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첫 노조추천 이사 탄생하나…다른 은행은 '아직'


실적 잘 내고 있는 금융지주…업계 "굳이 모험하지 않을 것"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사진=기업은행]

[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노조추천이사제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당장 오는 2월 퇴임하는 사외이사 자리에 후보를 추천하기 위해 선임 과정을 밟고 있다. 노조추천이사제의 상시화를 위해 정관변경도 추진한다. 그렇다고 노조추천이사제가 은행권 전반에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 기존 주주들을 설득할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조는 이달 말까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한편, 정관 개정을 통해 노조추천이사제 제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노조, 금융권 최초 노조추천이사제 제도화 추진

노조추천이사제란 노동조합이 사외이사 후보를 직접 추천하는 제도를 말한다. 노동자가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노동이사제'의 과도기적 단계다.

노조추천이사제 추진은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취임 당시 노조와 합의한 사항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정부 출범 후엔 국정과제로 삼았다.

노조는 오는 2월은 김정훈 기업은행 사외이사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노동계 등 각계각층의 이야기를 듣고 차기 사외이사 후보를 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단체나 시민단체, 노동계 등의 의견을 듣고 이달 말까지 노조추천 이사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노조는 시민으로부터 공모를 받는 '국민공모제'를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내부 사정을 이유로 도중 노선을 틀었다. 이 관계자는 "국민공모제를 안 한다고 해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라는 방향이 바뀌는 건 아니다"라며 "각계각층의 이야기를 듣고 적절한 인사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기업은행 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실제 이사회 구성원이 될 경우, 금융권 최초의 사례가 된다.

기업은행 정관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운영위원회에서 후보를 추천해 은행장의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임면한다'라고 돼있다. 기업은행의 최대주주는 지분 63.5%인 기획재정부다. 정부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노사 협의 안건은 맞으며, 적절한 인사를 추천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정관 변경을 통해 노조추천이사제를 아예 제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지금의 기업은행 정관으로도 노조 추천 인사가 사외이사 후보로 올라갈 수는 있다. 이를 보다 명확화 하겠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정관 변경까지 추진하는 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제도화 하겠다는 취지"라며 "어떤 내용을 넣을 지는 아직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 굳이 먼저 갈 필요 없다"…확산 가능성은 낮아

기업은행 노조가 연초부터 노조추천이사제라는 큰 화두를 쏘아 올렸지만, 금융권 전반에 확산될 가능성은 미지수라는 시각이 많다. 시중은행은 사외이사를 선임하려면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데, 설득 작업이 만만치 않다.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은 노조와 함께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네 차례에 걸쳐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모두 선택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엔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사회 구성원을 설득할 명분이 크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국책은행과 다르게 안건이 통과되려면 지분이 필요하다"라며 "결국 노조가 추천한 이사가 회사에 득이 된다는 점을 설득해야 하는데, 이미 현 지배구조에서 실적을 잘 내고 있는 만큼 굳이 모험을 하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 투명화 등 노조추천이사제가 갖는 의의는 분명 있으나, 주주들이 추구하는 제1 가치가 '수익'인 만큼 검증되지 않은 길을 굳이 갈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9조5천8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늘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외려 순익이 증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들은 경우 한국의 노조가 강성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라며 "국책은행이라면 확산이 가능하겠지만, 시중은행에선 어렵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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