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인터뷰]"게임머니 불법환전, 보다 실질적 규제 필요"


이정하 IPG LEGAL 대표변호사·정정원 자문위원

유튜브에서 특정 검색어를 검색하면 실시간으로 웹보드 게임 실황 중계 영상들이 검색된다. 이들 중 대다수는 '머니상'으로 의심되는 전화번호들이 채팅창에 수시로 업로드되고 있었다. 손쉽게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바꿀 창구가 마련된 셈이다. 화면 영상 외에도 십여개 영상이 더 검색됐다.
유튜브에서 특정 검색어를 검색하면 실시간으로 웹보드 게임 실황 중계 영상들이 검색된다. 이들 중 대다수는 '머니상'으로 의심되는 전화번호들이 채팅창에 수시로 업로드되고 있었다. 손쉽게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바꿀 창구가 마련된 셈이다. 화면 영상 외에도 십여개 영상이 더 검색됐다.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게임머니 불법 환전 문제가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3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이 개정되면서 웹보드 게임은 규제가 완화됐고,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은 제도권 내로 편입됐다.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머니상'이 더욱 득세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것. 현행법상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하는 것은 사행성 등을 이유로 불법이다.

이 같은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 도마 위에도 올랐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는 유명 웹보드 게임에서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바꾸기가 매우 쉬웠다는 점, 게임머니를 실제 현금으로 바꿔 주는 사설 스포츠 베팅 업체가 성행한다는 점 등이 거론됐다. 현장에서 불법환전을 십여분 만에 완료하는 영상이 시연되기도 했다.

관련 문제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16일 아이피지법률사무소(IPG LEGAL) 정정원 자문위원(박사), 이정하 대표변호사와 만났다.

정정원 박사는 국가인권위원회 현장인권상담위원을 맡고 있으며 법제처 연구원, 게임문화재단 게임이용자보호센터 전문위원 등을 지냈다. 게임과 관련해서도 법적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 왔다. 이정하 변호사는 20년 넘게 변호사로 근무하며 다양한 소송전에 참여한 법률 전문가로 법무법인 승재를 거쳐 IPG LEGAL 대표변호사로 근무 중이다.

"제가 2~3시간 조사한 것만 해도 30건이 넘습니다. 유튜브에서의 웹보드 게임을 통한 불법 환전 유도가 이렇게 심각합니다."

정정원 박사는 인터뷰 도중 본인이 만든 표를 보여줬다. 표에는 불법환전의 통로가 되는 소위 '머니상'으로 의심되는 전화번호와 해당 전화번호를 찾은 방송이 어떤 유튜버의 방송인지, 해당 채널의 구독자 수 등은 얼마인지가 정리돼 있었다.

그는 "기존에는 블로그나 카페, 이후 아프리카TV 등에서 방송이 진행되다가 최근에는 대부분 유튜브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접근성이 워낙 좋아 누구든 방송을 보고 도박에 대한 유혹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정원 박사(IPG LEGAL 자문위원).
정정원 박사(IPG LEGAL 자문위원).

이정하 IPG LEGAL 대표변호사.
이정하 IPG LEGAL 대표변호사.

◆유튜브 통해 웹보드 불법환전 창구 조성…강한 조치 취해야

정정원 박사와 이정하 변호사는 이들 게임에 대한 보다 과감한 규제와 게임물관리위원회를 비롯한 유관 기관들의 적극적 행동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올 초 게임법 개정으로 웹보드 게임의 경우 1일 손실한도가 10만원이 넘을 경우 24시간 동안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했던 규제가 삭제됐다. 그간 규제가 없었던 스포츠 베팅 게임은 법 개정 후 웹보드 게임과 같은 규제를 받게 됐다.

법 개정 이후 기존 웹보드 업체들 실적은 전반적으로 늘어났다. 이들 중 다수는 스포츠 베팅 게임 출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 만큼 머니상들도 관련 시장에 눈독을 들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불특정 다수의 웹보드 및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 이용자들에게 게임머니 환전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정 박사는 "오래 전부터 웹보드 게임의 불법환전이 문제가 돼 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규제도 강화됐고 웹보드 게임사들 자정 의지에도 최근 들어 유튜브에서의 불법 환전상 접근 문제가 심각해졌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로 바둑이, 바카라, 홀덤 등의 게임에서 불법 환전이 만연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실제로 유튜브에서 특정어 검색만 해도 각종 웹보드 게임 방송이 실시간 중계되는 것을 여럿 확인할 수 있다. 피크타임인 평일 저녁 시간대에는 10개 이상이 동시에 생중계된다. 겉보기에는 단지 게임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채팅창에는 연락을 권유하는 휴대폰 번호가 지속적으로 올라온다. 이들에게 연락하면 머니상과 연결돼 절차를 거쳐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다.

방송은 유튜브 이용자라면 연령 제한조차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다. 실시간 시청자 수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1천명을 넘어서기도 한다. 나중에 올라오는 영상까지 감안하면 실제 시청 수는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문제가 심각하지만 이들에 대한 실질적 처벌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게임위 등 유관 기관들의 의지 문제라는 지적이다. 수년째 1인 방송이 불법 환전의 창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정하 변호사는 "현행법상으로도 형법이나 게임법, 혹은 사행행위 규제 및 처벌특례법(사특법) 등으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며 "다만 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사 기관과 함께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유튜브 방송에서 웹보드 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온라인 친구' 뒤에 모자이크된 부분이 머니상으로 의심되는 전화번호다. 채팅창에는 수시로 이 같은 휴대폰 번호 및 불법환전 등에 관한 정보가 올라온다. [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브 방송에서 웹보드 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온라인 친구' 뒤에 모자이크된 부분이 머니상으로 의심되는 전화번호다. 채팅창에는 수시로 이 같은 휴대폰 번호 및 불법환전 등에 관한 정보가 올라온다. [사진=유튜브 캡처]

