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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 바닷길이 열리면 한 폭의 그림이 되는 섬


수산자원 황금어장 언택트 여행지 서산 웅도에 가다

[아이뉴스24 이숙종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다. 방역수칙 때문에 생활패턴도 크게 바뀌어 예전과 다른 풍경이 일상화되고 있다. 아이뉴스24는 코로나19 등으로 모든 것이 급변하는 삶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이곳에선'코너를 신설한다. 지역의 다양한 현장을 찾아 가까이에서 보고 듣고 느낀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낼 계획이다. [편집자주]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이 되면서 여행 패턴도 달라졌다. 여럿이 함께 하는 여행보다는 혼자 또는 한두명의 소규모 여행을 계획하거나 붐비는 인기 관광지 보다는 한적한 장소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또 장기간 여행이 아닌 가까운 곳으로 나들이 개념의 짧은 여행을 선호하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전국 언택트 여행지 100선을 소개했다. 코로나19로 해외 입·출국도 어려워졌고, 국내여행도 섣불리 선택할 수 없게 되면서 무기력한 일상에 활력을 주고자 국내지역 중 100곳을 엄선해 발표한 것이다. 충남지역은 예산황새공원과 청양 칠갑산도립공원 그리고 태안 웅도 3곳이 포함됐다.

웅도와 육지를 잇는 다리 . 자연은 하루 두 번 섬으로 향하는 바닷길을 열어준다. [사진=이숙종 기자]

이 중 태안 웅도는 지역인에게도 조금은 낯선 곳이다. 태안반도의 가장 큰 만인 가로림만에 속해 있으며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곰이 웅크리고 앉은 형태와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해안선 길이가 5㎞에 불과하고 면적도 1.58㎢인 작은 섬이다.

또 뭍에선 불과 7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육안으로 봐도 가깝다. 하루 두번 바닷길이 열려 간조 때에는 육지와 이어진 다리를 이용해 차량이나 도보로 통행이 가능하다. 웅도로 향하는 바닷길 시간은 항상 같지 않기 때문에 매일 달라지는 시간을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웅도를 찾는 관광객도 웅도를 닮았다

섬 면적은 작아도 수산자원은 놀랄만큼 풍부하다. 웅도를 에워싸고 있는 가로림만은 물이 빠지고 나면 드넓은 갯벌이 펼쳐진다. 다양한 유기물과 갖가지 바다 생물이 살아 숨 쉬는 갯벌은 자연 학습장이자 생태계의 보고이다. 가로림만은 96.03㎢의 넓은 갯벌을 간직한 곳으로 바지락, 굴, 홍합 등 어패류와 낙지, 쭈꾸미, 미역 등을 길러내는 서해안 최대의 황금 어장이다.

25일 조수간만의 차로 하루 두번 바닷길이 열린다는 웅도를 찾았다. 물 때에 맞춰 도착하자 웅도로 향하는 잠수교가 훤히 들어났다. 마치 물위를 걷듯 다리를 건너 웅도에 도착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이 섬을 걸어 돌아볼 수 있는 해변 산책길이다. 드넓게 펼쳐진 바다 풍경을 눈에 담기에도 부족 할 정도여서 여럿이 대화를 하면서 걸을 여유가 없다. 자연스럽게 홀로 조용히, 느리게 걷게 된다는 점과 또 자연이 만든 하루 두번 열어주는 바닷길로 예정 없이 아무때나 이곳에 찾을 수 없다는 점도 언택트 여행지로 선정 될 충분한 이유다.

일렁이는 바다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웅도 해안 산책로 [사진=이숙종 기자]

계절에 따라 어촌계에서는 바지락과 굴, 쭈꾸미, 낙지 등을 잡을 수 있는 체험도 마련하고 있다. 서해안 황금어장답게 초보자들도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쉽게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이곳 주민 김모씨는 코로나19로 여행의 제약이 많아졌지만 웅도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김씨는 "코로나로 한동안 관광객이 줄어들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주말에 이 곳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며 "육지서 바닷길이 열려야 올 수 있어 아무때고 찾는 섬 하고는 달리 한꺼번에 사람들이 밀려 들어 북적대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객들이 와도 조용히 바다를 보거나 가족 단위로 갯벌체험을 하는 수준"이라며 "관광지처럼 여럿이 술 마시고 음식을 먹고 시끄럽게 노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닮은 것에 끌린다는 말처럼 이 곳을 찾는 관광객도 웅도의 조용함과 느긋함을 닮았다.

웅도 체험마을에서 운영하는 깡통열차를 타고 섬 마을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다. [사진=이숙종 기자]

◆ 웅도,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

웅도 섬 마을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듯 아기자기하게 형성돼 있다. 곳곳에 논과 밭이 흔하다. 바닷냄새가 코끝에 머문다는 것만 빼면 일반적인 농촌마을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는 이곳 어촌마을에서 운영하는 깡통열차가 제격이다.

사람이 탈 수 있도록 개조한 드럼통을 사륜 바이크에 기차처럼 줄줄이 연결했는데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을 선물한다. 깡통열차를 운전하는 어르신이 해설사 역할도 한다. 마치 할아버지가 동화책을 읽어주듯 마을 회관과 교회, 1952년에 세워진 웅도분교, 400년 넘게 마을을 지키는 소나무 등 섬 구석구석 깃들어있는 마을의 역사를 들려준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일렁이는 바다와 드넓은 갯벌, 아기자기한 마을에 이제 막 밭작물의 파종을 시작하는 주민들의 잰 걸음이 한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섬의 풍경에 마음을 뺏겨 반나절이 훌쩍 지나갔다. 이제 바닷길이 닫히기 전에 웅도와 인사를 할 시간이다.

웅도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주민 이씨는 "이 곳에서 머물렀다 간 손님 중 대부분이 이곳을 다시 찾으신다"며 "웅도는 안 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와본 사람은 없다는 말들을 한다. 조용하게 쉬다 갈 수 있는 여행지로는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태안=이숙종 기자(dltnrwh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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