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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재계 결혼 풍속도…재벌家 며느리, '아나운서' 전성시대


그룹 경쟁력 올라서자 전형적인 '재벌 사돈' 틀 탈피…정략 아닌 연애 결혼 대세

(왼쪽부터) 조수애, 이다희, 김민형 전 아나운서 [사진=아이뉴스24 DB]
(왼쪽부터) 조수애, 이다희, 김민형 전 아나운서 [사진=아이뉴스24 DB]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젊은 오너들의 등장과 함께 재계의 결혼 풍속도 변화되고 있다. 같은 재계나 정계, 법조계 등 전형적인 '재벌 사돈'의 틀에서 벗어나 집안이 좋은 일반인이나 아나운서를 며느리로 맞는 오너들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김대헌 호반건설 대표,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손원락 경동인베스트 부회장 등 올해 결혼한 재벌들의 배우자들은 유력한 집안 출신이 아닌 학벌·인성 등이 갖춰진 일반인들이었다. 이들도 일반인 중 웬만한 재력이나 사회적 지위를 갖춘 집안 출신들이 많았지만, 과거처럼 대기업끼리 상부상조하기 위해 혼맥을 맺는 경우는 아니었다.

최근 결혼한 김대헌 호반건설 대표는 김민형 전 SBS 아나운서를 아내로 맞았다. 이들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비공개 형태로 소규모 결혼식을 올렸다. 김 대표는 호반그룹 총수 김상열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 7월 결혼한 현대가 3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도 '재벌'이 아닌 대학을 갓 졸업한 일반인 여성을 아내로 맞았다. 경동그룹 후계자로 꼽히는 손원락 경동인베스트 부회장 역시 지난 6월 강서은 전 KBS 아나운서와 결혼했다. 특히 강 전 아나운서는 결혼과 동시에 시아버지인 손경호 경동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경동도시가스 주식 5천 주를 친인척 자격으로 증여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는 최근 3년 사이에 부쩍 많아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지난해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신부와 유럽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김 사장은 한화그룹 차장으로 입사한 지난 2010년 신입사원 연수 과정에서 현재의 배우자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 씨도 지난 2017년 IT 벤처기업인과 결혼했다. 같은 해에는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장녀 함연지 씨가 국내 한 대기업 임원의 아들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들 대부분 정략 결혼과 무관한 연애 결혼으로 눈길을 끌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재벌 대다수가 권력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성장해 왔다"며 "특히 재벌 1~2세대는 정계와 혼맥을 맺어 정경유착을 통한 성장을 이룬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자본 권력을 쥔 재벌들이 정치세력과 혼맥을 맺을 필요는 사실상 없어진 상태"라며 "사전에 집안끼리 혼담이 오고 간 경우라 해도 과거처럼 같은 재계나 정계, 언론계 등으로 맺어지는 사례는 뜸해졌다"고 덧붙였다.

정대선 현대비에스앤씨 사장과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 [사진=아이뉴스24 DB]
정대선 현대비에스앤씨 사장과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 [사진=아이뉴스24 DB]

이에 최근에는 재벌가 자제들 사이에서 정략 결혼이 아닌 연애 결혼을 하는 것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특히 배우자 상대로 가장 인기를 끄는 직업군은 '아나운서'다.

여성 아나운서 중 가장 먼저 재벌가와 인연을 맺은 이는 전 SBS 아나운서였던 한성주 씨다. 한성주 씨는 지난 1999년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삼남인 채승석 전 애경개발 부사장과 결혼해 주목 받았으나, 10개월 만에 남남이 됐다.

같은 해에는 장은영 전 KBS 아나운서가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 장 전 아나운서는 배우 김혜정, 펄시스터즈 배인순에 이어 최 전 회장의 세 번째 부인이 됐다. 여기에 두 사람의 나이 차가 27살이란 사실이 알려지며 당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었다. 이후 장 전 아나운서는 KBS를 퇴사하고 내조에만 전념했으나 결국 두 사람은 결혼 11년 만인 지난 2010년에 갈라섰다.

KBS 대표 아나운서로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활약을 펼쳤던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는 지난 2006년 현대그룹 3세 정대선 현대 비에스앤씨 사장과 결혼하면서 주목 받았다. 결혼과 함께 방송 활동을 중단한 노 전 아나운서는 현대가 행사에 남편과 함께 참석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자주 포착되면서 꾸준히 관심 받고 있다. 노 전 아나운서와 정 사장 사이에는 두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서원 두산매거진 대표와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도 아나운서를 아내로 맞았다. 같은 해에 결혼한 두 사람은 재혼이라는 점, 지인 소개로 만나 결혼하게 됐다는 점 등이 닮아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두산가 4세인 박 대표는 13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지난 2018년 12월에 조수애 전 JTBC 아나운서와 부부의 연을 맺어 눈길을 끌었다. 이듬해 5월에는 아들을 얻었다. 그러나 최근 두 사람이 각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있던 서로의 사진을 지우고 팔로우도 취소하는 등 이상 기류가 감지돼 결별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도 이다희 전 스카이티브이 아나운서와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이 부장이 결혼 후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 카트리지 수십여 개를 밀반입한 혐의로 입건되면서 힘든 시기를 겪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지난해 말 이 부장의 아들이 태어났다는 사실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이 외에도 오너 일가는 아니지만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회장은 정지원 KBS 아나운서를,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은 최윤영 전 MBC 아나운서를, 최용묵 전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은 최원정 KBS 아나운서를 며느리로 맞아들였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3세대 이상의 재벌가 자제들은 집안의 뜻을 그대로 따라 중매 결혼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거의 없다"며 "각자 확고한 사업 영역을 갖춘 그룹들이 많아지면서 혼사를 리스크 관리나 사업 확장 도구로 쓰는 일이 거의 사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아나운서에 대한 참하고 똑똑한 이미지 덕분에 재벌가에서 며느리감으로 가장 선호한다"며 "일부 아나운서들에게 재벌가와의 소개팅 제의가 종종 들어오는 사실이 알려진 것만 봐도 이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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