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초점] 치솟는 집값에 전세난까지…신혼부부들, "대출도 어려워"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 장벽 높아 실효성 의문…자금 부담에 혼인건수 '뚝뚝'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오는 8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혼부부 30대 황모 씨는 새 가정을 꾸린다는 기쁨보다 당장 결혼 후 살 곳을 구하느라 최근 고민이 많아졌다. 집값뿐만 아니라 전셋값까지 치솟아 준비된 자금 내에서 집을 구하기가 어렵고, 신혼부부 전세 대출마저 까다롭기 때문이다.

황씨는 "나름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고 꾸준히 저축했지만 전셋값이 너무 올라 역에서 멀리 떨어진 빌라를 찾을수 밖에 없다"며 "부부합산 연 소득이 신혼부부 대출에 맞지 않아 이율 높은 전세대출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더욱 부담스럽다. 남들은 영끌해서 집을 산다고 하는데 영끌해서 전세도 얻기 힘든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지속해서 오른 집값에 임대차법 도입 등의 영향으로 전세난까지 발생하자, 신혼부부들의 내 집 마련 꿈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집을 마련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셋값도 오르는 분위기에 주거난은 심화하고 있다.

11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11억1천123만원으로, 지난 3월(10억9천993만원)보다 1천130만원 올라 11억원을 넘겼다. 이는 KB국민은행이 해당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최고 가격이다.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지난 2017년 3월 6억17만원으로 처음 6억원을 돌파한 뒤 1년 7개월 만인 2018년 10월(8억429만원) 8억원을 넘어섰고, 그 뒤로 1년 5개월 후인 지난해 3월(9억1천201만원) 9억원을 돌파했다.

수도권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경기도의 평균 아파트값은 5억1천161만원으로 처음 5억원을 넘어섰다. 경기도 평균 아파트값은 지난 2016년 1월 3억1천104만원으로 처음 3억원을 넘긴 뒤 4억원(지난해 7월 4억806만원) 돌파까지는 4년 6개월이 걸렸는데, 이후 불과 9개월 만에 1억원이 올라 5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전셋값 상승세는 누그러졌으나 여전히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 3월 처음 6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달 6억1천4만원으로 442만원 올랐다. 전월 733만원 오른 것과 비교하면 오름폭은 줄었다.

강남 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2월 평균 7억원 돌파에 이어 지난달 7억1천4만원으로 더 올랐고, 강북 지역(한강 이북 14개 구)은 평균 4억9천627만원으로 5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신혼부부를 위한 제도 맞나?

최근 서울 수도권 지역에서는 이미 고점에 도달한 집값이 보합 내지 소폭 상승률이 하락하는 분위기를 보이나, 일반 신혼부부들이 들어가기에는 장벽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전셋값마저 오르고, 매물도 희소해지자 자금 부담이 커진 신혼부부 혼인율은 줄어들고, 초혼 평균나이도 점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남자의 평균초혼연령은 남자 33.2세, 여자 30.8세로 전년 대비 남자는 0.1세 하락, 여자는 0.2세 상승했다. 남자의 경우 지난 1990년 이후 연령 상승세가 처음으로 감소 전환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21만4천 건으로 지난 2019년의 23만9천200건보다 2만6천 건(-10.7%) 감소했다. 혼인은 지난 2012년 이후 9년 연속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김수영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혼인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결혼 주 연령층인 30대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고, '결혼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점차 낮아지는 등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다"며 "주거비나 고용 등 결혼 관련 경제적 여건이 변화하고 있어 결혼을 미루거나 안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가 신혼부부들의 주거지원을 위해 운영하는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 제도가 맞벌이에 나서는 신혼부부들에게는 사실상 유명무실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임금직무정보시스템에 따르면 30~39세 남성 평균 연봉은 4천464만원, 30~39세 여성 평균 연봉은 3천867만원이다. 남녀 합산 평균 연봉은 8천3백31만원인데, 신혼부부 전세대출은 부부합산 연 소득 6천만원 이하여야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예비 신혼부부인 황씨는 "결혼을 앞두고 신혼부부 전세 대출을 받기 위해 혼인신고를 먼저 했지만, 신혼부부 대출 부부합산 연 소득 6천만원 이하 문턱에 걸려 결국 대출을 받지 못했다"며 "맞벌이를 하지 않고는 생활이 힘든데, 이렇게 되면 신혼부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상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신혼부부 전용 전세자금 대출 대상과 금리. [사진=주택도시기금]
신혼부부 전용 전세자금 대출 대상과 금리. [사진=주택도시기금]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돼"…대출 제한된 주택들

전세자금이 부족한 신혼부부에게 전세자금을 대출해 주는 '신혼부부전용 전세자금'은 주택도시기금에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부부합산 연 소득 6천만원 이하, 순자산가액 2억9천2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 신혼부부(혼인기간 7년 이내 또는 3개월 이내 결혼예정자)가 대상이다.

대출금리는 연 1.2%~2.1%로, 대출한도는 수도권 2억원, 수도권외 1억6천만원 이내다. 임차보증금의 80% 이내까지 가능하다. 대출기간은 2년으로 4회 연장이 가능해 최장 10년까지 이용할 수 있다.

부부합산 연 소득이 7천만원 이하에 해당해 최대 2억원까지 가능한 전세대출을 받는다 하더라도 서울 기준 전세매물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서울 기준 아파트 전셋값은 구축 단지가 최소 4~5억원으로, 이 경우 신혼부부가 전세자금 대출을 받더라도 현금 또는 신용대출로 2~3억원을 마련해야 아파트 전세로 들어갈 수 있다.

이에 빌라나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는 신혼부부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자금에 맞는 저가 빌라를 찾게 되면 자연스레 외곽지역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어 생활의 불편함, 주차난 등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오피스텔 역시 일반 아파트나 빌라보다 관리비 부담이 크고, 비교적 공간이 좁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신혼부부 전세대출은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라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주택 및 준주택 임차만 지원할 수 있다. 주택법상 주택 및 준주택에 포함되지 않는 생활숙박시설 등의 경우 대출 지원이 불가하다.

특히, 신혼부부들이 많이 고려하는 주택 유형인 다가구와 다세대의 경우 대출 규제가 더 까다롭다. 다가구 대부분은 전세 대출이 어렵다. 다가구는 한 호수가 아니라 건물 전체의 융자가 깨끗해야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다가구와 다중주택 중 1가구의 일부분을 임대차하는 경우에는 대출이 취급되지 않는다. 단, 세대가 분리돼 있고 출장복명서를 통해 독립된 주거공간(출입문 공유 포함)으로 확인된 경우에는 가능하다.

구분 등기된 다세대는 대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반인이 외관만을 보고 구분하기 어려워 등기부등본 확인이 필수다. 또한, 전셋집에 근저당 설정이 있거나, 권리침해(압류, 가압류, 가등기, 가처분, 경매 등)가 있는 경우에도 대출받을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 잔금 지급 시 근저당 말소가 가능하다면 계약서 특약 조항을 맺어, 전세금을 받아 대출을 상환하고 근저당을 말소하는 경우라면 가능하다"며 "그러나 대다수 다세대, 다가구는 수십 개의 방을 임대 놓기 위해 집주인이 수억에서 수십억원대의 대출을 받아 건물을 매입 또는 리모델링을 진행하는데, 전세금으로만 건물의 근저당을 해소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초점] 치솟는 집값에 전세난까지…신혼부부들, "대출도 어려워"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