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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후위기] “이러다 우리, 세따(세계적 따돌림) 당한다”


전력시장, 이대로는 안 된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1 "재생에너지 살 방법이 없다"

"환경시민단체는 우리에게(대기업) RE100 선언하라고 하는데 우리 현실은 그렇게 하기 힘든 구조이다. 재생에너지원 전기를 사고 싶어도 살 방법이 없다.”

#2. "환경분야 대개편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많은 것이 변할 것이다. 특히 환경 분야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 선언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할 것이라 밝혔다. 여기에 탄소세 등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무역 규모가 많은 우리나라로서는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제는 지금의 우리나라 전력구조에서는 변화하는 세계적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3. "우리 이러다 '세따' 당한다"

“유럽도 다르지 않다. 유럽은 이미 탈탄소, 탄석탄이 큰 흐름이다. 앞으로 재생에너지원으로 상품을 만들지 않으면 엄청난 관세는 물론 추가 세금까지 부과할 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작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전력구조 시장이 바뀌지 않는 이상 미래는 암울하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세계적 흐름에 우리나라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

현재 전력시장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후솔루션]
현재 전력시장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후솔루션]

조 바이든(Joe Biden) 민주당 후보가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경쟁에서 ‘친환경 vs 반환경’ 구도에서 승리했다는 부분이다. 전 세계가 환경 문제에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규제로 나설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 더는 환경과 기후위기를 외면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란 절체절명의 외침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조업체는 많은데 유통업체가 하나뿐일 때 이를 독점이라 부른다. 독점은 폐해가 만만찮다. 값싸게 제품을 만들어도 독점권을 가진 유통업체가 제멋대로 가격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의 농간에 제조업체와 소비자 모두 피해가 발생한다.

우리는 이 같은 일을 자주 경험한다. 농산물의 경우 풍작으로 농가에서는 값싸게 내다 판다. 심지어 버리기도 한다. 유통과정에서 가격은 계속 뛰어 최종 소비자에 도착했을 때는 예전과 다르지 않은 가격에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라는 의구심을 품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직거래가 많이 생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전력시장도 이와 다르지 않다. 2020년 6월 전력거래소가 내놓은 ‘전력거래소 4000 회원사 시대 열려’라는 보도자료를 보면 2020년 6월 기준 우리나라 발전사업자는 무려 4000개를 넘어섰다. 2001년에 고작 10개에 불과했는데 400배 증가한 셈이다. 4000여 개 발전사업자 중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97%인 3868개를 차지했다.

발전 제조업체가 그만큼 급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다음부터이다. 발전사업자가 이만큼 증가했는데도 판매사업자는 여전히 1개뿐이다. 한국전력이다. 즉 제조와 도매업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는데 상품을 소비자에게 최종 유통하는 방법은 사실상 하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기서 비롯되는 문제는 만만찮다. 우선 RE100(기업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충족하는 것)이 문제다. 외국의 애플과 구글 등은 RE100에 가입했다. 우리나라도 SK그룹과 삼성그룹 등 주요 기업이 이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전력시장에서는 어렵다는 데 있다. 재생에너지를 사고 싶어도 구입처가 없다.

전력시장은 ‘발전→송전(발전소에서 변전소까지)→배전(변전소에서 소비자) 과정을 거친다. 각각의 과정에서 사업을 담당하는 기업을 발전사업자, 송전사업자, 배전사업자라고 부른다. 발전사업자에서 한전은 100% 지분을 갖는 발전 6사를 포함하면 전체 전기 생산의 73%를 차지한다. 여기에 송전과 배전 사업자는 국내에서 한전 하나밖에 없다. 전기를 만들고 송, 배전하는 전력시장이 한 기업에 독점돼 있다.

20년 전보다 발전사업자는 400배 늘었는데 여전히 송,배전사업자는 한전 하나밖에 없다.  [기후솔루션]
20년 전보다 발전사업자는 400배 늘었는데 여전히 송,배전사업자는 한전 하나밖에 없다. [기후솔루션]

이렇다 보니 약 3800개에 이르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전기를 만들어도 송, 배전할 수 없어 어려움이 많은 게 현실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으로 전기를 만들어도 계통이 되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 한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이에 대해 한전은 “2021년까지 문제 되는 신재생에너지 계통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전이 계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음에도 지금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은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최근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유통망의 개선방안’이란 보고서를 내놓았다.

김 변호사는 “전력부문을 탈탄소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고 에너지원이 분산되기 때문에 계통이 복잡해진다”며 “일방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현재 우리 시스템으로는 저탄소 전력 시스템에 필요한 실시간 유연성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전력시장 강제주의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도매전력거래를 한국전력거래소가 개설, 운영하는 전력시장에서만 하도록 강제하는 ‘전력시장 강제주의’를 도입하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가 아닌 곳에서 전력을 사고팔 수 없다는 의미이다. ‘전력시장 강제주의’는 한시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는데 20년 동안 바뀌지 않고 그대로 유지돼 오고 있다.

김 변호사는 “한전 이외의 판매사업자도 전기를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발전시장에서 전력시장 강제주의를 폐지해 전력 산업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전력시장 강제주의는 RE100을 원하는 대규모 전기소비자(대부분 기업)의 헌법상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진단했다. 즉 RE100 가입을 원하는 기업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전력시장 강제주의’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구조개편이 도중에 중단돼 20년 동안 임시체계를 유지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비정상적 상태에 머물러 있다”며 “전기판매 시장에 경쟁이 도입된다면 한전의 송, 배전 부문을 전기판매부문과 분리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다지기 위해 독립규제기관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는 지금 탈탄소, 탈석탄의 분산형 전력시장으로 급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20년 전 중앙 집중형 시스템에 묶여 그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지적이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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