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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인데도 힘 못쓰는 은행주…금융당국 배당 제한 카드 만지작거리자 '멈칫'


축소 검토에 외국인 투자자 썰물 우려…업계 "감독당국, 과도한 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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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사들에게 연말 배당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유행으로 다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금융지원을 도맡는 금융지주들도 견조한 펀더멘털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지주사들은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주식회사로서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건 당연한 일이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이익을 낸 만큼 배당을 안 할 명분도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금융감독원이 은행의 경영 사안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지주·은행의 연말 배당을 일시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코로나19 위기극복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 은행지주회사의 배당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물부문 자금공급을 위해선 은행금융지주회사는 손실흡수능력을 확보해야 하며, 더군다나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크므로 당분간은 배당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은행권과 배당 축소안에 대한 협의에 돌입했다. 지난 7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은행회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스트레스 테스트 같은 것을 해서 어느정도 여유가 있는지 점검하고, 그에 따라 은행권과 협조해 나름대로 합리적인 방안을 찾으려 한다"라며 "은행들의 충당금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금융지주들은 다소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배당을 하게 되면 자기자본비율이 줄어드는 만큼 자본 여력이 줄어드는 게 사실이나, 금융지주사도 엄연한 주식회사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금융지주사들은 올 3분기까지 전년 수준을 상회하는 실적을 내, 배당을 줄일 명분도 크지 않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보통 주식을 사는 이유가 시세차익을 노리거나 배당을 받는 것인데, 국내 금융주들은 주가 변동이 크지 않아 배당주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 상황이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 권고대로 배당을 안 하게 되면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다.

이어 "당국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줄이더라도 최소한 작년 수준 정도는 맞춰야 하지 않나 싶다"라며 "회사 입장에서도 참 난감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은행지주회사의 배당이 제한되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상법상 배당은 배당가능이익을 초과해선 안 된다. 배당가능이익은 순자산에서 자본금, 자본준비금, 이익준비금, 미실현이익의 합을 뺀 값이다. 금감원은 이 경우에 대해선 제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두 번째는 금융지주회사법과 은행법 상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규제비율을 하회하거나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되는 경우다. BIS 총자본비율은 10.5%(시스템적 중요은행은 11.5%), 기본자본비율 8.5%, 보통주 자본비율 7.0%가 규제 하한인데, 이보다 낮을 경우 배당이 제한된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9월말 기준 은행의 BIS 기준 총자본비율, 기본자본비율, 보통주자본비율 및 단순기본자본비율은 각각 16.02%, 14.02%, 13.40%, 6.50%다. 은행지주회사도 각각 14.72%, 13.30%, 12.09%, 5.66%로 규제 비율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코로나19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바젤Ⅲ 최종안을 앞당겨서 적용한 바 있다. 해당 규제가 적용될 경우 위험가중자산의 비중은 크게 줄어든다. 다만 이를 배제하더라도 은행지주와 은행의 총자본비율은 13.67, 14.58%로 규제 비율을 상회한다. 이 역시 배당 사유가 될 수 없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당 정책은 경영진의 고유한 의사결정 사안이다"라며 "되도록 규정과 기준에 근거해 감독당국이 권고하는 게 맞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명확한 규정이 아니라,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감독당국이 배당에 관여하는 건 지나치다는 불만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당국의 권고가 없어도 각 회사들은 자신들의 상황에 따라 배당을 줄이거나 늘리거나 결정할 것이다"라며 "앞으로의 충격에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을 경우에 책임을 물으면 되는데, 벌써부터 배당에까지 관여를 하는 건 너무 나간 것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한편 당국이 배당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은행주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8일 KB금융지주의 주가는 전날 대비 1천300원 내린 4만5천900원, 신한지주는 250원 내린 3만3천800원, 하나금융지주는 650원 떨어진 3만4천760원, 우리금융지주도 100원 내린 9천950원에 마감했다. 통상적으로 연말은 배당 기대감으로 은행주의 주가가 오르는 시기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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