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된 '이커머스 상장사'…"업계 재편 신호탄 될 것"


"경쟁 과열 초기 섣부른 예단 금물…장기적 구조 재편 이어질 것"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이커머스 업계 최초의 상장사로 자리매김하게 된 쿠팡에 이어 티몬도 '코스닥의 쿠팡'이 되기 위한 초석 다지기에 나섰다. 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세 업계'로 자리잡은 이커머스 기업의 상장 퍼레이드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지난 19일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해 온 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3천50억 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PSA컨소시엄이 국내 기관과 외자유치 등으로 2천550억 원을 확보했고 기존 최대주주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과 앵커에쿼티파트너스도 500억 원을 추가로 출자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교환사채 인수 방식으로 진행됐다. 교환사채는 자본으로 인정되는 만큼 자본잠식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티몬의 재무구조를 대폭 개선할 수 있는 촉매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티몬은 미래에셋대우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하반기 기업공개(IPO) 구체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55조 가치' 인정받은 선두주자 쿠팡…11번가 등 후속 타자로 손꼽혀

티몬에 앞서 쿠팡은 뉴욕증권거래소(NSYE)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장 추진 대상은 쿠팡의 지분 100%를 가진 모회사 쿠팡LCC이며 빠르면 다음 달 중 상장이 마무리된다. 기업 가치는 당초 30조 원 선으로 평가됐지만 상장 추진 과정에서 이는 55조 원대로 늘어나며 높은 시장 기대치를 증명했다.

이커머스 시장의 '상장 릴레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에 업계의 시선은 쿠팡과 티몬에 이은 '3호 상장사'가 어디가 될 지에 쏠리고 있다. 가장 유력한 기업으로 손꼽히는 곳은 11번가다. 11번가는 지난 2018년 모회사 SK텔레콤이 컨퍼런스 콜을 통해 5년 내 상장을 천명한 바 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쿠팡의 모델로 알려져 있는 미국 아마존이 SK텔레콤과 3천억 원 규모의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하고 11번가에 투자하기로 하는 등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 공개적으로 상장에 대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는 SSG닷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SSG닷컴은 지난 2018년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조 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또 쿠팡 상장 과정을 통해 증명된 높은 기업가치 등을 고려하면 상장을 진행할 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으리라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과 티몬을 시작으로 이커머스 업계의 '상장 도전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개막했다고 할 수 있다"며 "아직 상장 계획을 구체화하지 않은 기업들도 의지만 있다면 현 시점이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평가가 가장 높을 것이라는 것을 고려해 보면 점차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 대부분 기업 만성적 적자 구조…관건은 성장성·경쟁력 입증 될 것

다만 보수적인 접근도 만만치 않게 힘을 얻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성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이와 별개로 각 기업의 만성적 적자 사업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현재 이커머스업계에는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하면 안정적 흑자 사업 구조를 갖춘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쿠팡은 지난해 5천억 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냈고 티몬도 지난해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11번가 역시 지난해 영업손실 98억 원을 내며 매출이 늘어났음에도 적자를 봤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배송전 양상으로 흘러가는 것도 악재로 꼽힌다. 현재 시장에서 전국권 배송 인프라를 갖춘 기업은 쿠팡 외에 없다. 후발 주자인 SSG닷컴, 11번가는 네이버, 아마존, 우체국과의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또 롯데도 전국 오프라인 점포 기반의 배송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초창기다. 이 같은 상황 속 쿠팡이 감수해 온 막대한 적자를 각오하고 물류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기업도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는 평이다.

이커머스 플랫폼의 다변화는 기존 오프라인 강자들에게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진=아이뉴스24 DB]

이커머스 플랫폼이 다변화되는 것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큰 틀에서의 업계 지배력을 상위 플랫폼들이 독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무신사, 에이블리, 머스트잇 등 특정 고객만을 주력해 공략하고 있는 플랫폼들의 업계 지배력도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어서다. 실제 무신사는 지난해 거래액 1조 원을 돌파하며 주요 패션기업과의 제휴를 이어가는 등 지배력을 입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경쟁의 중심 소재로 떠오르고 있는 신선식품의 경우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기존 오프라인 강자들의 경쟁력이 압도적인 만큼 이들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업계는 쿠팡과 티몬으로부터 시작된 상장 레이스가 결국 업계 재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상장 퍼레이드' 속 뒤쳐지는 기업이 반드시 나올 것이며, 이 과정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제시하지 못하는 플랫폼은 업계 선두 플랫폼에 인수되거나 사라지는 등의 조정 과정이 필연적으로 찾아올 것이라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커머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졌고, 연이은 상장 소식으로 기대치가 최대로 치솟아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며 "경쟁 과열 구도가 진정되고 냉정한 시각이 돌아올 경우 이커머스 업계의 경쟁력에 대한 근본적 시험이 닥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몇몇 유력 플랫폼들은 상장을 통해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겠지만, 이렇다 할 성장성, 수익성, 차별성을 갖지 못한 플랫폼들은 급속도로 시장 중심에서 멀어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시장 구조 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