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1주년] ⑧ 게임업계도 ESG 경영 '첫발'


[ESG 경영 패러다임] 업계 최초로 ESG 조직 신설한 엔씨…넥슨·넷마블도 뒤따를듯

기업의 사회적 요구와 역할이 점점 커지는 시대다. 과거 이윤 추구가 주목적이던 시대는 저문지 오래다. 사회적 기업의 출현은 기업의 역할을 바꾸는 전기를 마련했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로 기업의 역할을 높였지만 광범위한 주문으로 부각되지 못했다. CSR의 핵심만을 다룬 경영 준칙인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적 가치·지배구조)가 나온 배경이다. ESG는 경영 패러다임에 엄청난 변화를 주고 있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거래처 설정의 척도로 적용 중이고 세계적 평가기관인 무디스는 국가별 ESG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나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기관뿐 아니라 국민연금도 ESG를 중요한 투자지표로 삼고 있다. [편집자 주]
화두로 떠오른 ESG 경영. [그래픽=아이뉴스24]

[아이뉴스24 문영수, 윤선훈 기자]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게임업계도 '빅3'를 중심으로 새로운 변화를 꾀할 채비에 나서고 있다. ESG란 환경(Environment), 사회적 가치(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의 핵심을 다룬 비제무적 성과 지표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른바 '착한' 기업이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오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대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ESG 활동 등을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의무를 지우면서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게 됐다.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들은 자산 규모가 2조원을 상회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제 걸음마 단계인 만큼 게임업계가 타 산업 대비 ESG 지표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국내 경영환경을 매년 평가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매긴 ESG 등급 평가에 따르면 게임업계는 'B+'가 최고 성적표로 나타났다. 해당 지표는 S, A+, A, B+, B, C, D까지 총 7개 등급으로 나뉘며 B+부터 양호한 수준이라는 게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설명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엔씨소프트와 웹젠이 ESG 등급 B+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넷마블을 비롯해 펄어비스, 위메이드, 컴투스 등이 B등급을 받았으며 넥슨의 개발 자회사인 넥슨지티의 경우 C등급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당 평가에서 게임사들이 사회(S)와 지배구조(G)에서는 전반적으로 B 이상 등급을 받은 반면 환경(E) 부문에서는 나란히 D를 받은 점도 눈에 띈다. 환경 개선 노력 및 외부 평가에 부합하는 기준 마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환경의 경우 제조나 화학, 건설 기업과는 달리 게임산업은 더 적은 문항 등 달리 평가하고 있다"며 "환경 관련 정책이나 체제를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느냐가 관건으로 이를 전혀 갖추지 않거나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점수를 낮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게임업계 중 처음으로 ESG 경영을 도입한 엔씨소프트가 내세운 비전. [사진=엔씨소프트]

◆ESG 경영 시동건 엔씨…넥슨·넷마블도 뒤따를까

이런 가운데 게임업계도 엔씨소프트를 시작으로 ESG 경영에 본격적인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최근 윤송이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주축으로 한 ESG경영위원회(ESG Steering Committee, 이하 ESC)를 신설하고 브랜드전략센터 산하에 ESG 실무 조직인 ESG 경영실을 마련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처음으로 ESG 경영을 본격화한 것이다.

ESC 위원회는 윤송이 CSO 겸 엔씨문화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정진수 최고운영책임자(COO), 구현범 최고인사책임자(CHRO) 등이 핵심 임원이 참여하며 향후 엔씨소프트의 ESG 경영 전략과 방향성을 결정하게 된다. 이를 통해 한층 강화된 지속가능 경영을 펼쳐 나간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엔씨소프트는 "지금까지 ESG 경영을 하는 데 있어 사회적 가치 증진을 위해 보다 실천적이고 근본적으로 기여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기조로 삼아 왔다"며 "이번 ESC 발족 역시 지금까지 이어 온 ESG 경영을 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과 전략으로 진화시키는 과정으로 보다 책임감 있는 실천력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엔씨가 꿈꾸는 사회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를 시작으로 넥슨과 넷마블 등 빅3와 중견 업체들로 ESG 경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 모두 ESG 경영 조직 신설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점차 게임업계 전반으로 ESG 기조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양사 모두 자체 문화재단을 설립해 사회공헌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넷마블은 2018년 넷마블문화재단을 설립하고 공익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2019년부터 꾸준히 개최해 온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과 정보경진대회는 물론, 2019년 3월에는 게임업계 최초로 '장애인선수단'을 창단해 장애인 체육 진흥과 장기적인 자립 지원에 힘쓰고 있다.

넥슨 역시 2018년 2월 넥슨재단을 설립해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대전충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후원하고 청소년 대상 코딩 대회인 '넥슨 청소년 프로그래밍 챌린지(NYPC)를 매년 개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넥슨이 후원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전경. [사진=넥슨]

◆올바른 ESG 경영 하려면?

이처럼 대형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ESG 경영에 대한 인식이 강해지고 있지만 아직 주요 대기업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인 것이 사실이다. 대기업들이 매년 발간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내는 곳도 게임사 중에서는 아직 없다.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강화와 공공성 확대 등을 위해 시행해 온 '사회적 책임(CSR)'을 넘어 보다 포괄적이면서도 전사 경영에 직접적으로 연관될 수 있는 ESG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최근 게임업계 전반을 휩쓸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논란으로 인해 ESG가 부각되는 측면도 있다. ESG가 추구하는 가치와 국내 게임사들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인 '확률형 아이템'이 대치된다는 것이다. 한국게임학회는 지난달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찬성 성명서에서 "한국의 게임업계에서 이러한 ESG에 대한 관심이나 논의는 찾아볼 수 없다"며 "이용자들의 문제제기와 비판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ESG가 추구하는 공통적 방향이 있지만 각 업종·업체별로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기업별로 보다 면밀하게 향후 시행할 수 있는 ESG 경영 방향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장용석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IT·게임산업 특성에 맞는 ESG 방식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분야에서 관련 논의가 확대되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보지만 기존 ESG가 많이 논의되던 제조업 분야와는 다소 다른 사회적 요구가 있을 것이므로 이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한 "ESG는 단순히 돈을 벌어 기부하는 차원을 넘어 앞으로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져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게임업계 역시 이 같은 부분을 중심으로 고민하고 사회에 기여하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성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책임연구원도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중대한 ESG 이슈가 무엇이 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중장기적으로 여러 시나리오와 마스터플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아가 이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기업별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영수 기자(mj@inews24.com),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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