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기후위기] 북극 고온현상…지구촌 나비효과 부른다


WMO “올해 11월~내년 1월, 북극에는 평균 기온 웃돌아”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중국 베이징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한번 하면 미국 뉴욕에 폭풍이 칠 수 있다."

나비효과를 설명하는 말이다. 1972년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처음으로 내놓은 이론이다. 카오스 이론으로 발전했다. 작고 아주 사소한 사건 하나가 이후 커다란 효과를 가져온다는 의미로 읽힌다.

기후위기를 이야기할 때 많은 전문가는 북극에 주목한다. 북극이 어떻게 변화하느냐 따라 지구촌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특히 북극 온도변화에 따른 얼음 분포는 매우 중요한 잣대가 된다.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북극 지역 예상 기온. 대부분 붉은색으로 평균기온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WMO]

세계기상기구(WMO)는 20일(현지 시각) “올해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북극은 평균기온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북극 고온현상이 올해 여름에 이어 겨울까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지역의 온도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평균기온보다 낮을 수도, 높을 수도 있다. 문제는 북극에서 고온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극기후포럼(Arctic Climate Forum, ACF) 측은 최근 관련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북극 대부분 지역에서 내년 1월까지 온도는 높고 강수량도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올해 여름 북극은 고온현상이 뚜렷했다. 특히 동시베리아 특정 지역은 섭씨 38도를 기록하는 등 철철 끓었다. 고온현상에 대형 산불까지 겹쳤다. 이 때문에 북극 바다 얼음(해빙)은 2012년 이후 두 번째로 작은 규모를 보였다. 북극 평균온도는 다른 지구촌 지역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016~2020년 북극 평균온도는 193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ACF는 지난 10월 28~29일 온라인으로 미국 기상청(NWS)과 국립해양대기청(NOAA) 주관으로 열렸다. 12개국에서 약 80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ACF 측은 “올해 여름 동시베리아를 비롯해 북극 대부분이 그동안의 기록을 깨는 고온현상에 직면했다”며 “이런 고온현상은 올해 북극 겨울철에도 계속될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강수량도 예년보다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겨울 대부분 북극 지역에서 정상 조건보다 더 습할 것으로 예상했다. 북극의 지구 가열화(Heating) 현상이 이어지면서 해빙이 최소 규모를 보이는 올해 9월은 1979년 이래 두 번째로 낮은 해빙 규모를 보였다.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겨울철 우리나라에 한파가 예상된다. [극지연구소]

무엇보다 북극 기온이 오르면서 얼음이 늦게 얼고 일찍 녹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여기에 다년빙은 줄어들고 단년빙(1년빙)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북극에는 ‘얼음 없는 순간’이 찾아올 것으로 진단됐다.

북극 해빙이 줄어들면서 우리나라를 비롯된 북반구 중위도 지역은 당장 겨울철 변동성에 주목해야 한다. 북극 온도가 높아지면서 북극 진동에 영향을 주고 이는 북반구 중위도 전체에 파급력을 높인다. 북극의 고온에서 시작된 날갯짓이 북반구 중위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올해 겨울 우리나라는 한파가 몰려올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은 올해 겨울 우리나라 평균기온을 두고 “평년과 비슷하겠는데 찬 대륙고기압이 확장하면 기온이 많이 떨어질 때가 있겠다”며 “대륙고기압과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주기적으로 받아 기온 변화가 클 것”이라고 예보했다.

북극에서 고온현상이 이어지면 북극 진동(음의 진동)이 약해져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온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미국, 유럽 등 북반구 중위도 지역은 가뜩이나 추운 겨울에 북극의 찬 공기까지 겹치면서 한파가 몰려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북극의 이상 고온 현상이란 날갯짓이 북반구 중위도에는 큰 폭의 기후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스] 韓, 극지 연구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야

정부, ‘극지 과학 미래발전전략’ 내놓아

우리나라는 북극과 남극에 과학기지를 두고 있다. 쇄빙선 아라온호가 남북극을 오가며 연구한다. [극지연구소]

기후위기가 몰아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북극과 남극, 그린란드 등 극지 연구에 대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북극항로 개척, 수자원 확보 등 경제적 목적을 염두에 둔 영역도 있다. 이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극지 변화를 모르고서는 절대 불가능하다.

정부는 최근 ‘극지 과학 미래발전전략’ 안을 내놓았다. 정부 스스로 이번 발전전략을 내놓으면서 지금의 한계를 분명히 했다. 우리나라는 2004년 극지연구소를 설립했다. 남극(세종과 장보고과학기지), 북극(다산과학기지)에 기지를 설치했다. 2009년에는 쇄빙선 아라온호를 건조해 남·북극을 오가면서 연구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연구가) 북극 저위도 등 연구 범위가 제한적이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연구 성과와 체계적 지원 기반이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기존 극지 연구에서 벗어나 국가와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고 극지 연구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극지 과학 미래발전전략’을 수립했다고 강조했다.

극지 연구에 필수 장비인 쇄빙선만 하더라도 미국 3척(3척 추가 건조 중), 러시아 4척, 중국 2척, 일본 1척(1척 추가 건조 중) 등이 있다. 우리나라는 아라온호 한 대로 남·북극에 번갈아 투입해 연구하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남·북극 고온현상으로 한반도 이상기상 예측, 해수면 상승 분석 등 기후예측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시스템으로는 안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극한지에서 운용 가능한 첨단 기술(로봇, 통신, 데이터처리기술)을 2025년까지 개발하는 등 극지 연구 분야 장비 개발을 확대하기로 했다.

차세대 쇄빙선 건조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 이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추진 중이다. 2026년까지 제2 쇄빙선 건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쇄빙연구선을 활용해 북극해 기반 국제공동연구(생물관측, 기후생태계 관측 등)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북극의 평균기온이 치솟고 얼음이 줄어들고 있다.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 큰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WMO]

이를 위해 제도, 정책적 기반도 강화하기로 했다. 남·북극에서의 과학연구와 산업 육성 등 종합적 정책지원을 위한 ‘극지활동진흥법’을 제정할 예정이다. 진흥법에는 기본계획 수립, 연구개발 지원, 북극 산업 진흥, 전문인력 양성 등이 포함된다.

정부 측은 “체계적 극지 활동 진흥을 위해 해수부 안에 극지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극지연구소 성과 강화를 위한 극지연 기능 재정립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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