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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돋보기] SKB vs 넷플릭스…망이용대가 쟁점 심층분석


국내 ISP와 해외 CP의 첫 망이용대가 법정 다툼

쏟아지는 정보통신기술(ICT) 현안을 잠시 멈춰 서서 좀 더 깊숙히 들여다봅니다. 'IT돋보기'는 멈춘 걸음만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되, 알기 쉽게 풀어쓰겠습니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 민사소송이 두번째 변론기일을 넘어 테크니컬 프리젠테이션(PT)을 남겨 놓고 있다. 이후 본격적인 소송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두 차례 진행된 변론기일은 '망 이용대가 지불의 정당성'이 가장 첨예한 쟁점으로 부각됐다. 국내서는 법적으로 다뤄진 바 없는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인터넷제공사업자(ISP)간의 분쟁이기 때문에 국내법뿐만 아니라 해외 사례가 다수 주장에 대한 근거로 제시됐으나 서로가 다른 의미로 해석하면서 논란만 더 가중됐으며, 복잡한 기술용어와 번역의 오류 등으로 인해 개념도 불분명해 어려움이 따랐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망사용대가를 두고 법정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인포그래픽=아이뉴스24]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망사용대가를 두고 법정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인포그래픽=아이뉴스24]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10월 30일에 이어 지난 15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 민사소송 2차 변론기일을 열였다. 넷플릭스 법률대리인으로 법무법인 김앤장이, SK브로드밴드는 법무법인 세종이 출석했다.

양측의 주장과 해석이 엇갈림에 따라 쟁점의 기준은 재판부가 요구하는 현안에 대한 의문으로 귀결된다. 결국 법적인 판단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재판부의 지적이 곧 양측이 근거로 내세워야 하는 주요 흐름이 된다.

재판부가 요구하는 의문은 망중립성이 망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논거가 되는지,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연결방식에 따른 기술적 해석 유무, 협상의무의 부존재 확인과 관련한 이익 여부 등으로 요약된다.

◆ 망이용대가는 망중립성에 포함될 수 있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2월 27일 '망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망중립성 원칙을 유지한다고 결론 내렸다. 즉,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 FCC나 EU 등이 명시하고 있는 망중립성 원칙을 따르고 있다는 뜻이다.

망중립성이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될 수 있는 여지가 있기는 하나 대체적으로 네트워크망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계층이 차별없이 동등하게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중 특수서비스 등은 예외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넷플릭스 측은 망중립성 원칙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여건에 방점을 찍으면서, 어느 국가에서도 정부나 법원이 접속료(망이용대가)를 강제하는 일은 없다고 주장한다. 만약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면 망중립성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질 낮은 서비스를 봐야 하기에 후생도 저하시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ISP가 비용을 받기 위해 CP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것 역시 망중립성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ISP가 인터넷 접속 서비스 품질을 유지할 책임을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ISP가 이용자를 볼모로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측은 망중립성과 망이용대가는 엄밀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망중립성은 말 그대로 차별적인 행위를 금지하는 공정경쟁 개념에 더 가깝다. ISP가 합법적인 트래픽을 차단하거나, 지연, 우선처리하는 등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일뿐 망 이용대가와는 무관하다는 것.

또한 넷플릭스가 말한 불이익 역시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SP가 전송료를 징수하고 CP가 이를 지불하지 않아 불이익이 생긴다고 한다면 망중립성 위반 여부를 따질 수도 있겠으나 SK브로드밴드가 이같은 불이익을 줄 수 없는 구조이고, 이같은 일을 행한 바 없다는 설명이다.

가령,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로부터 전송되는 콘텐츠 품질을 저하시킨다고 가정한다면, 불편을 겪은 소비자는 그 책임을 SK브로드밴드에 물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굳이 SK브로드밴드가 이를 감수할 이유나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 망이용대가 요구한 넷플릭스 vs 일방향 정산방식 전환 가리킨 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 측은 망 이용대가 관련 이용자와 1차적으로 접속되는 인터넷제공사업자(ISP) 거래를 '접속료'로,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인터넷제공사업자(ISP)로 보낼 때의 거래는 '전송료'로 분리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특정 콘텐츠를 보겠다는 의사를 'A' ISP에 전달하면, 'A' 다른쪽으로 연결된 'B' ISP에 이를 전달하고 최종적으로 넷플릭스에 데이터를 전송한다. 넷플릭스는 전송된 데이터를 통해 해당되는 콘텐츠를 B에 보내고, 이를 B가 A에 보내면 최종 이용자에게 전달되는 방식이라는 것.

