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책임투자', 기업공시에도 주요하게 담긴다


"ESG 관련 기업 공시 부족...'활성화→의무'로 확대"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코로나19를 계기로 지속가능한 성장의 축으로서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관련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하는 책임투자가 화두로 떠 올랐다. 앞으로는 상장기업 공시에도 관련 내용이 주요하게 담길 전망이다. 상장기업별 자율공시에서 일정규모 이상 기업으로, 나아가 모든 코스피 상장기업이 ESG 정보를 의무로 공시하게 된다.

또 특례상장기업과 국내 상장 역외지주회사, 신규상장기업에 대한 공시를 강화해 공시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공시위반 제재의 형평성도 개선한다.

1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공시제도 종합개선방안'을 발표하고, 간담회를 개최했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는 코로나19에 따라 화상으로 진행됐다.

ESG 등 비재무적 요소를 감안한 책임투자가 확대되고 있지만, 기업의 관련 정보 공개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인다. [사진=한국전력공사]

◆全 코스피 상장기업에 지속가능경영 공시 '의무화'

도 부위원장은 먼저 "코로나19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기업공시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개인투자자들도 공시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되 ESG 정보 공개와 책임투자 확대 추세에 발맞추어 제도적 기반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운을 띄웠다.

금융당국은 이에 지속가능경영 및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단 방침이다. ESG 책임투자 기반을 공시 상으로도 조성한단 취지다. 도 부위원장은 "ESG 등 비재무적 요소를 감안한 책임투자가 확대되고 있지만, 기업의 관련 정보 공개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그 필요성을 언급했다.

실제 환경관련 기회와 위기요인 및 대응계획, 노사관계와 양성평등 등 사회이슈 관련 개선노력이 등이 담기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매년 100여 개사가 발간하고 있지만, 이를 한국거래소에 공시한 상장기업은 2019년 기준 20개사에 불과하다. 현 거래소 공시는 어디까지나 '자율공시'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상장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를 보면 재무 환경에 관한 항목은 비교적 충실하게 다루고 있지만, 노동과 인권 지배구조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영역은 형식적으로 기재하거나 아예 빼먹는 일도 적지 않다.

당국은 상장기업의 지속가능경영 현황이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라고 보고, 공시범위를 확대함은 물론 의무 대상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먼저 거래소가 이달 중으로 'ESG 정보 공개 가이던스'를 발표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자율공시를 활성화한단 방침이다.

이 가이던스에는 ▲정확성, 명확성, 비교가능성, 적시성 등 ESG 정보 공개 일반 원칙 ▲공시 표준화를 위해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Best Practice ▲중요성 평가 절차, 이해관계자 소통채널 등에 대한 우수사례 ▲공시지표 국제표준(GRI, WFE 등), 공시 절차 및 방법 안내 등이 포함된다. 이를 토대로 당국은 오는 2025년까지 상장기업의 자율공시 활성을 독려한다.

이어 2030년부터는 자산 2조 원 이상 등 일정규모 이상 코스피 상장기업에 대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한다. 그 이후에는 모든 코스피 상장기업이 이 공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주주의 권리와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현황, 외부감사인의 독립성 등이 담긴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도 단계적 의무화가 실시된다. 현재 이 보고서는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기업에 대해서만 공시가 의무다. 먼저 현행 공시 의무 대상인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기업을 내년부터는 1조 원 이상, 2024년에는 5천억 원 이상으로 확대한다. 이후 2026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기업의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공시가 의무화된다.

[자료=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특례·신규상장기업 공시 사각지대 축소

'공시 사각지대'로 지적돼 온 특례상장기업과 국내 상장 역외지주회사의 공시 또한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강화된다. 현재 기술특례상장제도로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이 조달목적과 달리 미사용 자금을 운용해도 투자자는 확인이 어렵다. 정기보고서 서식에서 공모 및 사모로 조달한 자금 중 미사용 자금은 '예금상품 등으로 보관'으로 비고란에 간략하게 기재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 기술특례 상장제도로 코스닥에 상장한 한 제약회사는 신약개발 명목으로 대규모 자금조달 후 해당 목적과 달리 사모펀드 등에 투자해 대규모 손실을 냈는데 이 사실은 바로 공시되지 않았다. 이후 유상증자 추진과정에서 이 내용이 공시되면서 일시에 주가가 급락하고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다.

