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포스코 노동자 3명은 자신이 근무한 곳에서 관련 질환이 생겼고 산업재해를 인정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 급여를 신청했다. 근로복지공단 질병판정위원회는 3건에 대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고 판정했다.
반면 포스코는 3명의 요양 급여 신청에 대해 “오랫동안 흡연을 한 뒤 금연했거나 당뇨 등 지병이 있었다”는 등 직업 환경과 관련 질환은 연관성이 없다는 ‘발뺌식’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첫 번째 사례, 악성 중피종 진단
첫 번째 사례는 악성 중피종(흉부와 복부 외벽에 붙어 있는 중피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었다. 포스코 직원이었던 A 씨는 38년 동안 발전설비, 운전, 정비업무에 종사한 정규직 사원이었다. 코크스(점결탄을 고온으로 가열해 휘발 성분을 제거, 구멍이 많은 고체 연료), 석탄, 용광로 가스와 보온재(석면 함유) 정비 등 많은 분진 등에 노출되는 업무에 종사했다.

지난해 6월 병원에서 흉강경 조직검사를 통해 악성 중피종 진단을 받았다. A 씨는 “분진이 많이 발생하는 곳에서 오랫동안 관련 업무를 하다 보니 관련 질환에 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보일러 반의 경우 초기에 3조3교대 근무했고 작업환경측정 결과 악성 중피종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항목이 없다”고 반박했다.
A 씨와 포스코의 입장을 모두 들은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측은 “악성 중피종은 석면과 관련성이 잘 알려져 있다”며 “보일러공, 기계정비공으로 근무하면서 보온재 석면에 노출이 있었다고 판단되고 악성 중피종 진단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기에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고 판정했다.
◆두 번째 사례, 폐암 진단받았는데 포스코 측 “흡연 이력 20년 있었다”
B 씨의 사례는 폐암이 발병한 경우이다. B 씨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관련 질환이 발생했다. 1983년 포스코에 입사했고 약 7년 동안 포항 화성부 코크스 공장 선탄계 수송반에서 근무했다. 이후 광양 코크스 공장 수송반에서 근무하던 중 2015년 건강검진에서 폐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이상이 발견됐다. 2016년 8월 폐암 진단을 받았다.
35년 동안 제철소에서 석탄 수송부터 코크스 오븐 공장에서 근무하면서 결정형 유리 규산에 지속해 노출됐다는 것이다.

B 씨는 신청서에서 “석탄을 취급하는 작업 중 많은 분진이 발생하는데 집진설비 열악함과 보호장비 미비 등으로 분진에 그대로 노출됐다”며 “침이나 가래에 새까만 탄가루가 섞여 나오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입사 초기에는 안전보호구 지급품은 거의 없었고 개인이 준비한 방한 마스크가 전부였다고도 했다.
포스코 측은 “1997년부터 신청인은 고혈압 판정, 2016년 당뇨 주의를 받은 바 있고 과거 검진결과 등을 보면 약 20년 동안 흡연한 이후 금연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근무환경으로 발병했다고 볼 수 없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포스코 공장에서 유리 규산에 지속해 노출돼왔고 석면 사용이 확인돼 여기에도 노출됐다”며 “코크스 오븐 고정 주변에서 작업자 폐암 위험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고 적시했다.
이어 “유해물질 노출 수준이 발암에 충분한 양과 기간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점으로 판단했을 때 신청인의 폐암은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세 번째 사례, 폐섬유증·폐기종
1980년 포스코에 입사한 C 씨는 2007년까지 27년 동안 포항 코크스 공장 선탄계 수송반에서 근무했다. 27년 동안 코크스 공장에 근무하면서 석탄, 코크스 취급 등으로 분진과 발암물질, 유해물질에 지속해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C 씨는 병원에서 2020년 7월 고해상도 흉부 단층 촬영한 결과 폐섬유증, 폐기종 소견을 받았다.
포스코 측은 C 씨의 사례에 대해 “신청인이 근무한 장소에 대한 석탄분진 작업환경측정결과 법적 노출 기준보다 낮았다”며 “이런 것으로 봤을 때 업무수행과 관련해 발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대구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신청인은 약 29년 동안 코크스 공장 선탄계 수송반에서 근무하면서 석탄분진, 석면 등에 장기간 노출됐다고 판단된다”며 “현재 작업환경측정결과에서도 석탄분진이 상당 정도 측정되는데 신청인의 관련 질환 발병에 작업 환경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포스코 직업병과 관련해 신청인과 질병판정위원회의 의견을 보면 공통으로 확인되는 부분이 있다. 코크스 공장 등에서 분진과 석면 등에 오랫동안 노출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여전히 이 같은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질병판정위원회가 ‘지금도 작업환경측정결과 석탄분진이 상당 정도 측정된다’고 언급한 부분이다.
이는 지금까지는 ‘포스코 직업병’으로 인정된 사례는 3건에 불과한데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포스코 공장에서 발생한 집단 암과 관련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2023년까지 3년 동안 역학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역학조사를 통해 포스코 직업병의 규모와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위해 협력업체를 포함해 노사정이 함께 참여하는 철강산업 역학조사 전문위원회 등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제철소 현장을 잘 아는 노동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은 조사 구체성과 신뢰성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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