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희의 미디어 인사이트] OTT 시장 변화…미디어 경계와 범주


미디어미래연구소 부센터장

유통 플랫폼 쿠팡이 OTT 서비스 진출을 선언해서 화제를 모았다. 멤버십인 쿠팡 와우에 가입하면 월 2,900원에 로켓배송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쿠팡 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다.

쇼핑과 OTT가 결합 된 상품은 국내에서 찾기 어려운 조합이다. 쿠팡이 아마존의 길을 가고 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다. 아마존은 쇼핑과 미디어 서비스를 결합한 패키징 전략을 펼쳐 왔다. 이달에는 일반인도 쇼핑 중계를 할 수 있는 '쿠팡 라이브'를 출시할 예정이다. 쿠팡이 이용자들에게 개방형 쇼핑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2019년 말에서 2020년 초 미디어 관련해 미국 시장 중심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용어 중 하나는 ‘스트리밍 전쟁(streaming war)’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2020년 스트리밍 이용량은 급격히 늘어났다. SVOD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보였던 넷플릭스의 글로벌 가입자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 진정한 스트리밍 전쟁은 2021년에 벌어질지 모른다.

티엔 추오와 게이브 와이저트는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에서 가격과 패키징을 구독 모델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꼽는다. OTT 서비스는 다른 가입자 기반 모델과 구분되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가격도 중요하지만 특정 플랫폼에서 어떤 콘텐츠를 볼 수 있느냐가 경쟁력의 핵심이다.

OTT 시장을 전망하기 어려운 것은 콘텐츠, 가격, 데이터 기반 맞춤형 서비스, UI/UX가 복합적으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아직까지 OTT 시장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패키징이 거론된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 쿠팡의 시도는 OTT 시장을 비롯한 미디어 생태계에서 어떤 패키징이 이용자에게 매력적인지 가늠하는 실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하게 비교하기 어렵지만 OTT에서 콘텐츠는 유통 플랫폼에서 상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콘텐츠가 다른 상품 보다 소비자의 만족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콘텐츠 투자가 플랫폼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과감한 투자는 크나큰 실패로 이어질 위험을 수반한다.

글로벌 사업자들이 콘텐츠에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국가에 플랫폼과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콘텐츠 경쟁력은 갖추었지만 플랫폼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내수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콘텐츠 투자는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지만 이와 더불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업 영역을 고려한 효율적인 패키징 전략에 대한 고민 필요한 시점이다.

다른 지면에 얘기한 적이 있긴 하지만 올해는 OTT 영역으로의 수렴과 그 속에서의 분화가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 관건이 될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국내 미디어산업의 규모를 고려할 때 콘텐츠 제작 단가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글로벌 OTT와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쟁력만 가지고 대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OTT 플랫폼들은 자신들이 가진 강점을 활용하여 이용자에 접근할 수 있는 패키징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잘 고민해 보아야 한다.

OTT 시장의 경쟁요소로 패키징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면 쇼핑 사업자가 미디어 사업을 같이하는 것이 그다지 이상하지 않게 느껴지는 상황에서 미디어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미디어 분야를 구획해서 규제해야 한다거나 하는 차원의 얘기는 아니다. 환경에 맡는 미디어 범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꺼낸 말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제 사회의 전 영역이 미디어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대전환 과정에서 전영역의 미디어화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양상이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이와 같은 경향이 더욱 첨예해 지고 있다. 미디어 사업자는 다른 영역에, 미디어 사업자가 아니었던 사업자는 미디어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디어 분야의 범주가 늘어날수록 내가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의 성격을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OTT 서비스들의 대부분은 이용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정보량을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거기서 제공되는 콘텐츠와 정보 중에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상품의 가치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다. 서비스가 다양하게 융합될수록 내가 돈을 지불하고 있는 상품이 나에게 주는 것은 무엇인지 잘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미디어 간 그리고 미디어와 다른 영역 사이에 있었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기술진화와 사회변화를 고려할 볼 때 그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각자의 입장에 따른 범주화와 그에 대한 적절한 이해는 필요하다. 어떤 소비자들에게 쿠팡은 여전히 쇼핑 플랫폼으로서만 기능할 것이고, 쿠팡 플레이로 쿠팡을 접하는 이용자들에게 쿠팡은 새로운 OTT 플랫폼으로 여겨질 것이다.

미디어는 원래 대상과 대상을 이어준다는 사전적인 뜻을 가지고 있다. 광의로 해석하면 범주가 무척 넓어질 수 있다. 지금처럼 서비스 간 융합이 심화되게 되면 이용자든, 사업자든, 정부든 미디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할 수 있다.

OTT와 같이 모든 서비스와 결합 될 수 있는 성격을 가진 매체는 더욱 그렇다. 2021년도 OTT를 포함한 미디어산업 전반에 다양한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까지 없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시각에서 미디어의 경계와 범주를 고민해 봐야 한다.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실장

◆노창희 실장은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석·박사를 취득한 방송 전문가로 현재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정책센터 부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이가도 한 노 부센터장은 방송학회와 정보통신정책학회의 편집위원, 방통위 보편적 시청권 연구위원회 등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올바른 정책적 방향에 대한 연구 및 저서 등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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