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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협은행, 허리띠 졸라매기에 영업 현장선 '부글부글'


본점은 전년대비 70%…대부분 영업점 영업비용도 감축

김진균 수협은행장(오른쪽)이 지난 2월 경남진주지점을 방문해 직원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수협은행]
김진균 수협은행장(오른쪽)이 지난 2월 경남진주지점을 방문해 직원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수협은행]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지난해 11월 취임한 김진균 수협은행장이 순이익 확대의 일환으로 비용감축에 나섰다. 현장에서는 퀵 비용이나 복사 비용 같은 지점 영업비용까지 줄이는 '허리띠 졸라매기'에 영업활동이 오히려 힘들어졌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올해 경영목표로 지난해보다 12%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당초 내부의 기대치보다 높은 수준으로 올해 초부터 영업점에는 김 행장의 특명이 하달됐다. 바로 전방위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라는 것이다.

본점에서는 인건비 등을 제외한 판매관리비를 지난해에 비해 최대 70% 수준으로 줄이고, 대부분의 영업점들은 업무추진비·소모품비 등 영업비용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수협은행, 견조한 실적에 올해 경영 12% 성장 목표

수협은행의 올해 경영목표치는 순이익 2천650억원으로 설정돼 전년보다 11.8%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수협은행의 경영실적은 양호했다. 지난해 순이익 잠정치는 2천336억원으로 2019년보다 6.6% 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충당금 이슈를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선방했다. 지난해 말 기준 1.39%(잠정치)로 1년전보다 0.01%포인트 떨어지는데 그쳤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다른 시중은행들에 비해 (잠정치 기준) NIM 하락폭이 덜한 편으로 저비용성 예금 증대의 효과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였을까. 수협은행은 당초 올해 경영목표치를 약 2천400억원 수준으로 염두해뒀지만, 수협중앙회와 예금보험공사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2천650억원까지 높인 것으로 전해진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대우 등 거래기업의 부실화로 2001년 4월 수협중앙회·수협은행은 예금보험공사와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약정서(MOU)를 체결, 공적자금 1조1천581억원이 투입됐다. 상환 의무는 2016년 수협은행의 자회사 분리로 기점으로 수협중앙회로 넘어갔다. 최종 상환 목표시점은 2028년이다.

빌린 공적자금 1조1천581억원 중 지난해 말까지 회수된 공적자금 규모는 3천48억원으로 전체의 26.3%다. 예보 관계자는 "주로 배당 등을 통해 공적자금이 회수되기 때문에 결산이 끝나고 이달 또는 4월쯤 추가 배당을 받으면 공적자금 회수율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적자금 회수는 취임 4개월째인 김 행장의 가장 큰 숙제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11월 공식 임기를 시작하면서 "수협은행은 지난 IMF 외환위기 이후 아직 공적자금 상환이라는 큰 숙제가 남아있다"면서 "재임기간 중 공적자금 상환을 위한 수익창출 기반 확대와 함께 어업인과 회원조합 지원 등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최근 은행들의 경영환경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계속되는 저금리 기조에 대출 규모는 늘어나고 있지만 주식·부동산으로 자금이 흘러가면서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을 조절하는 등 규제가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 이익을 내도 코로나19 장기화로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아야 하는 부담도 있고, 향후 부실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 "본점 판관비 전년보다 70% 수준 감축…영업점 영업비용도 줄여"

쉽지 않은 영업환경에 높은 경영목표치 달성이라는 숙제를 떠안은 김 행장은 대출 영업확대로 저변을 넓히면서도 이익도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그는 올해 은행 전사적으로 비용 감축을 주문했다.

본점의 경우 올해 판매관리비를 지난해의 70~80%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이익에 보태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에 더해 영업점의 영업비용까지도 줄이다보니 현장에서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수협은행 내부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에 따라 지점별 경비의 하락폭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실적이 좋아진 지점까지도 영업점 경비가 다 깎였다"고 전했다.

여기서 말하는 영업비용은 지점별로 책정되는 업무추진비 외에 소모품비, 마케팅 비용, 식비, 야간비, 유류비 등 영업점마다 매년 영업활동을 위해 쓸 수 있는 공동 영업 비용, 제반비용을 말한다. 인건비는 제외된다.

경영목표치를 채우려면 대출 영업을 뛰어야 하는데, 소모품 비용조차 깎아버리는 바람에 일선 행원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전국 지점들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년보다 영업점의 경비가 50% 정도는 깎인 것으로 보인다"며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퀵 비용이나 업무용 차량 유류비, 심지어 A4용지나 프린트 토너 비용과 같은 소모품비까지 깎아서 일선 영업점에서는 개인 돈으로 영업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있다"고 토로했다.

대출 영업을 해야 이익을 내고 경영목표치를 달성할텐데, 영업을 위한 제반비용을 졸라매니 직원들의 사기는 물론이고 자칫 대출 영업이 축소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내부 관계자는 "예보와의 MOU로 경영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결과치인 순익(output)을 늘리기보다는 투입비용(input)을 줄이고 있다"라며 "지점의 업무추진비, 판매관리비 등 아껴 쓸 수 있는 비용을 줄인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선 영업점에서는 이런 비용 감축에 상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수협은행은 영업점의 비용은 지점별로 비용 책정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수협은행은 "비용 감축은 과거부터 계속 노력해온 문제"라며 "예보와의 MOU로 매년 1인당 조정영업이익, 판매관리비 등과 같은 수치들을 정하기 때문에 이를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업점의 영업비용은 지점 규모나 전년도 영업점별 실적, 마케팅 활성화 필요성, 신설 또는 이전 영업점 여부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 차등 지급된다"며 "영업점별적으로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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