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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썸씽로튼’ 박건형 “셰익스피어 독특한 언어 표현 살리려 고민”


“코믹 연기, 재미와 부담 사이 적절히 조율…B급 중 최고로 보여줄 각오”

뮤지컬 ‘썸씽로튼’ 박건형 공연 사진. [엠씨어터]
뮤지컬 ‘썸씽로튼’ 박건형 공연 사진. [엠씨어터]

뮤지컬 ‘썸씽로튼’에서 제대로 B급 감성 코믹 연기를 펼치고 있는 박건형은 관객들로부터 이 같은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도전을 했다. “‘B급 중에 최고로 보여줄게’라는 생각으로 가는 거죠. 더 이상 이런 B급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말이죠.”

2001년 뮤지컬 ‘더 플레이’로 데뷔한 박건형은 ‘토요일 밤의 열기’ ‘삼총사’ ‘웨딩싱어’ ‘모차르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조로’ ‘헤드윅’ ‘프랑켄슈타인’ ‘모래시계’ 등의 작품에서 주연으로서 다양한 모습을 진지하게 그려왔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흥인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2년 전 ‘바넘’을 끝내고 15개월 정도 쉬었다”며 “소속사를 나와 일을 전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저는 제가 대중적이고 친근하다고 여겼는데 의외로 저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제 이미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제 안의 코믹적인 요소들을 꺼내 조금 더 재밌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시작이 연극 ‘아트’였고, ‘아트’가 끝날 즈음에 이지나 연출님께 연락을 받은 거예요.”

뮤지컬 ‘썸씽로튼’ 박건형 공연 사진. [엠씨어터]
뮤지컬 ‘썸씽로튼’ 박건형 공연 사진. [엠씨어터]

박건형은 록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즐기지만, 점점 글 쓰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갖기 시작하는 스타작가 셰익스피어를 연기한다. 그는 “지난해 내한공연을 봤는데 극이 재치 있고 예쁘게 만들어져서 감탄했다”며 “‘만약에 라이선스로 올려진다면 오디션을 닉 바텀으로 볼까, 셰익스피어로 볼까’ 생각해볼 만큼 재미있었다”고 밝혔다.

2년 만의 뮤지컬 복귀작으로 ‘썸씽로튼’을 선택한 계기에 대해 그는 “이렇게 엉뚱하고 기발한 작품의 셰익스피어 역할이라면 재밌을 것 같았다”며 “그리고 원하는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해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주인공은 아니잖아요. 지금까지 해왔던 제 롤과 다르지만, 사실 저는 이런 작품을 되게 좋아해요. 잘 해내고 싶었어요. 오히려 ‘더 가볼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욕심을 냈어요. 근데 번역을 하고 한국 사람이 외국인 역할을 하는 것에서 오는 갭이 있어서 부딪치는 부분이 있긴 했죠. 관객으로서 봤던 내한공연의 즐거움을 그대로 간직한 채로 연장을 시키고 싶어서 제 안에서 조율을 했어요.”

뮤지컬 ‘썸씽로튼’ 박건형 공연 사진. [엠씨어터]
뮤지컬 ‘썸씽로튼’ 박건형 공연 사진. [엠씨어터]

“셰익스피어가 엄청난 스타라는 설정으로 시작하지만 그 내막이 셰익스피어가 혼자 있는 장면에서 드러나요. 대중들은 모르는 셰익스피어의 비밀을 들여다보면서 ‘작품들이 저렇게 나온 거야?’ 이렇게 살짝 웃을 수 있는 상상을 하게끔 만들어줘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타, 지금으로 따지면 BTS가 될 수도 있는 건데 그런 스타의 반전 이면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설정에 끌렸어요.”

박건형은 그 극과 극의 모습을 과장스럽게 오가며 시종일관 폭소를 자아낸다. 그는 “록스타처럼 열광하는 대중 앞에 설 땐 멋있고 재밌게 하려고 오버해서 허세를 부린다”며 “혼자 있을 땐 빈틈이 많으면서 얍삽한 모습도 보인다”고 연기 포인트를 짚었다.

“연습 땐 다 대본을 본 사람들이라서 관객이 처음 공연을 맞닥뜨렸을 때 너무 세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걸 늘 염두에 뒀어요. ‘부담과 재미의 경계선이 어딜까’에 대한 의견이 연습실 내에서도 분분했어요. 우려는 있었지만 지금 공연 때 맥시멈으로 다 하고 있어요.”

