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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사람이 없어요" 천안 오이 농가 인력난에 '울상'


"돈 더 줄께" 외국인 노동자 '인력 빼가기' 까지

[아이뉴스24 이숙종 기자]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방역수칙 때문에 생활패턴도 크게 바뀌어 예전과 다른 풍경이 일상화되고 있다. 아이뉴스24는 코로나19 등으로 모든 것이 급변하는 삶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이곳에선'코너를 신설한다. 지역의 다양한 현장을 찾아 가까이에서 보고 듣고 느낀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낼 계획이다. [편집자주]

"오이 수확을 해야 하는데 일할 사람을 못 구해서 큰일입니다"

충남 천안에서 약 6천611㎡ 규모의 오이농사를 짓는 김모씨는 "요즘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며 오이 작황이 좋아도 일손을 구할 수 없어 애가 탄다"고 토로했다.

31일 찾은 병천면 오이 농가. 보기만 해도 신선함을 느껴지는 오이가 비닐하우스 내 줄기마다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천안 '아우내 오이' 는 품질이 좋기로 유명해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쇄도한다. 병천면·동면·수신면 일대 300여 농가에서 연간 5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다. 본격적인 오이 수확 시즌이지만 오이 하우스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 농가에서는 저임금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왔는데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국내 입국이 어려워지면서 인력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장기화...입국 못한 외국인 노동자들

오이는 주로 당일 출하가 목표이기 때문에 이른 새벽부터 수확을 시작해야 오전에 출하를 할 수 있다. 줄기 아래부터 오이가 달려 수확과 동시에 줄기를 위로 올려주는 작업을 매일 해야 한다. 때문에 하루라도 수확을 늦추면 위에 자라는 오이의 상품 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시간과 일손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내국인 근로자들은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농가 사정상 임금을 올려가며 일손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아우내오이는 3기작을 하고 있기 때문에 6월초~7월말까지 2기작을, 여름이 지나 가을에 3기작을 한다. 지금부터 생산되는 오이를 가을까지 매일 수확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씨는 "우리집은 외국인 노동자 부부가 일손을 돕고 있는데 이들보다 2~3시간 먼저 나와 일을 시작한다"며 "지금까지는 나라도 새벽 일찍 나와 일을 하면서 버텼지만 진짜 고비는 5월부터"라고 한숨을 쉬었다.

농민 김씨는 아우내 오이 수확철이 다가왔지만 인력을 구하지 못해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사진=이숙종 기자]

◆전국적으로 농가 인력난...타 지역으로 인력 빼가기도

농촌 인력난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됐던 작년부터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정부지침상 고용허가제(E-9) 비자를 가진 외국인 노동자들이 규정된 취업기간을 채우고 본국에 귀국했다가 재입국하는 ‘성실근로자 재입국 제도’를 제외하고는 어떤 형태의 외국인 노동자 입국도 허용되지 않았고, 이후 코로나19가 1년 넘게 장기화로 이어지면서 극심한 인력부족 상태가 지속됐다. 정부가 E-9 비자를 계절근로자로 전환해주는 제도도 시행했지만 인력 수급에는 역부족이다.

정부가 지난해 입국을 계획했던 외국인 노동자는 1만1천여 명이었지만, 실제로 입국한 인원은 10퍼센트 수준인 1천300여 명에 그친다. 농가들 사이에선 '일손이 없어 흉년' 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전국 농가마다 인력 부족에 시달리다보니 농가들 사이에선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조금씩 더 올려주겠다며 인력을 빼가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김씨는 "며칠 전엔 이웃 농가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가 하루 아침에 사라져 버린 경우도 있었다"며 "알고보니 타지역 농가가 돈을 더 주겠다고 설득해 일자리를 옮겨버린 경우였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을 빼가는 상황에 화도 나지만 다 힘든 상황이라 누굴 탓할 수도 없고, 수확해야 할 농산물은 쌓여 있고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농산물 수확도 다 때가 있는데 일손을 구하지 못해 수확을 포기하면 농산물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다"며 "농산물 값이 오르면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농촌 인력 문제 해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천안=이숙종 기자(dltnrwh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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