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김범수·김봉진, 韓 '자선자본주의' 바람 분다


'부의 선순환'으로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없앨까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한국 IT업계에 '자선자본주의(Philanthrocapitalism)'가 화두로 떠올랐다.

따뜻한 자본주의를 일컫는 이 단어는 10년 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전 재산을 기부할 당시 등장해 미 실리콘밸리의 또다른 문화가 됐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의 연이은 기부 선언으로 국내서도 자선자본주의 열풍이 불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김범수 의장은 세계 기부클럽 '더기빙플레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기부 서약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오는 25일엔 기부 관련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임직원 간담회도 연다. 김봉진 의장은 전날 기빙플레지에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서약했다. 업계에선 김범수 의장이 약 5조, 김봉진 의장은 5천억원을 기부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왼쪽부터) [사진=각 사]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왼쪽부터) [사진=각 사]

이들의 통 큰 기부 기저에는 사업 성장으로 인한 기업가치 상승이 자리한다. 기업의 성장이 사회적 기여로 이어진 셈이다.

지난해 연 매출 4조 시대를 열며 사상 최고 실적을 낸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작년 초 13조원에서 현재 44조원으로 3배 이상 성장했다. 시총 순위도 23위에서 9위로 급등했다. 자연스레 김범수 의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도 크게 올라, 조 단위 기부 재원이 됐다.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역시 글로벌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로부터 5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는 국내 스타트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이다.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은 1조원 대 주식 부자가 됐다.

김도윤 국민대 경영학 교수는 "2세대 기업가 사이에선 돈을 벌고 쓰는 방식에 있어 윗세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공감대가 퍼져 있다"라며 "한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게 선한 일이다, 나쁘지 않은 방법으로 자산을 축적하고 부를 사용하는 길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하는 야심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김범수 의장은 수년 전부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조직은 기업"이라고 강조해왔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지난 실적 발표 때 김 의장의 기부 소식을 전하며 "카카오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일이 더 나은 사회와 환경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고 선진적인 기업 경영과 기부 문화를 여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 역시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 美 기부 행렬 보며 꿈 키워온 '흙수저'…"책임 의식 커"

두 의장이 부의 대물림으로 인한 상속형 부자가 아니라 자수성가형 창업자라는 점도 대규모 기부 배경으로 꼽힌다. 어려운 시절을 겪으며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열망과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를 방증하듯 김범수 의장의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할머니를 포함해 여덟 식구가 단칸방에서 지내야 했을 정도로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이후 그는 교육·문화 사업과 취약계층 지원에 현금 72억원과 152억원 규모의 주식 9만4천 주를 기부했다.

전라남도 작은 섬 '구도' 출신인 김봉진 의장 역시 고등학생 때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웠다. 그는 이번 기부 서약서에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 덕분"이라며 "존 롤스의 말처럼 '최소 수혜자 최우선 배려의 원칙'에 따라 부를 나눌 때 가치는 더욱 빛난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두 의장이 힘든 유년 시절을 딛고 성공한 만큼 사회적 책임을 더 무겁게 느꼈을 것"이라며 "또 벤처·스타트업 본질이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한다'인 점을 고려하면 일리 있는 행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사실상 이번 기부로 두 의장 모두 경영권 승계에 확실히 선을 그었는데, 이 또한 '재벌가와 다른 길을 걷는다'라는 벤처·스타트업 정신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사업 초기 단계 미국 기부 문화 영향을 받으면서 사회적 책임이 하나의 경영철학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김봉진 의장은 배민을 처음 만들던 2010년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기빙플레지 선언을 보고 본인도 성공하면 기빙플레지 선언을 하고 싶다고 막연히 꿈꿨다고 한다.

다른 관계자는 "억만장자의 재산 기부는 미 실리콘밸리를 넘어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았다"라며 "국내 벤처·스타트업 1세대도 이 흐름을 지켜보며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혜 기자 jie@inews24.com

2024 iFORUM






alert

댓글 쓰기 제목 김범수·김봉진, 韓 '자선자본주의' 바람 분다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