뮤지컬 ‘썸씽로튼’ 박건형 공연 사진. [엠씨어터]
뮤지컬 ‘썸씽로튼’ 박건형 공연 사진. [엠씨어터]

“매회 같은 대본을 가지고 공연을 하잖아요. 이 공연을 특히 더 좋아해주시는 팬들이나 자주 보시는 관객들한테 선물 같은 마음으로 살짝 다른 표현으로 애드리브를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것이 이 공연이 원래 가야되는 방향성에 약간의 흠집이 나는 부분일 수도 있거든요. 타협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기에 되게 많이 경계를 해요.”

박건형의 셰익스피어는 ‘나갔네, 정신이’ ‘될까, 봐도, 살짝’ 등 도치법으로 대사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다. 이는 박건형이 제안해 수렴된 것이다. 박건형은 “번역이 됐을 때 영어의 약강 5보격을 표현할 수 있는 길이 없더라”며 “그게 셰익스피어의 장기지 않나”라고 말했다.

“영어의 어순이 우리말과 다르니 ‘살짝 봐도 될까’를 ‘될까, 봐도, 살짝’으로 바꾸면 그 느낌이 나지 않을까 싶었어요. 거기서부터 시작을 한 거죠. 처음엔 제 대사 전부 도치를 했어요. 그러니까 이야기가 잘 안 흘러가고 느낌도 안 나는 거예요. 어떻게 하면 셰익스피어의 언어가 조금 더 독특할 수 있을지를 제일 고민했어요.”

그는 “연출님이 내 웃음코드를 살려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열어주셨다”며 “내가 제안한 것들을 재밌어하시고 장면에 녹여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더 신나게 작품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이지나 연출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힘든 점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분량은 많지 않지만 내가 나오는 건 절대적이어야 되고 독특해야 된다는 생각에 고민을 시작하니까 할 게 되게 많더라”고 고백했다. “오프닝 때 잠깐 등장하고 1막 후반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잖아요. 텐션을 최대한 올려서 록음악 ‘Will Power’와 함께 나가야 하는데 그 기분을 55분 동안 유지하는 게 힘든 부분 중 하나예요. 그리고 셰익스피어는 제일 외로운 캐릭터거든요. 누구랑 대화를 하지 않고, 대화를 해도 상대방이 잘 안 듣고 혼자 얘기하고. 되게 외로워요.”

박건형은 셰익스피어를 견제하며 그에 맞설 걸작을 찾는 닉 바텀 역의 강필석·서은광·이지훈 과의 호흡도 보탰다. “필석이랑은 ‘모래시계’에서 같은 역할이었고 ‘아트’ 때 다른 역할이라서 호흡을 맞춰봤어요. 필석이는 안무를 하는 공연이 처음이라서 첫 안무시간에 얼굴이 노래져 춤추는 모습을 제가 영상으로 찍어놓은 게 있어요.(웃음) 지금은 너무 잘하니까 대견해요. 그 친구는 또 한번 업그레이드가 되겠죠.”

서은광은 군대 가기 직전 작품(뮤지컬 ‘바넘’)과 제대 후 복귀작을 박건형과 함께 한다. 박건형은 “필석이나 지훈이는 많은 큰 작품들을 해왔고 늘 믿음이 있는데 은광이는 압박감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며 “동생과 극단을 챙겨야 되는 역할 자체의 무게감도 있을 텐데 본인 방식대로 성숙한 모습으로 잘 표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칭찬하는 마음으로 ‘닉 장인’이라고 얘길 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지훈이랑은 ‘햄릿’과 ‘인터뷰’ 이후에 작품으로 다시 만나게 됐어요. ‘햄릿’ 때는 같은 역할이라 같은 고민을 나눴고, ‘인터뷰’는 다른 역할이었지만 어두운 극이었던지라 이렇게 유쾌한 작품에서 상대역으로 만나 서로 다른 고민을 하는 게 색다른 기분이었죠. 무엇보다 그동안 뮤지컬에 내공이 많이 쌓인 게 보였고, 실전에 강한 친구란 걸 느꼈어요. 얼굴도 점점 더 잘생겨지는 것 같아요.(웃음)”

뮤지컬 ‘썸씽로튼’ 박건형 캐릭터 컷. [엠씨어터]
뮤지컬 ‘썸씽로튼’ 박건형 캐릭터 컷. [엠씨어터]

지난 8월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썸씽로튼’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3주간 공연을 중단한 뒤 ‘객석 거리두기’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오는 18일 폐막을 앞두고 박건형은 “관객도 우리도 모두 다 처음 겪는 상황이지만 그 안에서 확실한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며 “힘들겠지만 마지막까지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함성은 자제하면서 재밌게 관람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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