이 과정에서 이용자가 A를 통해 주고받는 데이터에 대해서는 그에 따른 접속료를 이용자가 내고 있는 상태고, CP는 최초 연결된 B에게는 접속료를 내고 있어 그 이후 B에서 A로, 또 이용자에게 전달되는 전송료는 따로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넷플릭스는 오히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망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한발 더 나아가기도 했다. SK브로드밴드의 주장대로 ISP와 ISP 간의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면 넷플릭스는 티어1 사업자에 준하기 때문에 낮은 티어에 있는 SK브로드밴드가 망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도식은 넷플릭스의 독특한 구조인 오픈커넥트(OCA)에 기인한다. 넷플릭스는 자체 CDN망을 구성해 각각의 주요 지역까지 연결해놓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연결된 지점은 일본 도쿄IX와 도쿄, 홍콩 등 3곳이다. 즉, OCA 지점이 있는 곳까지 끌어다 놓은 대가를 SK브로드밴드에게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넷플릭스의 인터넷 상호 접속점(주황색)과 ISP(초록색) 위치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인터넷 상호 접속점(주황색)과 ISP(초록색) 위치 [/사진=넷플릭스]

SK브로드밴드는 전제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넷플릭스가 구축한 OCA는 넷플릭스 콘텐츠만을 전송하는 통로다. 즉, 전통적인 ISP와 결이 다르다. 또한 넷플릭스의 콘텐츠만을 전달하기에 쌍방이 아닌 일방향으로만 트래픽이 흐른다.

이는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무정산(Free peering) 원칙'과 도 맞지 않는다. 무정산 원칙은 과거 ISP간 상호접속을 통해 서로 트래픽 교환비율이 동등할 경우 정산하지 않는다는 약속이다. 이후 대형 글로벌 CP들의 등장으로 인터넷 트래픽이 한방향으로 폭주함에 따라 무정산 방식은 '일방향 정산방식(Paid peering)'으로 전환되고 있다.

프랑스 통신규제기관 ARCEP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방향 정산방식은 지난 2012년 20%에 그쳤으나 2018년 54%로 과반을 넘어섰다. 트래픽과 비용 차이를 고려해 ISP간 상호접속 시 비용을 지불하게 된 셈이다. 대안적 접속방식인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의 경우에도 트래픽 소통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최근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은 '양면시장의 구조를 갖는 네크워크 시장에서 ISP가 CP로부터 정상적인 망 이용대가를 수취하는 게 제한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한 비용은 이용자들에게 전가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게다가 망이용대가를 오히려 받아야 한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은 OCA가 여러 ISP를 거치지 않고 SK브로드밴드와 직접 연결됐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 된다. 직접 연결의 경우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접속료를 지급해야 한다. 넷플릭스 역시 최초 ISP 연결을 '접속료'로 보고 지급의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 넷플릭스, 실제 망이용대가 전세계 어디에도 지불하지 않을까?

넷플릭스는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는 물론, 서울중앙지방법원 심리에서도 꾸준히 전세계 어디에서도 망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무부존재의 소 역시 이같은 의무가 없다는 것을 확인받기 위함이다.

넷플릭스의 주장대로 망이용대가의 근본적인 형태와 구조, 실제 지불했다는 명백한 근거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망이용대가의 경우 사업자간의 계약 사항으로 비밀유지조약을 맺기 때문에 외부로 발설할 수가 없다.

다만, 넷플릭스가 스스로 망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사례는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가 지난 2013년 미국 현지에서 풀HD 해상도 서비스 확대로 트래픽 지체 현상이 생기자 인터넷제공사업자(ISP)들의 비용 분담 사례가 꼽힌다.

당시 넷플릭스는 ISP와 갈등을 빚다 2014년 2월 컴캐스트와 오픈커넥트(OCA) 및 별도의 망 비용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 컴캐스트는 같은해 2월 23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한 약관(계약조건)을 공개하는 대신 "향후 수년간 고품질 넷플릭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상호 유익한 연결계약을 맺었다"고 이를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또 해당 계약 후 다른 ISP와 달리 컴캐스트의 인터넷 속도가 3월부터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는 블로그를 통해 "넷플릭스는 강력한 망중립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가까운 시일 내에 소비자 경험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ISP에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와 망연동계약을 맺은 컴캐스트의 넷플릭스 다운로드 속도 상향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와 망연동계약을 맺은 컴캐스트의 넷플릭스 다운로드 속도 상향 [/사진=넷플릭스]

곧 이어, 넷플릭스는 같은 해 4월에 또 다른 ISP인 버라이즌과, 7월과 8월에는 각각 AT&T, 타임워너케이블과 대가 지급에 합의했다. 이 역시 자세한 약관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미국 현지 매체들은 컴캐스트 사례에 비춰 유사한 망 사용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보도했다.

