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코스피 3000 시대를 맞아 넘쳐나는 유동성이 비상장 주식시장으로도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등 공모주 흥행을 경험한 동학개미들이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소위 '대박' 종목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상장 주식이 거래되는 장외주식시장(K-OTC) 시가총액은 전일 17조5천749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로 치솟았다. 지난해 공모주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후 상한가) 행진의 스타트를 끊은 SK바이오팜 상장(2020년 7월2일) 이후 반년 새 21%(3조595억 원) 넘게 불어난 규모다.
역대급으로 풍부한 유동성에 시중 자금이 장외시장으로도 쏠리고 있단 분석이다. 특히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의 앞선 '따상'을 학습한 개인 투자자들이 장외시장에서 유망주를 선점하려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미래에셋대우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텐센트와 지분 관계를 조정하는 등 IPO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시장이 추산하는 기업가치는 30조 원에 달한다.
최근 장외시장에서 크래프톤 주가는 171만 원대로 급등했다. 지난해 초 40만 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1년 새 가격이 4배 이상 뛴 셈이다.
올해부터 개인 투자자에 대한 공모주 배정 물량이 확대되지만 장외시장에선 거액의 증거금 자체가 필요없단 점도 비상장 주식의 매력도를 높인다. 현재 K-OTC 등 장외시장에선 해당 종목의 현재가에 해당하는 금액만 납입하면 주식을 매수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 청약에서 개인이 손에 쥘 수 있는 주식은 어디까지나 한정적이기 때문에 상장 전 주식을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장외시장 거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비상장 종목 특성상 기업의 밸류에이션이나 재무상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상장기업만큼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상장 이후 재평가 과정에서 주가가 급락할 위험도 있다. 실제 카카오게임즈는 코스닥 상장 전일 장외시장에서 8만 원까지 치솟았지만 현재 주가는 4만 원대로 반 토막 수준이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비상장 종목은 기업 분석 자료가 전무할 정도로 정보가 없다"며 "이미 시장이 과열된 상황에서 대박만 좇는 '묻지마 투자'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수연 기자 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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