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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1주년] ① '착한 기업'이 미래…"환경·사회·지배구조에 달렸다"


[ESG 경영 패러다임] 공시·규제 강화, 무역·투자장벽 우려도…국내기업도 '선택 아닌 필수'

기업의 사회적 요구와 역할이 점점 커지는 시대다. 과거 이윤 추구가 주목적이던 시대는 저문지 오래다. 사회적 기업의 출현은 기업의 역할을 바꾸는 전기를 마련했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로 기업의 역할을 높였지만 광범위한 주문으로 부각되지 못했다. CSR의 핵심만을 다룬 경영 준칙인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적 가치·지배구조)가 나온 배경이다. ESG는 경영 패러다임에 엄청난 변화를 주고 있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거래처 설정의 척도로 적용 중이고 세계적 평가기관인 무디스는 국가별 ESG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나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기관뿐 아니라 국민연금도 ESG를 중요한 투자지표로 삼고 있다. [편집자 주]
ESG는 경영 패러다임에 엄청난 변화를 주고 있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거래처 설정의 척도로 적용 중이고 세계적 평가기관인 무디스는 국가별 ESG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나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기관뿐 아니라 국민연금도 ESG를 중요한 투자지표로 삼고 있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ESG는 경영 패러다임에 엄청난 변화를 주고 있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거래처 설정의 척도로 적용 중이고 세계적 평가기관인 무디스는 국가별 ESG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나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기관뿐 아니라 국민연금도 ESG를 중요한 투자지표로 삼고 있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매출과 영업이익 등 종전 재무성과를 중심으로 한 기업가치 평가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기업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중심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부터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ESG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말 열린 도쿄포럼에서도 "기업들이 친환경 사업, 사회적 가치 창출,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추구하는 ESG 경영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재계에서 ESG 경영에 가장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SK를 포함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최근 앞 다퉈 ESG 경영을 내세우고 있다. 기업의 생존 키워드로 떠오른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것으로, 선진국들은 기후변화와 맞물려 ESG 공시와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유럽연합의 경우 이달부터 역내 은행,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지속가능금융공시 제도(SFDR)'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로, 투자 결정을 내릴 때 재무 성과와 함께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나 사회적 책임 등의 요인을 고려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일부 선진국 투자자들은 ESG를 잘하는 기업이 수익이 좋다고 보고 기업의 ESG 활동을 투자 기준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화석연료로 25%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들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겠다는 투자 전략을 깜짝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재계 관계자는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많이 버는 기업보다 합리적 방법으로 사회와 환경에 기여하는 착한 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이라 성과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펀드가 주식 투자할 때도 ESG를 고려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ESG는 경영 패러다임에 엄청난 변화를 주고 있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거래처 설정의 척도로 적용 중이고 세계적 평가기관인 무디스는 국가별 ESG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나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기관뿐 아니라 국민연금도 ESG를 중요한 투자지표로 삼고 있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ESG는 경영 패러다임에 엄청난 변화를 주고 있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거래처 설정의 척도로 적용 중이고 세계적 평가기관인 무디스는 국가별 ESG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나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기관뿐 아니라 국민연금도 ESG를 중요한 투자지표로 삼고 있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그동안 기업 이미지 개선을 목적으로 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돼 왔지만 ESG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전 세계적으로 주주행동주의가 강해지면서 사회적책임투자(SRI)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또 선진국들이 ESG를 기업 평가의 척도로 삼으면서 관련 규제가 무역과 투자장벽이 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올해 상반기 중 '유럽 그린딜 법안'을 마련하고 오는 2023년부터 시행에 돌입한다. 2050년까지 탄소순배출량 제로 달성을 위해 탄소국경세 부과,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등 다양한 규제에 나설 방침이다.

영국도 기후변화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권고안에 따라 모든 상장기업의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피치, 무디스, S&P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은 발 빠르게 ESG를 기업 신용평가에 반영하며 요구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각 기업들이 ESG 경영을 빠르게 도입하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기업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ESG 관련 안건이 오르고, 관련 조직을 신설 및 강화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도 오는 2022년까지 전체 자산의 50%를 ESG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올 초 '기업공시제도 개선 간담회'를 진행하며 오는 2025년까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자율 공시를 활성화하고, 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의 ESG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주력 사업을 잘 키우면서 사회적 책임까지 다하는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며 "ESG를 지표로 글로벌 자금이 움직이는 데다 기업의 ESG 경영이 기업 이미지는 물론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SK이노베이션 ]
해당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SK이노베이션 ]

실제로 삼성물산은 글로벌 투자기관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탈석탄'을 선언했다. 한화는 작년 말 국제사회에서 비인도적 무기로 분류됐던 '분산탄' 사업을 떼어내 매각했다.

전자업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보호 등이 강조되는 흐름에 맞춰 ESG 경영 강화에 나섰다. 사회적 약자의 제품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재생 플라스틱과 같은 친환경 소재 활용 등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경영지원실 산하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을 CEO 직속의 '지속가능경영추진센터'로 격상했다. 각 사업부에도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을 뒀으며 지속가능경영협의회를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주관하도록 했다. LG전자는 최근 ESG 경영에 힘을 보탤 여성 사외이사를 LG전자를 포함한 LG그룹 계열사 5곳을 통해 신규 선임했다.