도 부위원장은 "그간 시장에서는 기술상장특례기업의 취약점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공개해 투자자 보호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시제도를 보완해야 한단 지적이 일어왔다"며 "서식을 개정해 이들의 공시의무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은 특히 재무구조가 취약한 특례상장기업의 경우 조달자금의 투자내용을 공개하는 등 공시의무 강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특례상장기업은 정기보고서 내 '자금의 사용내역' 항목에 미사용 자금의 구체적 운용방법과 투자내역을 기재토록 제도가 정비된다. 또한 자금조달 관련 깜깜이 사용내역의 점검을 위해 부실·허위기재 등에 대한 사후점검 및 관리도 강화된다.

국내 상장 역외지주회사의 지급능력과 외환거래 관련 리스크 공시도 개선된다. 현재 국내 상장 역외지주회사의 경우 예외를 인정받아 본국 사업자회사를 포함한 연결재무제표만 공시한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역외지주회사의 자체 수익구조와 유동자산 현황 등 상환능력을 파악하기 어렵다. 더욱이 본국 외화 송금 절차 이행 여부, 외환거래 규제 등으로 인한 자금 미회수 위험 등의 공시 또한 미흡한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정기보고서에 역외지주회사의 현금 보유액이나 유동자산 등 지급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항목을 추가키로 했다. 현재는 'Ⅺ. 그 밖에 투자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의 '외국지주회사의 자회사 현황'에 지주사의 자산·부채·자본 총액만 기재된다. 또한 본국 자회사에 대한 지분인수, 자금대여 등과 관련해 외화 송금 절차, 외환거래 규제 등 관련 리스크 공시 역시 강화할 방침이다.

신규 상장기업의 공시 사각지대도 해소한다. 현재 신규 상장기업은 상장 직전·후 분·반기 보고서 제출의무가 없어 대부분 재무정보가 공시되지 않는다. 실제 2018년 신규 상장기업 49개사(이전·재상장·합병상장·스팩상장사, 1분기 상장사 제외) 중 41개사(83.7%)가 상장 직전 분반기 재무정보를 정기보고서 등에 공시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이에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해 신규 상장기업에 대해 최초 사업보고서 제출의무와 동일하게 직전 분·반기보고서 제출의무를 부여할 계획이다. 사업보고서 제출대상 법인이 된 경우(상장 등) 5일 이내(또는 제출기한)에 직전 사업연도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공시위반 과태료 형평성↑...올 3분기까지 법 개정안 국회 제출

이외에도 비상장기업이 정기보고서 제출의무를 상습적으로 위반하면 과징금을 부과하고, 소액공모서류 미제출 과태료와 증권신고서 미제출 과징금 간 형평성도 제고한다. 현재 상장기업이 정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지연 제출하면, 위반의 '동기'와 '결과'에 따라 과징금 또는 경고·주의 조치가 이뤄지는데, 비상장기업의 경우 위반 '결과'가 경미함을 근거로 통상 경고·주의 조치만 이뤄져 최근 상습 위반 사례가 늘고 있다.

아울러 소액공모 공시서류 미제출(과태료)이 증권신고서 미제출(과징금)보다 경미한 위반임에도 과태료가 과징금보다 더 높게 부과된단 지적에 따라 소액공모 공시서류 미제출 관련 과태료 상한금액을 3천만 원으로 하향하고, 기타 위반사항은 경미한 위반으로 판단해 더 낮은 상한금액을 설정키로 했다.

금융당국은 서식개정 등 법령 개정없이 가능한 과제는 즉시 추진하되, 시행령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오는 3분기를 목표로 한단 입장이다. 예를 들어 ESG 가이던스는 이달 거래소가 발표해 점진적으로 의무 범위를 확대하고,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의무화는 거래소 규정 개정을 통해 실시한다.

국내 상장 역외지주회사와 기술특례 상장기업 공시 강화는 오는 1분기 중으로 금감원이 서식 개정에 나선다. 신규 상장기업 공시 강화와 관련해서는 금융위가 오는 3분기까지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도 부위원장은 "공시제도는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의 근간이 된다"며 "기업은 기업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공시하는 것이 투자자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한 기본의무임을 명심해야 하고, 당국은 공시규제를 위반하고 불공정거래에 이용하는 행위를 엄정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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