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피' 광풍에 패닉 대출까지…연초 대출 증가세, 심상찮다


관리 필요하지만…전문가 "극단적 대출 규제, 외려 부작용" 지적

시중은행 대출 창구가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연초부터 마치 저수지 둑이 터진 것마냥 신용대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주식시장 광풍에 더해 "은행들이 언제 대출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공포 심리가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대출 규제가 외려 대출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국내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3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35조3천69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대비 1조7천213억원 늘어난 수치다.

◆사상 최초 코스피 3000…'빚투' 이끌었다

연초 신용대출 증가세는 지난 해 12월과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더해 은행권의 자율규제가 더해지면서 지난 해 12월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443억원 줄었다.

지금의 증가세는 정부의 신용대츌 규제 이전인 지난해 10월 수준과 비슷한 수준이다. 5대 은행의 지난 해 10월 신용대출 잔액은 128조8천431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4천565억원 증가했다.

연초 대출이 급증하게 된 첫 번째 요인으로는 '빚투'가 꼽힌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초로 3000을 넘어서는 등 역대급 활황을 보이면서 너도나도 빚을 내 주식 투자에 뛰어든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3일 투자자예탁금은 70조1천396억원으로 지난 해 12월 31일 대비 4조6천169억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 예탁금은 증시 대기자금으로 불린다.

◆"은행 문 언제 닫을 지 모른다" 대출 재개되자 '우르르'

또 다른 배경으로는 '패닉 대출'이 지목된다. 은행들이 또 언제 대출을 막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미리 받아놓으려는 '선수요'가 나타난 것이다.

지난 연말 시중은행들은 일부 대출 영업을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KB국민은행의 경우 2천만원 이상의 신규 신용대출은 내주지 않았으며, 신한은행은 영업점 신용대출 접수와 일부 '쏠편한 직장인 신용대출' 비대면 신청을 한동안 받지 않았다. 하나은행도 모바일 전용 주력 상품인 '하나원큐신용대출' 판매를 일정 기간 중단했다.

한도를 조정하거나 우대금리를 깎는 일은 있어도 은행들이 대출을 내주지 않는 건 매우 드문 경우다. 주된 수익을 순이자마진에서 얻는 은행이 대출 영업을 중단한다는 건 그만큼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중은행들은 연초 영업을 재개하면서 여차하면 다시 죌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대출 총량 규제를 올해에도 지속하겠다는 메시지를 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이러한 신호들이 차주들의 선수요를 이끌었다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작년 연말 은행들이 시행했던 제도는 매우 극단적이고 이례적인 사례"라며 "차주들이 이런 제도들이 또 시행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한 만큼, 뚫려 있을 때 받을 수 있을 만큼 받자고 생각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한도 대출, 이른바 '마이너스통장'에서도 선수요 움직임을 읽을 수 있다. 지난 해 12월 31일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개설 건수는 1천48건이었는데, 새해 첫 영업일인 4일엔 2천126건, 8일엔 2천441건을 기록했다. 4일부터 8일까지 하루 평균 마이너스통장 개설 건수는 2천63건으로 지난 연말 대비 두 배 가량 많았다.

마이너스통장은 한도만 설정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이자가 나가지 않는다. 연장도 비교적 쉬워서, 차주 입장에선 미리 받아 두는 게 합리적인 결정이긴 하다.

이른바 '패닉 대출'은 빚투 만큼이나 위험하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장기화로 가계와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는 건 '불난 집에 기름 붓는 일'이 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의 대출 증가세엔 분명 '미리 받아놓으려는 수요'가 반영됐다"라며 "생활, 사업자금 자금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까지 높아지면서 기업이든 가계든 현금을 확보하려고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12월 가계대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은 2019년 말 대비 100조7천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 2019년 증가폭인 60조5천억원, 60조8천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19 여파가 컸지만 분명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다고 극단적인 규제나 잦은 정책 발표 등이 정답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워, 패닉 대출 같은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성 교수는 "대출 관리를 위해선 우선적으로 경기 회복 노력이 돼야하며, 한편으로는 장기적 전망이 가능하도록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라며 "부동산, 대출 정책 등이 장기적 전망이 돼야하는데, 변동이 심하다보니 신뢰가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해 11월에 이어 금융위원회는 올 1분기까지 상환능력 위주 심사관행 정착을 위한 '가계 부채 선진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 기준을 차주단위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등 가계부채 연착륙을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조만간 대출 원리금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의 연착륙 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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