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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량한 가입자가 피해 보는 실손보험


실손보험은 국민 3천8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등 국민 건강과 밀접한 상품이다. 하지만 이 상품은 현재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면서 보험사들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지난해 실손보험 위험손실액은 2조8천억원에 달했고, 위험손해율은 133.9%로 지난 2016년 131.3%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올해 구실손과 표준화 실손의 보험료를 평균 9.9% 인상했고, 신실손은 9.9%를 인하하는 조치를 취했다.

보험사들의 보험료 조정에도 불구하고 올해 역시 실손보험은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상반기 위험손해율은 131.7%로 전년 대비 2.6%포인트 증가했고, 이로 인해 1조 4천억원 가량의 위험손실액이 발생한 상태다.

이에 최근 일부 보험사들은 내년 1월 실손보험 갱신을 앞둔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예상 인상률이 담긴 안내서를 발송했다. 보험사들은 표준화 실손은 최고 20% 초반대, 신실손은 최고 10% 초반대 인상률이 적용될 수 있다고 알렸다. 최종 인상률은 사실상 당국의 선택에 달렸다.

무엇이 문제일까. 업계에서는 일부의 무분별한 과잉진료와 비급여 의료쇼핑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를 조장하는 일부 의료기관도 문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의료이용량 상위 10%가 전체 실손보험금의 56.8%를 지급받았고, 실손보험 전체 지급보험금 중 비급여의 비중이 65%에 달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일부의 비급여 과잉의료가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전체 가입자의 93.2%가 평균 보험금(62만원) 미만을 지급받았다. 심지어 전체 가입자 중 65.7%는 보험금을 한푼도 청구하지 않았다.

보험금을 거의 청구하지 않았음에도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소식에 상당수 가입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일부의 이기심으로 인해 선량한 대다수가 피해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국은 부랴부랴 대책마련에 나섰다. 내년 하반기 할인·할증제를 도입한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기로 했다. 보험료 상승의 주원인인 비급여를 특약으로 분리하고,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4세대 실손 가입자의 대다수가 보험료 할인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할증구간 대상자는 전체 가입자의 1.8%로 극소수다. 이들의 할증금액을 비급여 지급보험금이 없는 가입자(전체 가입자의 72.9%)의 보험료 할인재원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가입자들이 얼마나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4세대 실손은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자기부담금이 기존 급여 10%, 비급여 20%에서 각각 20%, 30%로 확대되고, 통원 공제금액도 높다. 무엇보다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의 주범인 과잉 의료이용자의 전환 가능성이 매우 낮다.

결국 일부 가입자와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막지 않고서는 실손보험은 계속 수술대에 오를 수 밖에 없다. 이들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보험료 인상이라는 고통을 더 이상 선량한 가입자들이 함께 짊어져서는 안 된다.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허재영 기자 hurop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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