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지금은 과학] 전기 통하는 부도체? 양자역학 계산오류 밝혔다


UNIST-막스플랑크연, 이황화탄탈럼 저온 부도체성 이론으로 입증

박노정 UNIST 교수(오른쪽)와 마무트 오카야이 연구원 [UNIST 제공]
박노정 UNIST 교수(오른쪽)와 마무트 오카야이 연구원 [UNIST 제공]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TaS2(이황화탄탈럼)은 도체일까 부도체일까? 이론물리학자들은 도체라고 주장하고, 실측 연구자들은 절대온도 200K 이하에서는 부도체라고 주장해 왔다. 양자역학 표준이론의 계산법으로는 도체일 수 밖에 없는데, 실제로 측정해 보면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인 물질이 존재해 온 것이다.

UNIST 물리학과 박노정 교수팀은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와 공동연구로 TaS2의 전기전도도를 예측하는데 쓰여 온 양자역학 계산법의 오류를 발견하고, 새로운 계산법을 통해 이론적으로도 저온(200K이하) 상태의 이황화탄탈럼은 부도체임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로써 물리학계의 40년 묵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결과는 물리학 분야의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5월 13일자로 온라인 공개됐다. (논문명: Identification of Mott insulating CDW state in TaS2)

 이황화탄탈럼의 부도체성 계산 입증 (a) TaS2가 저온에서 육각별 모형의 전하밀도파를 형성한 단면. (b) TaS2이 저온상을 도체로 기술하는 기존의 계산방법. (c) 본 연구에서 밝혀낸 오류를 보정한 후 새롭게 계산해 TaS2가 부도체임을 보여주는 결과. 화살표가 있는 자리에 끊어진 선이 모트(Mott) 부도체성을 나타낸다. [UNIST 제공]
이황화탄탈럼의 부도체성 계산 입증 (a) TaS2가 저온에서 육각별 모형의 전하밀도파를 형성한 단면. (b) TaS2이 저온상을 도체로 기술하는 기존의 계산방법. (c) 본 연구에서 밝혀낸 오류를 보정한 후 새롭게 계산해 TaS2가 부도체임을 보여주는 결과. 화살표가 있는 자리에 끊어진 선이 모트(Mott) 부도체성을 나타낸다. [UNIST 제공]

◆밀도범함수이론으로 계산한 이황화탄탈럼은 도체, 실측 결과는 부도체

이황화탄탈럼(TaS2)은 상온에서는 전기가 잘 흐르는 도체지만 절대온도 200K 이하에서는 전기가 안 통하는 부도체로 바뀐다. 이런 물질을 상전이물질이라고 한다.

물리학자들은 이러한 물질의 특성 차이가 전자의 위치와 밀도에 따른다고 본다. 전자의 위치와 밀도만 알아내면, 이 물질이 특정 상태에서 실제로 존재 가능한지, 존재한다면 어떤 특성을 띌지 등을 알아낼 수 있다. 이를 계산하는 가장 일반적인 양자역학적 계산법이 밀도범함수이론(Density functional theory)이다.

이황화탄탈럼은 지난 40여 년간 여러 각도에서 많은 물리학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작은 온도 변화에도 전도성 및 초전도성에 민감한 변화를 보여 센서, 메모리 등 다양한 응용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절대온도 200도 이하에서 도체인지 부도체인지에 대한 명확한 결론이 없는 채로, 많은 연구자들이 서로 상반되는 결과를 제시해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실측결과로는 부도체이지만, 표준이론으로 이 물질은 도체였다. 전도도를 측정해 왔던 연구자들은 부도체라고 주장해 왔으며, 이론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에 기반한 이론예측 값을 근거로 도체라고 주장해 왔다.

밀도범함수이론은 전자의 위치와 밀도를 알 수 있는 양자역학 이론 계산법이다. 전자의 흐름인 전기전도도 또한 이를 통해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이론은 수많은 전자를 하나의 입자계로 치환하는 단순화를 거친 것이라, 양자역학적으로 특이한 상태를 기술해 내기 위해서는 표준 방정식 외에도 오류를 줄이기 위한 또 다른 계산법들을 정교하게 접목하는 과정을 거친다.

연구진은 이렇게 계산 오류를 줄이기 위해 발전해 온 기존의 표준적인 계산법이 TaS2 와 같이 '전하밀도파(Charge Density Wave)'가 형성된 상태에서는 오류를 초래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전하밀도파는 여러 원자가 하나의 덩치로 뭉쳐 하나처럼 움직이는 상태다. 연구팀은 "계산법을 구성하는 배경이론의 문제라기보다는 실제의 물질에 적용을 할 때, 전하밀도파 상태의 파동함수 모양에 대한 고려를 간과한 것이 오류의 원인이 됐음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를 수정해 여러 원자들이 뭉쳐서 하나의 원자처럼 거동하는 상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하고, 이 방법론을 사용해 TaS2는 절대온도 200K에서 특수한 부도체 형태인 '모트(Mott) 부도체' 상태에 있음을 증명했다. 일반 부도체를 전자가 움직이는 길 자체가 없는 물질로 비유한다면, 모트 부도체는 전자가 흐를 길은 있지만 징검다리처럼 생긴 전자길 안에 전자가 꽉 채워져 움직일 수 없는 형태의 물질이다.

박노정 교수는 “이번 연구로 고체를 구성하는 수많은 전자 간의 상관관계에 따른 변화를 밝혀내는 양자역학 계산법의 새로운 진전을 이루어냈다”면서 “온도와 압력 등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전이 특성을 메모리와 센서 등 전자 기기에 응용하는 기반 기술로 개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독일 막스프랑크 물질구조동력학연구소 안젤로 루비오(Angel Rubio) 소장, 신동빈 박사, 진 짱(Jin Zhang) 박사, 니꼴라 따콘 드젱(Nicolas Tancgone-Dejean)연구원, UNIST 물리학과 마무트 오카야이(Mahmut Okyay) 연구원과 함께 수행됐다. 신동빈 박사는 UNIST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독일 훔볼트 장학 재단으로부터 2년간 장학금을 지원받는 훔볼트 연구원 자격으로 막스프랑크 연구소에 재직 중이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지금은 과학] 전기 통하는 부도체? 양자역학 계산오류 밝혔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