특히, 같은해 2월 타임워너케이블(TWC)이 컴캐스트와의 합병을 합의했을 때 미국 FCC에 제출한 넷플릭스의 의견서를 살펴보면, 넷플릭스가 실제 망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음을 스스로 확인시켜 준다.

당시 전송부문을 담당하던 켄 플로랜스 넷플릭스 부사장이 FCC에 컴캐스트와 TWC의 합병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이유는 넷플릭스가 컴캐스트와의 분쟁끝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상황에서 TWC까지 합병하게 되면 망이용대가가 상승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의견서에는 '컴캐스트는 오픈커넥트(OCA)를 통해 넷플릭스와 상호 접속하고 컴캐스트의 이용자들이 요청한 스트리밍 동영상을 제공할때, 이용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시청이 가능한 정도의 비트 전송률을 전송하기에 충분한 용량을 넷플릭스에 제공하기로 합의했다'며, '동 상호접속 계약 조건에는 넷플릭스가 컴캐스트의 착신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기로 하는 동의도 포함돼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착신망 이용대가(Terminating access fee)'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컴캐스트가 '착신망 사업자(Terminating access network)'라는 의미이며 이 착신망 사업자는 초고속인터넷을 보유한 ISP가 해당된다. SK브로드밴드도 착신망 사업자에 해당된다.

즉, 넷플릭스가 자체 CDN인 OCA를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망이용대가 역시 지불한다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켄 플로랜스 넷플릭스 부사장이 FCC에 컴캐스트와 TWC의 합병을 반대하는 의견서 일부 발췌 [/자료=넷플릭스]
켄 플로랜스 넷플릭스 부사장이 FCC에 컴캐스트와 TWC의 합병을 반대하는 의견서 일부 발췌 [/자료=넷플릭스]

이 밖에도 미국 FCC가 2016년 5월 미국 케이블TV 사업자 차터의 타임워너케이블(TWC)과 브라이트 하우스를 인수하는데 붙인 조건 승인도 주요 사례로 제시됐다. 당시 조건 중에는 합병법인이 CP나 CDN 등과 망연동시 무정산을 적용토록했다. 합병법인인 뉴 차터의 규모가 커져 가입자 방어, OTT 사업자 경쟁력 저하를 목적으로 더 많은 대가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다.

◆ '협상의무부존재의 소'로 얻을 것 있을까

'채무부존재의 소' 성립의 여부도 주요 쟁점이다.

이번 소송은 SK브로드밴드가 방통위에 넷플릭스 망이용대가 협상과 관련한 재정을 신청했으며, 재정 절차 도중 협상에 임할 의무가 없다는 확인을 법원으로부터 받기 위해 넷플릭스가 소를 제기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원고인 넷플릭스가 이번 소를 통해서 확인에 따른 이익을 가져가야 한다.

넷플릭스는 협상의무가 곧 지급의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소를 통해 법률상 지위에 불안과 위험을 내려놓을 수 있는 확인의 이익이 있다는 주장이다.

즉, 재정이 소로 인해 중단되기는 했으나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 소를 통해서 확인이 되지 않는다면 또 다시 재정절차가 이어지게 되고 이는 곧 협상으로 이어지고, 합의를 이행하라는 강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핵심이다.

다만 SK브로드밴드는 방통위의 재정이 행정기관에서 중립적 조율을 돕기 위한 절차일뿐 강제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강제력은 방통위의 재정절차가 아니라 사업자 양측이 합의안을 도출해 계약서를 작성했을 때야 비로소 발현되는 것으로 재정의 목적이 반드시 협상결과는 내는 것과 이어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시말해, 방통위가 양측의 중간자적 입장에서 서로의 의견합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을 해줄뿐이며, 만약 넷플릭스가 재정에 반대하면 아무것도 성립되지 않은 채 종결될 수도 있다.

또한 재정 도중 한쪽이 소를 제기하면 중단되기는 하지만 소로 이어졌기 때문에 형식상 중단되지 않았을뿐 소가 끝나면 자연소멸된다. 이 상황에서 재정을 다시 시도하려면 처음과 같이 다시 방통위에 신청을 해야 한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4월 30일 양측의 주장을 담은 기술PT를 진행한다. 각각 1시간씩 총 2시간을 할애한다. 이를 위한 전문가 증인 1명과 준비서면을 내달까지 재판부에 제출해야 한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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