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한·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노동자·소비자 피해 없어야


[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국내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정부 주도로 통합된다. 이로써 1988년 아시아나항공이 등장하면서 시작된 양대 국적항공사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의 등장은 여러모로 국내 항공산업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아시아나항공의 등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의 나비효과다. 한국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항공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따라 제2민항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자연스럽게 형성됐고 아시아나항공이 출범할 수 있었다. 제2민항사 사업자로는 운송 사업 경험이 풍부한 금호그룹이 선정됐다. 당시 금호그룹은 재계 20위권으로 크지 않은 규모였다. 이 때문에 금호그룹의 사업 능력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금호그룹은 사업을 빠르게 안정화시키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아시아나항공의 등장은 대한항공의 서비스를 개선시키는 계기도 됐다. 아시아나항공 등장 이전까지 대한항공은 서비스 질이 낮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또한 두 항공사가 경쟁하면서 자연스럽게 적정 수준의 항공 요금이 유지될 수 있었다.

항공업 특성상 아시아나항공은 크고 작은 위기를 겪기도 했다. 각종 사고를 비롯해 외환위기, 사스·메르스 사태 등도 항공사들이 겪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위기들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위기의 순간들을 극복하며 성장을 이어왔다.

하지만 금호그룹의 경영실패는 극복하지 못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맏형으로서 인수합병(M&A)이나 부실 계열사 지원 과정에 수시로 동원됐다. 그렇게 제살을 깎다가 결국 매각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지난해 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의 새로운 주인으로 결정됐지만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6월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피율은 2천300% 수준까지 높아졌고 HDC현산이 사실상 인수를 포기하고 손을 놨다.

아시아나항공은 정부의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로 몰렸다. 정부는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4천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쏟으며 생존 방정식 찾기에 나섰다. 그리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병시키는 고육지책을 꺼내들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항공 업계가 처한 위기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동반부실 우려가 제기되지만 각자도생도 어려워 보인다. 두 항공사 모두 정부의 지원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를 꾀하고 항공업계 살아나는 시기를 준비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노동자와 소비자들이 피해를 겪지 않도록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한진그룹 모두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 만큼 반드시 지키지길 바란다.

소비자들이 통합된 항공사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서비스 질 저하, 운임 인상 등으로 피해를 보는 일도 없어야 한다. 그동안 대한항공에서 오너일가의 각종 사건·사고가 터질 때마다 소비자들은 아시아나항공을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한항공만 남은 상황에서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외항사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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