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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벽을 눕히면 다리' 유통업계, 신년 키워드 '혁신·고객·생존'


코로나19 인한 산업 급변 대응 역량 확충 강조…"위기를 기회로"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어려움을 겪었던 유통업계가 '위기를 기회로'를 입모아 외치고 있다. 단순한 '변화'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아닌 '생존을 위한 고객 중심의 전면적 혁신'을 도모하겠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날 쏟아진 주요 유통그룹 오너와 CEO(전문경영인)의 신년사 키워드는 크게 혁신과 고객 그리고 생존으로 귀결됐다.

이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업무 개시와 함께 발표된 신년사에서 인권운동가 안젤라 데이비스의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재도약의 의지를 표출했다.

유통업계 경영인들이 '위기는 곧 기회'와 '고객' 중심의 신년 메시지를 내놨다.
유통업계 경영인들이 '위기는 곧 기회'와 '고객' 중심의 신년 메시지를 내놨다.

신 회장은 "눈 앞의 벽에 절망할 것이 아니라 함께 벽을 눕혀 도약의 다리를 만들자"며 "강력한 실행력으로 5년 후, 10년 후에도 일하고 싶은 회사를 함께 만들자"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 상황에 핵심 역량이 제 기능을 발휘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강력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한 시너지 창출 ▲위기 극복을 위한 자율적 참여 ▲고객과 사회의 신뢰를 지켜나가며 긴 안목으로 환경과 조화로운 성장 등을 신년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 같은 신년사는 '포스트 코로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핵심 유통 계열사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부진을 겪은 가운데, 지속적인 내·외부적 구조조정을 이어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턴어라운드'를 이루기 위한 역량을 갖추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고객'을 중심에 둔 메시지를 전했다. 다만 전하는 방식은 사뭇 달랐다.

정용진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빅토리아 홀트의 명언을 인용했다. 그는 이날 동영상으로 공개된 신년사를 통해 "절대 후회하지 마라. 좋았다면 멋진 것이고 나빴다면 경험인 것이다"라며 "새로운 기회를 잡을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신세계그룹을 스스로 재정의하는 한 해로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포스트 코로나가 위기가 아닌 기회 요인임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고객에게 '광적인 집중'을 이어갈 것을 주문하며 ▲고객을 위한 '불요불굴' ▲계열사 등 구성원간의 원활한 협업과 소통 ▲다양성을 수용하는 조직문화 등 세 가지 중점 과제를 제시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2030년 매출 40조 원'을 목표로 하는 '비전 2030'을 발표하며 수치화된 목표를 제시했다. 유통·패션·리빙 및 인테리어라는 3대 핵심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맞춤형 성장 전략을 추진하는 한편, 고객의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의지다.

또 양적 성장을 넘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역량을 강화해 '미래 세대에 신뢰와 희망을 주는 기업이 되겠다'는 청사진도 함께 제출했다.

정 회장은 "변화의 흐름을 읽고 잠재적 고객 니즈를 찾아내는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며 "고객의 입장에서 우리가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의 생활 속에서 어떤 의미로 작용하고 있는지, 고객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와 가장 이상적으로 기대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통업계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한 각자의 답을 내놨다.
유통업계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한 각자의 답을 내놨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체질 전환'을 전면에 내세운 메시지도 이어졌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팬데믹을 계기로 우리 그룹이 외부 충격을 극복할 수 있는 초격차 역량에 기반한 구조적 경쟁력을 아직 갖추지 못했음을 확인하게 됐다"며 "2021년을 혁신 성장으로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루고,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파괴적 혁신' 기반의 시장 선도 역량 강화 ▲초격차 핵심 역량을 구축해 경쟁사가 넘보지 못할 구조적 경쟁력 확보 ▲최고 인재 육성과 확보, 도전과 혁신의 일류문화 정착 등을 새해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뷰티업계 '빅 2'인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의 새해 메시지는 사뭇 엇갈리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한 구조 혁신을 강조했고,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 전략'을 핵심 메시지로 전달했다.

서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고객과 유통의 변화를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철저히 고객 중심의 초심으로 돌아가 고객의 변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닝 투게더(Winning Together)' 경영방침 아래 ▲강한 브랜드 ▲디지털 대전환 ▲사업 체질 혁신을 3대 추진 전략으로 제시했다.

반면 차 부회장은 "위기가 찾아오면 변화도 빨라야 한다"며 "불확실한 환경이지만 미래를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과감하게 도전해야 할 것"이라며 '도전'을 핵심 메시지로 냈다. 이어 ▲글로벌 사업 확장 ▲탄탄한 기본기 강화 ▲고객과 시장 변화에 대한 선제 대응을 중점 추진사항으로 강조했다.

뷰티업계의 '빅 2' 서경배 아모레 회장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사뭇 다른 톤의 메시지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뷰티업계의 '빅 2' 서경배 아모레 회장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사뭇 다른 톤의 메시지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업계는 이 같은 경영인들의 메시지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변화 필요성에 대한 인식 및 생존을 위한 의지가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예년에 비해 보다 직접적인 메시지를 표출했고, 보다 강한 방식으로 메시지를 직접 전달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실제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고객과의 공감을 통해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을 신년사 전면에 내세웠다. 정용진 부회장은 올해 계열사간 시너지를 강조한 것과 달리 지난 해에는 각 사별로 본연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경배 회장은 지난해 '변화를 즐기자'를 캐치프레이즈로 제공하는 등 업계 경영인들은 지난해 올해에 비해 비교적 추상적이고 온건한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유통업계 신년사에는 가속화되는 산업 재편에 대한 무게감과 변화와 생존에 대한 절박감이 담겨 있다"며 "지난해가 코로나19 사태라는 재난에 대응하는 것으로 흘러갔다면,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를 뛰어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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