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재용 선고 '운명의 날' D-4…삼성, 잃어버린 10년 오나


박근혜 '징역 20년' 확정에 이재용 재판 영향 관심…결과 따라 삼성 운명 갈릴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대법원이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실형을 확정하면서 파기환송심 선고를 나흘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판결에 재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에 따라 삼성은 물론 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다. 결론을 내려야 할 재판부의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오는 18일 오후 2시 5분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을 연다. 이번 선고공판은 지난 2019년 8월 29일 대법원이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형을 내린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에 파기환송 결정 이후 508일 만이다.

지난 2016년 11월 참여연대의 검찰 고발로 시작된 삼성의 '사법 리스크'는 5년이 넘게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지난 2017년 2월 기소됐다.

이후 이 부회장은 검찰에 10차례 소환돼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실질심사만 3번 받았다. 특검에 기소돼 재판에도 80여 차례 이상 출석했다. 1심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고, 2심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상고심에서 일부 뇌물 혐의를 추가로 인정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 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첫 공판을 열고 삼성이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제도를 확립할 경우 이를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특검이 이의를 제기하며 재판부 변경을 요청하며 약 9개월간 재판이 지연됐으나, 대법원이 특검의 기피 신청을 기각하며 지난해 10월 재개됐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오후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앞서 검찰은 1, 2심에서 모두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삼성이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의 투명성과 도덕성을 갖춘 회사로 만들겠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개인적 이익을 취하지 않고 오로지 회사 가치를 높이고 사회에 기여하는 일만 하겠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또 재판부가 양형 조건 중 하나로 요구했던 실효적 준법감시제도에 대해 "이를 통해 회사에서는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외부의 목소리도 놓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며 "과거로 돌아갈 일은 결코 없을 것이고, 법에 어긋나는 일은 물론 오해를 불러일으킬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이에 공을 받아든 재판부가 오는 18일 어떤 결정을 내릴지를 두고 많은 이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날 뇌물을 받은 당사자로 지목된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각각 징역 20년과 18년을 확정 받으면서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형량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재계 관계자는 "유죄가 인정된 액수가 파기환송 전 1심보다 적고 2심보다는 많은 상황"이라며 "이에 맞춰 형량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뇌물 액수가 큰 데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게 중형이 선고된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도 실형을 피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권고 대로 삼성이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해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입증된 만큼 양형에 참작돼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재판부의 선고에 따라 이 부회장의 운명이 결정되는 만큼 선고날이 가까워질수록 삼성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 영향으로 지난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데다 '뉴 삼성'을 구체화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중형을 선고하면 대형 M&A는 물론, 180조 원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 133조 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 방안 등 오너의 리더십과 결단이 필요한 사업 구상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위축도 불가피해져 향후 삼성이 글로벌 투자나 M&A를 추진할 때 대외신인도 평가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정소희 기자]

이에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국가 경제적으로도 손해가 크다는 의견들이 나오면서 곳곳에선 이 부회장을 선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이 부회장의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최근 삼성의 변화를 위한 노력이 과거와 확연히 다른 점은 자발적인 움직임이라는 것"이라며 "온전한 한국형 혁신벤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선 삼성의 오너인 이 부회장의 확고한 의지와 신속한 결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 4일에는 이 부회장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지금까지 청원에 참여한 사람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5만7천534명으로, 청원인은 "이 부회장은 지난 몇 년간 수사, 재판 등으로 너무나 많이 시달렸고 충분히 반성하고 사과했다"며 "자발적이 아니라 권력의 요청에 응했을 뿐으로, 이제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자유의 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재계에서도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국가적 손실이 상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일상적인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이 이어갈 수 있어도 대규모 시설투자나 인수합병 등에선 오너가 없인 결정하기 힘든 일"이라며 "연이은 사법리스크로 삼성 입장에선 성장 동력을 잃을까 초조해 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시설투자나 인수합병(M&A) 등과 같은 전략적 결정과 글로벌 네트워킹 활동은 총수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며 "삼성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연이은 재판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기회 선점은 고사하고 기회 상실로 경쟁 대열에서 낙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4년여 동안 삼성은 사법 리스크로 인해 정상적 경영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며 "삼성이 코로나19 병동 확보에 적극 나서는 등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높은 데다 국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대규모 투자, 채용 등을 통해 기여하는 바가 큰 만큼 재판부가 이런 점들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부회장이 이번 국정농단 재판에서 중형을 피하더라도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검찰의 기소로 시작된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서다. 이 재판은 지난 10월 말 1차 공판 준비기일을 가진데 이어 다음달 중 2차 공판준비기일이 잡힐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은 국정농단 재판보다 사안이 훨씬 복잡하다"며 "삼성의 사법 리스크 장기화는 불가피한 상태"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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