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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별사] 화제의 그 게임, '사이버펑크 2077' 해 보니


압도적 몰입감과 그래픽…'엘더스크롤'급 자유 기대했다면 '실망'

'겜별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게임들이 쏟아져 무엇을 플레이해야 할지 모를 게이머들을 위한 게임 리뷰 코너입니다. 새로 출시됐거나 추천할 가치가 있는 게임들을 가감없이 감별해 전해드리겠습니다.<편집자주>
사이버펑크 2077 [사진=CD프로젝트 홈페이지]
사이버펑크 2077 [사진=CD프로젝트 홈페이지]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이 드디어 지난 10일 전세계 출시됐다. 2077년 미국 가상 도시 '나이트 시티'를 배경으로 신체 개조가 일상화되고 폭력과 범죄로 물들어 버린 어두운 세계를 주인공 'V'가 돼 돌아다니는 내용의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이다.

CD프로젝트가 지난 2012년 처음 개발을 발표할 때부터 '위처3'를 넘어서는 '역대급' 액션 RPG가 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특히 지난 2017년 개발사에서 직접 '위처3'보다 방대한 세계관과 규모를 자랑한다고 밝히면서 이용자들의 기대감을 더욱 부풀렸다. '오픈월드' 게임다운 높은 자유도에 대한 관심도 컸다. 예정보다 게임 출시 일자가 계속 미뤄지면서 애를 태우다가 해가 가기 전 정식 출시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이버펑크'는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명작'이다. 다만 패치 후에도 게임 플레이 동안 눈을 거슬리게 하는 약간의 버그와 기대만큼 높지 않았던 자유도는 아쉬운 부분이다. 스토리도 선택의 여지는 있지만 생각보다는 선형적인 편이다.

몰입감만큼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게임 오프닝 영상부터 '나이트 시티'의 야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멀리서는 대기업들이 들어선 마천루의 불빛을 보며 감탄하고, 도시 안으로 들어와서는 각 구역별로 다른 분위기를 내면서도 섬세한 디테일로 마치 게이머가 이 공간이 실제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도시 밖 황무지도 황량한 느낌이 아주 잘 표현됐다.

게임 초반에 주로 돌아다니게 되는 '왓슨' 구역을 예로 들면 중국을 테마로 한 '리틀 차이나', 일본을 테마로 한 '가부키', 도시 외곽의 일반적인 슬럼가인 '노스사이드' 구역 등으로 나뉜다. '리틀 차이나'와 '가부키'의 경우 이민자들이 모인 곳이라는 느낌이 건물이나 조형물 등에서 나타났고 노스사이드의 슬럼가 역시 전체적으로 어두운 배경 속에서 실감나게 주인공 눈앞에 펼쳐진다.

특히 도시 곳곳에서 방송되는 TV와 라디오 프로그램,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광고판과 여기저기서 자기들끼리 비속어를 쓰며 잡담을 나누는 시민들은 나이트 시티의 현장감을 더욱 높이는 요소다.

TV와 라디오, 그리고 필드 곳곳에서 구할 수 있는 전자책 형태의 '샤드'를 꼼꼼히 듣고 읽다 보면 게임의 세계관에 몰입해 빠져들 수 있다. 게임을 하다가 잠시 피곤할 때 멍하니 게임 속에서 방송되는 TV를 보고 있어도 재미를 느낄 정도다. 이 부분은 한국어 더빙도 톡톡히 제 역할을 했다.

실제 베란다에서 반대편 건물에 있는 옥외 광고를 바라보는 느낌이다.
실제 베란다에서 반대편 건물에 있는 옥외 광고를 바라보는 느낌이다.

'나이트 시티' 마천루의 모습.
'나이트 시티' 마천루의 모습.

이러한 몰입감에는 훌륭한 그래픽이 한몫했다. 기자의 컴퓨터 사양 문제로 중간 옵션으로 타협했음에도 불구하고 화면의 질감이 상당했다. 이처럼 그래픽이 받쳐주다 보니 게임 속 세심한 디테일이 더욱 눈에 띄었다.

다만 아무래도 빛 반사 등 세부적인 부분은 '레이 트레이싱'을 적용한 게이머들의 플레이 영상과 비교하면 약간이지만 차이가 느껴졌다. 중이나 하 옵션으로 돌려도 꽤 괜찮은 그래픽을 보여준다는 점은 감안하면 좋다.

게임의 핵심인 전투 면에서는 다채로운 총 발포음 등이 어우러져 총의 슈팅 감각이 상당하다. 마우스에 진동이 없음에도 총을 쏠 때마다 왠지 모를 손맛도 느껴진다. 엄폐물로 쓸 수 있는 각종 사물들도 많이 배치돼 전략적으로 치고 빠지며 플레이할 수도 있다.

