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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돋보기] "흙수저에서 기부왕으로"…김봉진 韓 스타트업 신화 새로 썼다


빌 게이츠 동경하던 창업가…이젠 '기부플레지'에 나란히 이름 올려

쏟아지는 정보통신기술(ICT) 현안을 잠시 멈춰 서서 좀 더 깊숙히 들여다봅니다. 'IT돋보기'를 통해 멈춘 걸음만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되, 알기 쉽게 풀어쓰겠습니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전 재산 절반을 기부한다.

이른바 '흙수저'로 시작한 그는 2평 쪽방에서 만든 배달의민족을 약 5조원대로 성장시킨 데 이어, 1조에 달하는 재산 절반을 기부키로 하면서 국내 스타트업 역사를 새로 썼다.

18일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김 의장이 세계적인 기부클럽 '더기빙플레지'에 재산 기부 서약을 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기빙플레지는 2010년 미국에서 시작된 자발적 기부 운동으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이 참여했다.

김 의장은 첫 한국인이자, 세계에서 219번째 기부자가 됐다. 기빙플레지에 가입하려면 재산이 최소 10억 달러(약 1조1천억원) 이상이어야 해 김 의장의 기부 규모는 5천5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김 의장은 국내외 적합한 자선단체와 비영리단체를 통해 교육 불평등과 문화예술 분야에 기부할 계획이다.

김 의장은 기부선언문에서 "저와 저의 아내는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우리의 사랑스러운 자녀들 한나, 주아도 이 결정에 동의했으며, 이 기부선언문은 우리 자식들에게 주는 그 어떤 것보다 최고의 유산이 될 것을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사업 초기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기빙플레지 기부 서약에 깊은 감동을 받은 김 의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재산 기부에 대한 뜻을 굳히고 기빙플레지 참여방법을 타진해 왔다. 기빙플레지는 기부자의 자산 형성 과정을 살펴보고, 심층 인터뷰 및 주변 레퍼런스 체크를 하는 등 가입 절차가 까다로운 것으로 전해진다.

더기빙플레지에 올라온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기부 서약서. [사진=더기빙플레지 홈페이지 캡처]
더기빙플레지에 올라온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기부 서약서. [사진=더기빙플레지 홈페이지 캡처]

김 의장 역시 기빙플레지에 참여하기까지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세계공동모금회(UWW)의 도움으로 빌 게이츠와 막역한 사이인 브라이언 갤러거 씨가 김 의장을 기빙플레지에 추천한 데 이어, 한 킴 알토스벤처스 대표와 이재현 골드만삭스 PIA 한국 부문 대표가 김 의장의 레퍼런스 체크를 도왔다.

특히 이 대표가 소개한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우유안부)'에 기빙플레지 측도 감격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유안부는 우아한형제들이 2012년부터 후원해온 사회공헌 사업으로, 매일 아침 독거노인 가정에 무료 우유를 배달한다. 현관에 우유가 2개 이상 쌓이면 배달원이 가족이나 주민센터 등에 통보해 독거노인의 안부를 확인하는 돌봄 활동이다.

◆ '흙수저'로 시작해 5조 성공 일궈…김봉진 "운 좋았다"

김 의장이 대규모 기부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7년에도 100억원 기부를 약속한 후, 지난해까지 100억3천100만원을 기부했다. 중고생 및 대학생 대상 장학금과 멘토링·정서 지원사업에 50억원을 기부했고, 배달기사 생계비와 치료비 지원에서 20억원을 썼다. 인도·미얀마·베트남·아프리카 소외 이웃에도 5억5천만원 가량 지원했다.

김 의장은 "100억원 기부는 지금까지 인생에 최고의 결정"이라며 "기부 과정의 실무적 어려움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운 만큼, 앞으로 교육 불평등에 관한 문제 해결,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 자선단체들이 더욱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차근차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이처럼 사회공헌에 발 벗고 나선 데에는 어려웠던 유년 시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전라남도 완도군 소안면에 딸린 작은 섬 '구도'에서 태어났다. 0.39㎢ 면적의 구도는 2009년 기준 28세대가 거주할 정도로 작은 섬이다. 여기서 그는 고등학생 시절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웠다.

수도전기공고를 나와 서울예술대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이모션·네오위즈·네이버 등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했다. 2008년 수제 디자인 가구 사업으로 첫 창업에 도전했으나 1년 만에 실패해 2억원의 빚을 지기도 했다. 그러다 2010년 전화번호부 앱 콘셉트로 배달의민족을 창업했다. 창업 초기 데이터 확보를 위해 김 의장이 강남 일대를 다니며 직접 전단을 수거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렇게 자본금 3천만원으로 만든 배달의민족은 약 5조원의 기업으로 우뚝 섰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40억 달러(약4조7천500억원)에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합병키로 한 것. 이는 국내 스타트업 업계 사상 최대 인수·합병으로 기록됐다. 김 의장은 우아한형제들과 DH의 합작사인 '우아DH아시아' 의장이자 집행이사를 맡아 아시아 15개 지역 사업을 총괄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김 의장은 약 1조원 대 주식 부자 대열에 오르기도 했다. 김 의장이 보유한 우아한형제들 지분 9.6%가 DH 지분으로 맞교환되면서 DH 지분 3%를 확보, 개인 자격으론 최대주주가 된 영향이다. 여기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DH 주가가 2배 이상 오르면서 지분 평가액도 급증했다.

김 의장은 "대한민국 아주 작은 섬에서 태어나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는 것으로 밖에는 설명하기가 어렵다"라며 "존 롤스의 말처럼 '최소 수혜자 최우선 배려의 원칙'에 따라 그 부를 나눌 때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윤지혜 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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