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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돋보기] '쏘카 사태' 막으려면 영장 없이 개인정보 줘야 할까


개인정보위 "현행법 정보 제공 가능"…업계 "기준 모호"

쏟아지는 정보통신기술(ICT) 현안을 잠시 멈춰 서서 좀 더 깊숙히 들여다봅니다. 'IT돋보기'를 통해 멈춘 걸음만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되, 알기 쉽게 풀어쓰겠습니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쏘카의 성범죄 용의자 정보 늑장 제공 논란과 관련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사기관이 범죄 수사를 위해 영장 발부 전 개인정보를 요청할 때,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명확치 않다는 비판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미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어 문제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어 불확실성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따른다.

1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피해 아동 어머니가 "영장 없이 개인정보를 줄 수 없도록 한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달라"고 올린 청원글이 나흘 만에 4천7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영장 없인 개인정보를 줄 수 없도록 한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달라"는 청원글을 올렸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영장 없인 개인정보를 줄 수 없도록 한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달라"는 청원글을 올렸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앞서 경찰은 지난 6일 성범죄 용의자가 쏘카 차량에 피해 아동을 태워 이동한 것을 확인, 쏘카 측에 용의자 개인정보를 구두로 요청했으나 쏘카는 "영장이 필요하다"며 거절했다. 경찰은 7일 저녁 수색 영장을 제시했지만, 쏘카는 담당자가 부재중이라며 8일에 용의자 정보를 제공했다.

쏘카의 늑장 대응으로 범죄를 막을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자, 박재욱 쏘카 대표는 "경찰 수사에 신속하게 협조하지 못한 회사의 대응과 관련해 피해자와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영장이 하루 만에 나온 건 통상적으로 빠른 조치"라며 "쏘카도 빠르게 대처해줬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라고 말했다.

◆ 개인정보위 "영장 없이도 수사기관 정보 제공 규정 있어"

쏘카의 대응과는 별도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영장이 없는 상황에서 일반 기업이 범죄 수사 등을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조항이 명확치 않다는 해석 때문이다.

다만, 동법 제18조제2항제7호는 범죄의 수사와 공소 제기·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개인정보를 제3자에 제공할 수 있게 했으나, 이는 공공기관에만 적용된다.

실제 로스쿨 출신 변호사 커뮤니티 '로이너스'에선 쏘카가 개인정보보호법 어떤 조항에 따라 용의자 정보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설전이 벌어져 눈길을 끌었다.

 [사진=개인정보보호위원회]
[사진=개인정보보호위원회]

이에 대해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제2항제2호에 따라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개인정보를 제3자에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설서에도 형사소송법·통신비밀보호법·전기통신사업법 등 수사기관에서 수사목적으로 법률이 정한 절차를 거쳐 요구하는 경우, 이용자 동의 없이 관련 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예컨대 쏘카 같은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찰, 수사관서의 장 등이 수사나 형 집행을 위해 자료 열람·제출을 요청받으면 응할 수 있다'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제3항에 따라 영장 없이도 이용자의 성명·주소·전화번호·주민등록번호 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현행법상 쏘카는 범죄 용의자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으나, 회사 측 대응이 미흡했던 사건"이라며 법 상으로는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개인정보위의 설명과는 달리 법의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자료를 요청할 경우 수사관서의 장인 경찰서장 명의로 요청 사유, 해당 이용자와의 연관성, 필요한 자료의 범위를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초동수사를 맡은 서산경찰서는 쏘카 고객센터에 유선으로 용의자 정보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요청에 따른 형식적 절차를 따르지 못한 것. 사실상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요청이었던 셈이다.

◆ "개인정보 잘못 줬다 역풍 맞아"…불확실성 제거 '필수'

개인정보보호법에 범죄 수사 시 기업이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제공해야 하는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개인정보보호법은 물론 해설서에조차 개인정보 제공과 관련해 다른 법률에 어떤 조항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지 않다. 해설서는 '범죄 수사를 위해 관련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수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사해 개인정보 오남용 가능성을 막으려 했으나, 기업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범위'에 대한 해석 자체도 모호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언급한 '다른 법률의 특별한 규정' 범위가 너무 넓어 다 헤아리기 쉽지 않은 데다, 이들 규정이 범죄 수사 시 개인정보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는 강제조항도 아니어서 정보 제공 여부부터 판단하기 어렵다"라며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 확실한 영장을 달라고 하는 게 보편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제3항에 따라 수사기관에 이용자 정보를 제공했다 역풍을 맞은 사례가 있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한 이용자가 "약관상 개인정보보호 의무를 지키지 않고 인적사항을 경찰에 제공했다"며 네이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네이버는 법적 의무를 이행했을 뿐이라고 반박했으나,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자료 요청에 사업자가 기계적으로 따르는 것은 이용자의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됐지만, 당시 네이버 등 포털사는 영장 없는 개인정보 제공을 중단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 긴급 사건엔 영장 없이 개인정보 제공?…"영장주의 위배"

일각에선 실종·납치 등 긴급 사건에는 영장 없이도 개인정보를 즉시 제공할 수 있도록 강제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해 아동 어머니의 청원 글도 이와 맥락이 맞닿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범죄 수사를 위해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반드시 줘야 한다고 규정하면 헌법상 영장주의에 위배된다"라며 "다만 이번 사건과 같이 긴급한 위험이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법령 및 가이드라인에 명시하는 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사업자 입장에선 영장 없이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이와 관련한 딱 맞는 규정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사정기관에 의한 개인정보 침해를 막는 게 개인정보보호법 제정 취지인 점을 고려하면,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조언했다.

윤지혜 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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