이에 비하면 야구방망이, 검, 주먹 등으로 구현된 근접 무기의 타격감은 슈팅 감각보다는 떨어지는 편이다. 다만 정석대로 플레이한다면 게임 내에서 근접전을 할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사이버펑크'만의 독창적인 요소인 '브레인댄스'를 통해 추리적 요소도 가미했다. 게임 세계관 내에서는 주로 VR(가상현실) 포르노로 쓰이지만 한 사람이 경험한 것을 1인칭과 3인칭으로 그대로 구현한 기능답게 그 당시 주변 상황을 다시 되짚어보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브레인댄스를 이리저리 돌려 보면서 머리를 쓰게 되는 일이 생기게 된다. 전투와 탐험 외 다채로운 재미 요소로 부각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장점이 많지만, '사이버펑크'에 대한 이용자들의 의견은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이는 '사이버펑크'가 희대의 명작 수준이 될 것이라는 엄청나게 커진 기대감을 충족시키지는 못한 탓이 크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자유도 면에서 예상보다 못한 모습을 나타냈다.

'사이버펑크'는 당초 '엘더스크롤 시리즈'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수준의 높은 자유도가 도입될 것으로 기대됐다. 이들 게임은 공통적으로 주변의 잡다한 사물들을 모두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 있고, NPC와 다양한 교류가 가능하며, 스토리 자체도 이용자의 기호에 따라 뒤틀 수 있다. '야생의 숨결'의 경우 게임 시작부터 바로 최종보스가 있는 성으로 돌진할 수 있으며, '엘더스크롤 시리즈'는 메인 퀘스트 이외 서브 퀘스트들의 콘텐츠가 엄청나게 풍부하다.

결과적으로 이들에 비하면 '사이버펑크'의 자유도는 기대에 못 미친다. 우선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변한다고 개발사 측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했지만, 실제 스토리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선택지는 생각보다는 많지 않은 편이다. 선택지 자체는 많이 나오지만 대부분이 세부 정보를 좀 더 알려주는 수준이거나 대화 상대방의 반응이 조금 달라지는 수준에 머무른다.

게임 시작 때 고르는 성장배경 역시 배경에 따라 완전히 다른 스토리가 전개되는 수준의 변화가 전개되지는 않는다. 결국 기존에 짜여진 메인퀘스트에 생각보다는 많이 구속될 수밖에 없다. 서브퀘스트가 많이 주어지지만 상당수는 단순한 청부살인 퀘스트라 이용자에 따라서는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멀리 보이는 적을 정확하게 맞추기는 쉽지 않다. 다양한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멀리 보이는 적을 정확하게 맞추기는 쉽지 않다. 다양한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나이트 시티'를 돌아다니는 대다수 NPC들이 말을 걸면 단답형으로 말을 마친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서브퀘스트 상당수가 일반 시민들이 아니라 특정 등장인물에 의해 주어지다 보니 일반 NPC의 역할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이들이 그냥 "안녕"이라고만 하면 허무할 수밖에 없다. 이 밖에 도시 내 다양한 가게가 있지만 정작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고, 정해진 물건만 아이템으로 집어들 수 있는 등 은근히 제한적 요소가 많다.

게임 출시 직전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매우 세부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 화제가 된 바 있다. 특히 성기 크기까지 조절할 수 있고, 남성형 신체와 여성형 목소리를 조합하는 등 생물학적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캐릭터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점도 새로운 시스템으로 많이 거론됐다. 다만 이런 부분이 실제 게임을 하는 데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딱 시선을 끌기에 좋은 정도다.

게임 출시 후에도 곳곳에서 발견되는 버그는 시급히 고쳐야 할 부분이다. 출시 직전 한 차례 패치로 고쳤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자동차가 사람의 몸을 뚫고 지나간다던가, 사람의 다리가 나무상자 안팎으로 자유롭게 오간다던가 하는 자잘한 버그들이 눈에 띄었고 한번은 지도 메뉴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게임이 멈춰 재시작을 해야만 했다. 버그 때문에 게임 실행 자체가 안 된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게이머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실상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정리하면 시대를 초월하는 '역작'까지는 아니지만, 오랜 개발 기간만큼이나 곳곳에 공을 들인 '수작'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8년에 달하는 개발 기간 동안 끝없이 부풀어 오른 이용자들의 기대감을 완전히 충족시켰는지는 의문이다. 정식 발매 후에도 업데이트가 지속 진행되는 만큼 단점으로 지적된 부분들을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게임 내에서 가장 많이 만나게 될 인물 '재키'의 모습.
게임 내에서 가장 많이 만나게 될 인물 '재키'의 모습.

중간 옵션으로 설정한 '나이트 시티' 밖 황무지의 모습.
중간 옵션으로 설정한 '나이트 시티' 밖 황무지의 모습.

한국 팬들이라면 반가울 수 있는 요소도 한국어 버전에 일부 추가했다.
한국 팬들이라면 반가울 수 있는 요소도 한국어 버전에 일부 추가했다.

플레이어는 '스캔' 기능을 통해 이처럼 자동차, 사람 등의 세부 정보를 알 수 있다.
플레이어는 '스캔' 기능을 통해 이처럼 자동차, 사람 등의 세부 정보를 알 수 있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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