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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르는 안철수… 합당 전 기싸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적극적인 조력으로 4·7 보궐선거 야권 압승 주역이라는 호평을 받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표면적인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대선국면 진입을 앞두고 국민의힘 합당 등 굵직한 현안을 남겨 둔 상황에서 대외적인 존재감 과시가 아니라 정제된 행보를 보여서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 대표는 보궐선거 이튿날인 8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 참석 후 공식 일정 없이 잠행에 들어갔다.

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야권의 체질 개선 조건으로 ▲혁신 ▲통합 ▲미래 ▲번영 등 네 가지 단어를 제시하면서 "야권의 혁신과 대통합, 정권교체라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또 "더욱더 강력하게 무능과 부패, 오만과 독선의 정권과 싸울 것"이라며 "야권을 지지하는 국민들과 정권을 교체해 대한민국이 번영하는 미래로 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안 대표는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합당 추진을 거론했다. 선거가 야권의 쾌승으로 마무리된 만큼 정치권 이목은 양당의 합당 논의 과정과 국민의당 지분 등에 집중되고 있지만 안 대표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안 대표는 국민의힘 합당 문제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난 100일을 돌아보고 내부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이 먼저"라며 "선거 과정과 의미, 민심 변화에 대해 살피는 시간을 가질까 한다"고 했다.

합당 추진 시점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여러 논의를 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전당대회 시기 조율이 아직 안 된 상태 아닌가. 국민의힘이 의견을 모으는 동안 우리도 그런 과정을 거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를 마치고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과 비공개 오찬 회동을 가졌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합당 시기와 방식 등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합당 관련 입장을 묻는 주 대행에게 '내부 의견 수렴이 먼저'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안 대표는 이번 주말도 공식 일정 없이 보낼 예정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주말 일정도 예정된 바가 없다"며 "비공식적으로는 선거 유세를 도와주신 분을 찾아 인사 정도 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안 대표의 향후 정치적 입지는 물론 당의 미래가 걸려있는 시기인 만큼 마냥 한가롭게 보낼 것으로 예단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보궐선거가 끝났으니 (안 대표의) 움직임은 과거보다 속도가 더 붙을 것 같다. 주말, 평일 가리지 않고 만날 사람은 만나지 않겠나"라면서도 "이태규(국민의당 사무총장) 등 실무선에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다만 안 대표가 이미 주 대행과 회동한 데다 합당 관련 입장 정리도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당장 실무선에서 만나더라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는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시도당 위원장·당원 동의 등 의견 수렴 등 하나하나 짚어서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합당도 실무진 물밑접촉 등 사전교감이 이뤄져야 한다. 우리만의 일방적인 시선은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안 대표에게 재차 공을 넘겼다. 주 대행은 9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안 대표가) 합당하겠다고 했으니 어떤 생각으로, 어떤 시기와 절차로 할 것인지 알려달라고 요청한 상태"라며 "국민의당의 뜻을 알아야 한다. 우리와 생각이 같으면 바로 (합당)할 수 있다"고 했다.

안 대표의 침묵을 일종의 신경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서울·부산시장 탈환으로 훈풍을 탄 국민의힘에 곧바로 합당을 거론하면 향후 지분 확보 등 협상 과정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이뉴스24와 통화에서 "기싸움이 시작된 것"이라며 "국민의힘 기세가 오른 상태에서 바로 합당하자고 하면 손해를 볼 수 있으니 기가 가라앉길 보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안 대표가 표면적으로 숨을 가다듬는 사이 국민의당 내에선 연일 '안철수 재평가론'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9일 페이스북에서 "대중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안철수라는 정치인의 진심을 확인했다"며 "그의 진심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진 것은 소중한 성과"라고 했다. 이어 "안철수 재평가와 중도실용 정치 재발견이 한국 정치를 바꾸는 변화의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 사무총장은 8일에도 "안철수라는 헌신적 견인차가 없었다면 압승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야권 승리요인은 단 두 가지, 안철수라는 견인차와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위선에 따른 반사이익이다. 야권은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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