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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과학] 만능촉매 개발…의약품 원료 합성에 성공


IBS 연구팀, 부작용 줄인 신약 개발 기대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합성은 물론 반응경로를 조절할 수 있는 이른바 ‘만능촉매’가 개발됐다. 이 촉매를 이용하면 다양한 구조의 의약품 원료를 합성할 수 있다. 부작용을 대폭 줄인 신약 개발 등에도 응용할 수 있다.

과학에서 촉매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촉매는 화학반응 속도를 증가 또는 감소시키는 임무를 맡는다. 이 과정에서 자신은 변하지 않고 원래의 상태로 존재한다. 화학반응을 이끄는 핵심 역할이다.

화학소재, 의약품, 플라스틱 등 우리가 소비하는 대부분의 공산품은 유기화학 반응의 산물이다. A라는 물질이 화학반응을 거쳐 B라는 물질로 변할 때 짧은 수명을 가진 중간단계를 거친다. 이 중간물질의 하나가 ‘탄소양이온’이다. 탄소양이온은 양전하를 띤 탄소 원자를 포함하는 분자 이온을 말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장석복 분자 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장 연구팀은 탄소양이온을 효과적으로 생성하고 이를 원하는 구조의 유기화합물로 변환시키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다. 이 촉매를 활용해 자연에 풍부한 탄화수소 물질로부터 의약품의 주요 원료인 감마와 베타 락탐(분자 내에 –CONH- 결합을 가진 고리 모양 질소화합물의 일종)을 제조하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만능촉매와 이를 활용한 탄소양이온 응용 반응과 합성에 성공한 다양한 물질들: 감마-락탐, 베타-락탐, 카이락 락탐. [IBS]
연구팀이 개발한 새로운 만능촉매와 이를 활용한 탄소양이온 응용 반응과 합성에 성공한 다양한 물질들: 감마-락탐, 베타-락탐, 카이락 락탐. [IBS]

탄소와 결합을 이끄는 탄소양이온은 유기화학 반응에서 중요한 중간체 중 하나이다. 중요한 중간체임에도 매우 불안정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즉 여러 분자와 쉽게 반응을 일으키는데 수명이 ‘찰나’의 순간인 10억 분의 1초보다 짧다. 이 때문에 실험적 관찰은 물론 반응성 조절이 어려웠다. 탄소양이온의 존재를 처음으로 확인한 연구에 1994년 노벨화학상이 돌아갔을 정도이다.

탄소양이온은 탄소에 붙은 수소 이온을 제거해 ‘탄소-탄소’ 이중 결합을 형성한다. 한 분자 내 여러 개의 수소가 존재할 경우 특정 수소이온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웠다. 불안정성 때문에 합성이 까다로운 데다 원하는 특정 유형 화합물만을 골라 합성하기 어려웠다는 의미이다.

IBS 분자 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은 새로운 촉매를 개발해 이 난제를 풀었다. 연구팀은 2018년 3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이리듐 촉매를 탄소양이온의 형성과 변환 등 모든 반응 단계에 관여하는 다측면성 촉매로 개선했다. 이리듐은 주기율표 제9족에 속하는 백금족 원소이다.

장석복 단장 연구팀은 이리듐(Ir) 기반 새로운 촉매를 개발해 자연에 많이 존재하는 탄화수소로 의약품의 핵심 구성성분인 감마-락탐을 합성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친전자성이 도입됐을 때 탄소양이온이 쉽게 형성된다는 기존 연구에 착안해 나이트렌(1가의 질소 원자와 두 쌍의 비공유전자쌍을 가진 전기적으로 중성인 유기화학 반응 중간체)이라는 강한 친전자체를 ‘탄소-탄소’ 이중 결합에 삽입시켜 탄소양이온을 효과적으로 만들도록 촉매를 설계했다.

연구를 주도한 홍승윤 박사후연구원은 “계산화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촉매의 특정 부분이 정확히 원하는 위치에서 수소 이온을 흡수하는 스펀지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며 “이 스펀지 역할을 극대화한 촉매 설계를 통해 반응경로를 조절해 부산물 형성 없이 원하는 화합물만을 선택적으로 합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로 석유, 천연가스 등 탄화수소화합물로부터 더 다양한 의약품 원료물질을 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8년 개발한 촉매는 5각형 고리 구조 질소화합물인 감마-락탐(제약품의 기본 골격)만을 합성할 수 있었다. 진일보한 이번 촉매는 4각형 고리 구조인 베타-락탐까지 합성이 가능하다. 베타-락탐은 페니실린 등 항생제 계열 약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료물질이다.

나아가 연구팀은 두 유형의 거울상 이성질체 중 한쪽 분자만을 95% 이상의 정확도로 골라 합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카이랄성(거울상 이성질성) 약물의 형성을 막아 부작용 위험을 줄인 신약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석복 단장은 “유기화학 반응의 핵심 중간체인 탄소양이온을 효율적으로 생성하고 반응경로를 조절했다는 학문적 진보와 함께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열었다는 산업적 의의가 있다”며 “감마-락탐, 베타-락탐은 물론 카이랄 화합물까지 합성 가능한 ‘만능촉매’를 이용하면 자연에 풍부한 물질로부터 다양한 구조의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12월 22일 새벽 1시 화학 분야 국제저널 네이처 카탈리시스(Nature Catalysis) 온라인 판(논문명: Catalytic Access to Carbocation Intermediates via Nitrenoid Transfer Leading to Allylic Lactams)에 실렸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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