자동차 업계는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테슬라, 토요타 등 해외 자동차업체들이 일찍이 ESG 경영과 투자에 매진하면서 국내 업체들도 올해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 등 현대차그룹은 기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올해 주주총회에 상정한다. 렌터카 업계에서는 친환경차를 대거 도입하기 위해 녹색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업계 1위인 롯데렌탈이 지난달 1천900억원 규모로 ESG 채권을 발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화학업계는 롯데그룹 화학 계열사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 롯데비피화학 등 롯데그룹 화학사들은 올해를 ESG 경영의 원년으로 삼았다. 또 내부에 친환경 협의체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5조2천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도 내놨다. 이들은 오는 2030년까지 친환경 사업 매출 6조원 달성 및 탄소중립 성장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대표가 진두지휘하는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제품 포장을 친환경적으로 교체하는 등의 방법으로 ESG 경영에 동참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ESG 추진 위원회를 출범하고 오는 205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 '제로(0)'를 추진하기로 했다. 삼양식품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를 신설하고 사외이사를 확대하는 등 이사회를 개편하기로 했다. KT&G는 지난해 ESG 전담 조직인 'ESG기획팀'과 '에너지환경기술팀'을 신설했다.

GS25는 사회적 책임 경영 강화를 위해 '자율분쟁조정위원회'를 발족했다. BGF리테일은 홍정국 BGF 대표와 이건준 BGF리테일 대표가 공동위원장을 맡아 이끄는 ESG경영위원회를 출범했다. 코리아세븐은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가운데 처음으로 ESG 조직을 테스크포스(TF) 형태로 꾸렸다. 최경호 코리아세븐 대표는 올 초 ESG 달성 목표와 핵심 추진 전략을 공표하기도 했다.

통신업계는 ESG 조직을 확대하는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 등 친환경 활동과 취약 계층 지원에 힘쓰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조직 개편에서 ESG혁신그룹을 신설했다. ESG혁신그룹은 기존 유웅환 SV이노베이션센터장이 이끌며, SKT뿐 아니라 SK그룹 ICT 부문 계열사의 ESG 경영 활동을 책임진다.

또 KT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홍보실 산하 지속가능경영단을 'ESG경영추진실'로 독립, 승격했다. LG유플러스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팀이 ESG 경영 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ESG 강화를 위해 CSR팀을 중심으로 ESG 협의체 구성을 협의 중이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ESG 경영 강화에 나섰다. 카카오는 지난달 12일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ESG위원회는 회사의 지속가능경영 전략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성과와 문제점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신설 ESG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카카오는 지속가능경영 활동의 기초가 되는 기업지배구조헌장도 공개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신설한 데 이어 최근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에 ESG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전담조직은 전사 유관부서에서 추진하는 개별 ESG 추진과제를 관리하고 외부 이해관계자 요구사항에 기반한 가이던스를 제시하며 과제 추진 현황을 기반으로 연 4회 ESG 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한다.

게임업계는 최근 지배구조,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하고 나섰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이사회 구성원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고, 사외이사 및 외부 전문가의 비중을 86%로 높게 유지하며 업계의 ESG 경영을 선도하고 있다. 넥슨은 신규 기부 캠페인, 직원 재능기부 확대 장려 등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할 것이란 계획을 내놨고, 넷마블은 '넷마블문화재단'을 통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SG는 경영 패러다임에 엄청난 변화를 주고 있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거래처 설정의 척도로 적용 중이고 세계적 평가기관인 무디스는 국가별 ESG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나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기관뿐 아니라 국민연금도 ESG를 중요한 투자지표로 삼고 있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ESG는 경영 패러다임에 엄청난 변화를 주고 있다.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거래처 설정의 척도로 적용 중이고 세계적 평가기관인 무디스는 국가별 ESG 경쟁력을 평가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나 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기관뿐 아니라 국민연금도 ESG를 중요한 투자지표로 삼고 있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금융권 역시 ESG위원회 신설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말 ESG 전략 및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기구인 ESG위원회를 이사회 산하에 설치했다. 지난해 3월엔 KB금융지주도 이사회 전원(9명)이 참여하는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DGB금융지주도 지난해 12월 28일 그룹의 지속성장을 이끌기 위한 목적으로 ESG위원회를 이사회 소위원회로 설치했다.

카드업계는 채권발행에 집중했던 이전과 달리 친환경 운동, 소상공인 지원, 전통시장 환경 개선, 금융 취약계층 지원, 반려동물 동행 등 다양한 방법으로 ESG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발행한 ESG 관련 채권은 9천200억원에 달한다.

보험업계는 지난달 금융권 최초로 '공동 ESG 경영 선포식'을 열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고, 한화생명은 연초 윤리 준법 서약식을 통해 올해 ESG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미래에셋생명은 업계 최초로 100% 페이퍼리스 업무 환경을 구축함으로써 모든 업무 문서를 전자증명서 등으로 전환시켰다.

건설업계는 친환경·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본격 추진함과 동시에 ESG·녹색 채권 발행, 협력사들의 ESG 평가 모델 개발 등 ESG 경영을 전사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전개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SK건설, DL이앤씨(옛 대림산업), 한화건설 등이 ESG 경영에 나선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각 기업들이 ESG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이같은 분위기가 확산되기 위해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가 ESG를 국가적 의제로 삼아 기업의 ESG 경영과 투자가 활성화할 수 있게 법적·제도적 인프라를 제공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제각각인 ESG 정보 공개 기준을 마련하고, 투자자들이 쉽게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ESG가 주목받는 표면적인 이유는 환경 문제와 지속가능경영, 상생 등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고, ESG 요소 중 특히 환경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ESG 경영이 기업의 이익추구라는 본질을 포장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기업의 ESG 경영이 공익에 기여함으로 인해 기업가치를 제고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외국계 투자자들이 지배구조를 '기업 지속가능성'의 원천이자 척도로 평가하는 경향이 크다"며 "대외적 이미지 쇄신뿐 아니라 ESG 지표에 대한 평가가 외부 투자유치 등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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