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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홍수 속 이익까지 나누라니"…'이익공유제' 두고 유통街도 '반발'


유통법 등 규제 일환 속 기준 명확치 않은 '상생 강요' 비판…"임시방편적 규제 멈춰야"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피해를 본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을 위해 코로나19 수혜를 입은 기업의 이익을 공유하자는 '이익공유제'가 유통업계에서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과 배달 앱 등 플랫폼 기업이 유통업계 내 대표적인 '수혜기업'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들은 정부가 기업 옭죄기 일변도의 정책만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이익만을 환수하려 드는 것은 불합리적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여당 "유럽 국가 유사 제도 시행" VS 야당 "반시장적" 반발 격화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권은 최근 '코로나 이익공유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수혜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협력업체,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에게 이익을 공유하자는 취지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개최된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한 바 있으며,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방책 중 하나로 이익공유제 도입 가능성을 밝혔다. 이 대표는 유럽 국가들이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이를 국내화 할 경우 현실성 있는 제도 도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함께 전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의 발언에서부터 시작된 이익공유제 도입 추진에 유통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의 발언에서부터 시작된 이익공유제 도입 추진에 유통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이를 두고 야당은 즉시 논평을 내고 '반시장적' 발상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여권은 이를 본 궤도에 올리기 위한 법적 절차에 착수하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주 여당은 다음달 1일 시작되는 2월 임시국회에서 '협력이익공유법, 사회연대기금법, 자영업 손실 보상법' 등에 대한 논의를 공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의 반발도 조금씩 표출되고 있다. 주요 플랫폼 기업들은 지난주 여당이 주최한 간담회에 불참한 것과 같은 강경한 대응에도 나섰다. 또 이익공유제의 도입 취지는 이해하지만 구체화된 정책 및 규정이 없고, 사기업의 이익을 법으로 강제해 분배하는 조치가 시장경제에 반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하는 등의 소극적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이익을 내놔 사회 공헌 차원에서 활용하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이를 법제화한 나라는 아직까지 없고, 위험이 아닌 이익만을 강제적으로 공유하도록 하는 것은 상식 외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규제 이어 이익 환수까지…"유통업계가 '봉'인가"

업계는 이익공유제 도입 추진이 반시장적인 데다 시장을 정부의 통제 아래 둘 수 있다는 발상의 착오에서 벌어진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또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규제 일변도의 정책적 움직임을 보여 온 정부가 업계의 어려움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익에만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강도 높은 비난도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등 업종은 코로나19 사태가 격화될때 큰 피해를 입었고, 당시 정부에게 지원을 호소했지만 정부의 모든 지원은 소상공인에게만 집중된 바 있다"며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 입법도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이익 공유까지 강제하는 것은 유통업계를 '봉'으로 보고 있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국회는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유통법 개정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 발의된 유통법 개정안에는 ▲대형마트에만 적용되고 있는 영업시간 제한 등을 복합쇼핑몰 등으로 확대하고 ▲신규 출점을 사실상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물론 ▲이커머스 기업의 영업 시간을 규제하는 등의 강도 높은 규제 내용이 담겨 있다.

업계는 이익공유제가 합리성이 결여된 정책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업계는 이익공유제가 합리성이 결여된 정책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또 정부가 이익공유제 도입에 나서기 이전부터 유통업계 전반에서 상생을 위한 활동이 활발하게 행해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유통업계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상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명절 연휴 대금 선결제, 스타필드 등에서 행해진 임대료 면제 등의 조치가 대표적 사례다.

더불어 이익공유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명확한 기준이 마련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이어졌다. 업종 사이의 피해 여부를 규정짓는 과정에서 사회적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평이다.

이익공유제가 구체화된다 하더라도 지원 대상이 오로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로 한정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백화점,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등 오프라인 중심 유통업체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것은 소상공인과 마찬가지임에도 이들에 대한 지원이 행해지지 않을 경우 상대적 박탈감 등의 문제도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여권은 그동안 '상생'을 '정의'와 결부시켜 필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그 저변에는 대형 유통업체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흐름이 이어져 왔다"며 "이번 이익공유제 도입 추진도 이같은 태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업계와의 대화에 나서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는 지금까지의 사례에 비춰 볼 때 '통보식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익공유제와 같은 임시방편적 규제 도입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투자를 독려하기 위한 규제 완화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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