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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또는 매각'…새해벽두 달구는 이커머스 전쟁


쿠팡 상장 여부 큰 흐름 결정할 듯…이베이코리아 매각 전망은 '흐림'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 이커머스 업계가 상장 또는 매각이라는 각자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결실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11일 골드만삭스를 통해 나스닥 상장을 위한 컨피덴셜(기밀) 예비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의 기업가치는 대략 300억 달러(약 33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예비심사 통과에 따라 이르면 3월 상장도 가능하다.

◆상장 준비 2년만에 결실 눈앞…코로나19發 실적개선 자신감

쿠팡은 지난 2019년부터 재무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영입하는 등 상장을 준비해 왔다. 지난해부터는 세무·회계 부문에서 약 100여 명의 채용을 진행했으며, 최근 들어서는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등에서 관리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증시 상장을 위한 내부통제 역량 배양 등 투명성 제고 차원 조치로 해석된다.

쿠팡의 상장 자신감은 실적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지난 2019년 7천억 원 대의 영업손실을 냈다. 업계가 1조 원대를 예상한 것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특히 인건비 등으로 인한 지출이 크게 늘었음에도 실적 개선에 성공해 주목받았다.

쿠팡이 나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쿠팡]
쿠팡이 나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쿠팡]

또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한 수혜를 입어 2천억 원대로 영업손실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방역 비용 등으로 5천억 원에 달하는 지출이 추정되는 것을 고려해 보면 실질적으로는 흑자전환에도 성공했을 것이라는 평이다. 이 같은 실적 개선세가 지금을 상장의 '적기'로 판단한 근거가 됐으리라는 분석이다.

다만 쿠팡은 아직까지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나스닥 예비심사 통과 등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라며 "적절한 때가 오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쿠팡 상장 이커머스 저력 인정받는 것"…이커머스업계 기대 고조

쿠팡의 나스닥 상장은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 형성 10여 년 동안 의심받아 온 이커머스업계의 '수익성'을 증명하는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국내 이커머스업계에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은 티몬이다. 디몬은 지난해 초 코스닥 상장을 공식화했고 미래에셋대우를 주관사로 선정해 IPO에 나선 바 있다. 다만 한국거래소가 적자로 인한 자본잠식 해결을 선결 조건으로 내걸며 상장 시도가 잠시 중지됐다.

쿠팡의 상장은 이커머스 업계의 상장 시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의 상장은 이커머스 업계의 상장 시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티몬은 수익구조를 투명히 공개하기 위한 새로운 기준의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데 이어 '타임커머스' 전략을 기반으로 한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3월 이커머스업계 최초의 월간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고, 같은해 9월에는 국내 사모펀드 PS얼라이언스로부터 4천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자본잠식 해결에도 물꼬를 텄다.

11번가 역시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의 모회사 SK텔레콤은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자회사의 IPO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해 연말에는 쿠팡의 '모델'로 알려져 있는 미국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하면서 상장 추진을 간접적으로 공식화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나스닥에 상장되는 것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과 업체들의 경쟁력을 인정받는 것과 같다"며 "쿠팡의 상장이 성공할 경우 티몬, 11번가 등의 상장 추진 과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3년 연속 '새 주인 찾기' 시도 이베이코리아…전망은 '흐림'

새로운 주인 찾기에 나선 기업도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연초 또 다시 매각설의 대상이 되며 3년 연속 '매각설 개근'을 기록했다. 앞서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2018년 거대 유통기업을 상대로 수요조사에 들어갔다가 가격 괴리에 매각을 철회한 바 있으며, 지난해 초에도 매각설이 제기된 바 있다.

매각 희망가는 3년 전과 마찬가지로 5조 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베이코리아 측은 이 같은 매각설에 대해 "지난해 나왔던 이야기와 비슷한 설"이라며 "근거도 없으며, 현재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베이코리아는 이커머스업계의 1위 사업자다. 온라인 거래액은 1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역시 2017년 9천518억 원에서 2019년 1조615억 원대로 성장했으며,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지난해에는 더 큰 폭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베이코리아는 3년 연속으로 매각설에 휘말렸지만, 업계는 매각이 쉽게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3년 연속으로 매각설에 휘말렸지만, 업계는 매각이 쉽게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쿠팡, 티몬, 11번가 등 '상장'을 추진하는 이커머스 업체들에 비해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가능성에 회의적 예상을 내놓고 있다. 매출이 증가하는 가운데에도 영업이익은 줄어드는 등 정체 흐름을 보이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또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해외와 달리 신선식품 및 배송경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꼽았다. 오픈마켓 위주의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이베이코리아가 직매입을 위주로 움직이는 업계 선두 업체들에 비해 규모 대비 경쟁력이 높을 지는 의문이라는 평이다.

이와 함께 주요 인수 후보군인 국내 유통 대기업들이 각자 이커머스 플랫폼을 활발히 구성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2018년 처음 매각설이 제기됐을 때에 비해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주요 유통기업들이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기반으로 한 이커머스 시장 영향력을 많이 키운 상황인 만큼 이베이코리아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큰 규모로 인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나설 만한 기업의 수가 많지 않지만, 이들은 대부분 지난 수 년 간의 투자를 통해 자체 이커머스 역량을 어느 정도 갖춰둔 상태"라며 "오픈마켓 기반으로 인수 후에도 큰 투자가 예상되는 이베이코리아에 '베팅'하는 것은 이들 입장에서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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