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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혹 떼려다 혹 붙인' 호텔신라…"난감하네"


김기병 롯데관광 회장과 소송서 패…'중견' 동화면세점 떠안을 위기

[아이뉴스24 신지훈 기자] 호텔신라가 동화면세점을 품어야 할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대기업 면세점이 중견·중소 시장에 침범하는 초유의 일이다. 이는 호텔신라와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 간에 벌어진 소송의 결과 때문으로, 호텔신라는 공정거래에서 벗어난 경영으로 비판을 마주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호텔신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사진=호텔신라]

◆ 김 회장 지분 매입한 호텔신라…왜

호텔신라와 김 회장의 갈등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호텔신라는 김 회장의 동화면세점 주식 19.9%를 600억원에 매입했다. 그러며 계약일로부터 3년 후 호텔신라가 해당 지분을 매도할 수 있도록 하는 매도청구권(풋옵션)도 체결했다. 만약 김 회장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위약책임으로 잔여 지분 30.2%를 추가로 내놓기로 했다.

이 같은 계약은 당시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며 이뤄졌다.

당시 롯데관광개발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할 정도로 위기에 내몰렸다. 김 회장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동화면세점 지분 일부를 매물로 내놨다. 그러자 면세사업 진출을 타진하던 신세계그룹이 인수를 희망했다. 동화면세점은 3대 명품 브랜드 매장을 보유한데다 국내 최초의 시내면세점이란 상징성까지 지닌 매력적인 매물이었다.

호텔신라 입장에서는 경쟁사가 쉽사리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게다가 당시 신세계그룹이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에 이어 동화면세점까지 인수할 경우 신라면세점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호텔신라가 신세계의 면세사업 진출을 방어하기 위해 김 회장의 동화면세점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2013년 관세법 개정으로 면세점 운영 특허가 대기업과 중견·중소로 나뉘며 대기업집단에 속한 호텔신라가 중견·중소로 분류되는 동화면세점을 품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관세법 개정과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가 잇따라 발급되며 호텔신라가 시장 진입을 막고자 했던 신세계도 특허권을 따내며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을 개점했다.

동화면세점 지분을 굳이 보유할 필요가 없어진 호텔신라는 2016년 풋옵션을 행사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고, 지분 30.2%도 내놓기로 했다.

◆ 호텔신라, 중견·중소 시장 침범할까

호텔신라는 결국 2017년 애초 김 회장 측에 동화면세점 지분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것 뿐이라며 김 회장을 상대로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호텔신라의 손을 들어줬다. 김 회장에게 78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법원은 계약 당시 호텔신라가 김 회장에 돈을 빌려줬다는 것 보다는 동화면세점의 경영권 취득 의사가 있었다고 봤다.

기존 매매대상주식(19.9%)과 담보주식(30.2%)을 합할 경우 전체 주식의 50.1%가 되도록 담보주식 양을 정해 무상 귀속 시키는 위약 규정은 호텔신라가 만들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봤다. 실제 당시 계약서에는 지분 투자를 포함해 향후 상황에 따라 경영권까지 호텔신라가 인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호텔신라는 최종 상고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호텔신라 측은 "2심 판결의 계약해석에 대한 법리적용에 이견이 있어 상고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3심 결과에 따라 호텔신라는 자칫 동화면세점을 떠안을 처지에 놓였다. 불가피하게 중견·중소 면세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이 같은 결과에 면세점 특허를 관리하는 관세청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향후 유권 해석을 통해 동화면세점의 특허를 유지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경쟁사의 면세시장 진출을 막고자 했던 호텔신라의 전략은 결국 패착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호텔신라 입장에서는 혹 떼려다 혹 붙이 상황"이라며 "호텔신라가 중견·중소 시장까지 침범했다는 비판을 마주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호텔신라가 3심 결과에 따라 동화면세점을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해 매각이 순탄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신지훈 기자(ga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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