락리'·'쿵야 어드벤처' 등 다양한 게임에 활용됐다. 넷마블에서 '쿵야' IP를 활용한 게임을 새로 출시하는 것은 지난 2019년 '쿵야 캐치마인드' 이후 2년 만이다.
넥슨 역시 인기 IP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를 신작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던파' 개발사인 네오플은 현재 '던파 모바일'을 비롯해 '프로젝트BBQ', '던파 듀얼', '오버킬' 등 복수의 게임을 개발 중이다. '프로젝트BBQ'와 '던파 모바일'은 원작의 스토리를 변주해 재구성한 게임이며 '던파 듀얼'은 '던파' 캐릭터를 활용한 2D 대전격투 액션게임이다. '오버킬'은 3D 그래픽을 활용한 액션 게임으로 원작과 마찬가지로 횡스크롤 방식을 채택했다.
이들 외에도 주요 게임사들이 기존 IP를 활용한 신작을 다수 예고했다. 엔씨소프트는 상반기 중 '블레이드앤소울'의 후속작 '블레이드앤소울2'를 출시할 예정이며 컴투스 역시 '서머너즈 워' IP를 활용한 MMORPG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을 올해 말 내놓는다.
넥슨은 이와 함께 '카트라이더' 후속작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출시를 예고했으며 넷마블은 하반기 중 '세븐나이츠' IP를 접목한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이 출시 대기하고 있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인기 IP 재활용은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넥슨 '바람의나라:연', 넷마블 'A3: 스틸얼라이브', 웹젠 'R2M'·'뮤 아크엔젤',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오리진' 등이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해 흥행에 성공했다. 이들은 지난해 모두 '2020 게임대상' 후보작에 올랐고 모바일 게임 대상 후보 11개 중 5개가 기존 IP를 활용한 게임으로 이뤄졌다. 그 해 넥슨 'V4'가 게임 대상을 받은 가장 큰 이유로 다른 후보작과 달리 신규 IP를 토대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이 꼽혔을 정도였다.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를 봐도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이날 기준 톱10 중 4개가 중국 게임인 가운데 나머지 국내 게임 6개 중 'V4'를 제외한 5개가 기존 IP를 접목한 게임들이다. 특히 지난 20일 출시된 엔씨 '트릭스터M'은 출시 나흘 만에 구글 플레이 매출 3위에 올랐다. '트릭스터M' 역시 기존 PC 온라인 게임 '트릭스터' IP를 활용했다.
검증된 IP를 활용하면 마케팅 비용도 절감되고 기존 게이머들을 끌어오기도 상대적으로 쉽다. 게임사들이 지속해서 유명 IP를 내세우는 이유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 게임사들도 기존 IP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이를 접목한 게임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특히 MMORPG 장르에서 이런 분위기가 뚜렷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 게임사는 게임이 실패할 시 자칫 존폐 위기에 몰릴 수 있다"며 "가능하다면 검증된 IP를 활용해 리스크를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IP 재활용을 위주로 한 신작 출시만 반복된다면 그만큼 신규 IP 발굴에 대한 게임사들의 도전 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규 IP를 토대로 한 게임이 실패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는 있지만 새로운 성공 활로를 찾을 가능성도 결국 신규 IP 개발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주요 게임사들의 IP 발굴에 대한 지나친 보수화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부 게임사들이 신규 IP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게임사 입장에서는 검증된 IP를 통해 일단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욕구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변화하는 트렌드를 게임사들이 앞으로 선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짚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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