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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과학] 흐르는 액체 속 나노 입자도 관찰하는 전자현미경


KAIST 육종민 교수팀, '그래핀 아쿠아리움 전자현미경 이미징 플랫폼' 개발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1월 14일자에 실린 KAIST의 '그래핀 아쿠아리움 전자현미경 이미징 플랫폼' 기술. [KAIST 제공]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1월 14일자에 실린 KAIST의 '그래핀 아쿠아리움 전자현미경 이미징 플랫폼' 기술. [KAIST 제공]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전자빔을 광원으로 이용하는 투과전자현미경(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은 광학 현미경보다 수천 배 높은 배율로 물질의 원자 단위 관찰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나노미터(nm) 단위로 집적화되고 있는 반도체 공정의 품질 관리와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생체 분자의 구조를 규명하는 데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전자현미경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매우 높은 수준의 진공 상태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고체 시료만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관찰할 수 있었다. 액체의 경우 전자현미경 내부의 고진공 환경에서는 액체가 전부 증발해 버리기 때문에 시료를 급격히 냉동시키는 초저온 전자현미경 방식으로 관찰이 이뤄졌다. 결국 시료는 액체이지만 움직이지 않는 정지화면만 볼 수 있었던 셈이다. 시료가 정지된 상태에서는 구조적인 정보만 알 수 있고 액체 내에서 일어나는 역동적인 현상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는 액체를 얇은 막으로 감싸 고진공으로부터 보호하는 액상 전자현미경 기술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투과막이 전자빔을 산란하지 않을 정도록 투명해야 투과전자현미경의 장점인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액체 내 물질들의 원자 및 분자 단위 고해상도 영상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전자빔에 대해서 투명하며 높은 진공 상태를 견딜 수 있는 구조체를 만들어야 한다. 아쿠아리움에서 물고기들을 선명하게 관찰하기 위해서는 높은 투과도를 가지고 수압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유리가 필요한 것처럼, 액상 투과전자현미경에서는 전자빔에 대해서 투명하며 높은 진공 상태를 견딜 수 있는 물질이 필요하다.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의 모식도. 원자 단위 두께의 그래핀을 전자빔 투과 막으로 이용하여 고해상도의 이미징이 가능하고, 내부에 존재하는 액체 수로를 통해 액체의 공급과 교환이 가능하다. [KAIST]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의 모식도. 원자 단위 두께의 그래핀을 전자빔 투과 막으로 이용하여 고해상도의 이미징이 가능하고, 내부에 존재하는 액체 수로를 통해 액체의 공급과 교환이 가능하다. [KAIST]

KAIST 신소재공학과 육종민 교수 연구팀은 그래핀을 이용해 유체 내 물질들의 분자, 원자 단위 고해상도 영상을 획득할 수 있는 전자현미경 기술을 개발,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1월14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원자 단위의 두께를 가지지만 강철보다 200배 가량 강하며, 물질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그래핀 박막을 투과막으로 이용했다.

기존의 액상 전자현미경에서는 약 50나노미터(nm) 두께의 질화 실리콘 막을 이용해 액체를 고진공으로부터 보호했지만, 이러한 막은 전자빔에 대해서 반투명하므로 물질을 흐릿하게 만들어 원자 단위의 관찰을 방해하고, 특히 단백질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생체 분자들의 경우 명암을 높이는 염색 과정 없이는 쉽게 관찰할 수 없었다.

육 교수 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래핀 두 층 사이에 액체를 가두는 그래핀 액상 셀 기술을 2012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이번 연구에서 이를 개선해 액체가 자유롭게 순환하는 환경에서 고해상도의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그래핀 아쿠아리움 전자현미경 이미징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팀 자유로운 액체 순환과 교환을 위해 30~100나노미터(nm) 두께의 액상 수로를 가지는 구조체를 반도체 리소그래피 공정으로 구현해 '그래핀 액상 유동 칩'을 제작했다.

연구팀은 이 칩이 약 4기압에 달하는 압력차를 견딜 수 있으며, 기존보다 20배 빠른 액체 유동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작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기존 막보다 100배 가량 얇은 그래핀이 전자빔에 대해 투명하기 때문에 원자 단위에서 물질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었으며, 박테리아 및 생체 분자를 염색의 과정 없이 온전히 관찰할 수 있었다.

그래핀 액상 유동 침을 이용해 관찰한 나노 입자 및 박테리아의 전자현미경 이미지. [KAIST]
그래핀 액상 유동 침을 이용해 관찰한 나노 입자 및 박테리아의 전자현미경 이미지. [KAIST]

연구팀은 "유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반응들의 분자 단위, 원자 단위에서의 관찰이 쉬워졌으며, 그동안 관찰하지 못했던 물질의 합성 과정을 밝히고 바이러스 및 단백질들의 상호작용과 같은 생명 현상 규명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등 기초 과학 및 공학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육 교수는 "새로운 이미징 플랫폼의 개발은 과학 기술 발전의 토대가 되는 것으로, 액체 내 물질들을 분자 및 원자 단위로 관찰하면 자연의 가장 작은 단위에서 시작되는 다양한 현상들을 규명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미지에 싸여있던 생명 현상의 비밀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KAIST 신소재공학과 구건모 박사, 박정재 박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삼성 미래기술 육성 센터의 지원을 받았다. (논문명 : Liquid-Flowing Graphene Chip-Based High-Resolution Electron Microscopy)

최상국 기자 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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