정 박사는 유튜브를 통한 머니상 노출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최근 개인적으로 모니터링을 해봤다고 한다. 그 결과 약 3시간 만에 30여개가 넘는 방송에서 수십 개에 달하는 머니상 의심 전화번호를 수집하고, 채팅창을 통해 불법환전으로 추정되는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이 같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유튜브에 정기적으로 신고했지만, 한 번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정 박사는 "게임위든 웹보드 회사든 평소 모니터링을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실상 고발했다는 얘기도 없고 사후 조치 등에도 적극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간 이들 불법환전 조직에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처벌과 관련된 법률은 이미 충분한 만큼 실질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정하 변호사에 따르면 현행법상 이들 머니상은 게임법 제32조에 따라 최대 징역 5년,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게임머니 환전 혹은 알선, 재매입 등을 업으로 하는 행위 전반이 게임법 위반 행위다.

머니상과의 연결고리가 규명됐을 경우 머니상뿐만 아니라 이들을 개인방송에 노출시킨 인터넷 방송인, 해당 방송의 게시판을 관리하는 관리자 등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상당수 인터넷 방송인들이 이 같은 머니상과 연계됐을 가능성도 있고, 이들 조직의 구성원이 최소 수 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직접 환전을 하는 자와 환전상 광고행위를 하는 자, 이를 전반적으로 돕는 자 등이 다양하게 필요하고 이들이 24시간 365일 쉴새 없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소규모 조직으로는 운영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범죄집단이나 공동정범 등의 방식으로 연관성이 규명될 경우 이들은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우선 게임위가 보다 적극적으로 머니상 근절 등에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 박사는 "게임위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경찰, 도박문제관리센터, 국회 등 다양한 유관 기관들과 TF나 원스톱 채널 등을 구성, 유튜브를 통한 불법환전 확산 차단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위뿐만 아니라 도박·사행행위를 수사할 경찰 등 수사기관, 온라인으로 전파되는 불법·유해정보를 차단할 수 있는 방심위, 관련 법령을 제·개정할 수 있는 국회 및 주무부처 등이 힘을 합쳐야 효과적으로 불법 환전에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유튜브 측의 적극적인 협의도 필요하다. 이 같은 방송들이 아무 제한 없이 노출되지 않도록 유관 기관들에서 플랫폼 쪽과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 다만 여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이 변호사는 "유튜브 쪽에서 모른다고 하면 이 같은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수사 기관이 증명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쉽지 않은 방법임에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가 기관들이 별도로 해당 유튜브 계정에 대한 신고를 받는 채널을 운영하거나, 최소한 19세 이상 본인인증을 받은 후 시청할 수 있도록 유튜브에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제도권 진입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회원 간 재화 거래 막아야

이제 막 제도권에 들어온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한 규제를 선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임위가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과 웹보드 게임의 불법환전 문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이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게임위는 최근 게임법 시행령 별표2 제8호 사목을 개정하면서 '추가 사행화 방지 방안'으로 '게임머니 이체 기능 금지 및 유·무료 게임 간 연동 금지'를 추가했고, 이를 통해 게임머니의 현금 이체에 사용될 수 있는 기능인 승부예측 정보 거래소와 미니게임 등을 제거할 것을 명기했다.

한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의 메인화면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한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의 메인화면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또 유료게임 이용 및 게임머니 구매에 따른 무료 게임머니 지급 금지 등 유·무료 게임 간의 연동도 금지했다. 무료 게임머니의 경우 월 결제한도 50만원 등 게임법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그간 불법환전의 통로로 사용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더해 불법환전을 차단하기 위해 게임머니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재화에 대한 회원 간 거래를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을 통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박사는 "미니게임이 환전 창구로 많이 쓰이기는 했지만 이를 금지해도 다른 환전 통로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골드든 칩이든 어떤 방식의 게임머니든 간에 거래는 사람과 회사 간에만 이뤄지도록 하고, 방법을 불문하고 사람과 사람 간 거래를 게임위 차원에서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사 게임머니 이체를 금지해도 게임 내 아이템 등 다른 재화를 통해 현금이 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회원간 모든 형태의 재화 거래를 금지해야 한다"며 "이 같은 조치가 선행돼야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에 머니상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NHN, 잼팟 등에서 속속 출시되기 시작하는 스포츠 승부예측 게임의 시장성이 검증된다면 웹보드 게임을 주무대로 하는 머니상들이 이쪽으로 영향력을 넓힐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적어도 게임위로부터 등급분류를 정식으로 받은 게임의 경우에는 강력한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금도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부작용을 방지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정 박사는 "머니상이 준동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손 놓는 것은 관련 업체들을 규제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자칫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로 발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000년대 중반 터진 바다이야기 사태는 수많은 서민들이 재산을 탕진하고 자살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됐다.

이 변호사는 "그나마 당시 '바다이야기'는 오락실 내 기기가 돌아가는 게 보이고 이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니 경찰이 대대적으로 수사하기 쉬웠지만, 온라인 불법환전은 사이트 서버를 하나하나 찾아서 잡아내야 하는 데다 상당수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한꺼번에 잡기 어렵다"며 "그만큼 심각성을 인지하기가 쉽지 않은데 위험성은 오히려 더 크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alert

댓글 쓰기 제목 [인터뷰]"게임머니 불법환전, 보다 실질적 규제 필요"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