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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독 2위의 반란] 5년만에 판 뒤집은 김범석의 쿠팡…반란의 시작


소셜커머스 태생 넘어 이커머스 공룡 성장…'트렌드 세터' 자리잡아

유통업계에서 '언더독(underdog)'으로 평가되는 2위 반란이 심상찮다. 언더독은 경쟁에서 '이기거나 성공할 가능성이 낮은 약자'에 비유된다. 최근 글로벌 경기 불황과 내수 침체 속에서 1등과 2등이 뒤바뀌는 사례가 종종 목격되고 있다.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2위 기업들은 소용돌이 속을 걷지만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오늘도 급박하게 몸부림친다. 언젠가 올라 설 왕좌의 자리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아이뉴스24에서는 무한경쟁의 질주에서 앞서가기 위해 혹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 치열한 생존전략에 몰두하고 있는 2위 기업의 행보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김범석 쿠팡 대표는 5년만에 이커머스의 '판'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사진=쿠팡]
김범석 쿠팡 대표는 5년만에 이커머스의 '판'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사진=쿠팡]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이커머스는 '전자상거래'라는 추상적 개념을 넘어 순식간에 우리의 삶을 바꿔놨다. 주문 다음 날 물건이 도착하는 편리함은 이제 '상식'이 됐다.

이 같은 변화를 만들어 낸 것은 다름아닌 업계 2위 '쿠팡'의 김범석 대표다. 이전까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로켓배송'을 순식간에 안착시켰고, 오픈마켓이 주력 사업이었던 이커머스 업계가 종합 유통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에 업계 공룡들은 앞다퉈 사업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전국 점포를 기반으로 한 '풀필먼트'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또 '고급화'를 앞세워 절대적 위치에서 군림하던 백화점도 온라인 친화에 팔을 걷고 나서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매출 7조2천억 원, 영업손실 7천2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조 원 가까이 뛰었고, 2조 원 대가 예상됐던 영업손실은 5천억 원의 고용 및 인프라 투자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4천억 원 이상 줄어들었다.

쿠팡은 '소셜 커머스' 기업으로 출발했다는 태생적 한계를 넘어 이커머스 업계 2위 입지를 굳히고 있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김 대표가 지난 2014년 소셜커머스 사업을 접으면서까지 도입한 '로켓배송'이 선두에 있다.

쿠팡은 2010년 설립 이래 소셜 커머스 사업에 집중해 왔다. 창립 2년만에 업계 최초로 가입자 1천만 명을 돌파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메프, 티몬 등과의 경쟁이 격화되며 수익성이 빠르게 하락하자 이커머스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했다.

김 대표는 로켓배송을 무기 삼아 쿠팡을 '한국의 아마존'으로 진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했다. 상품을 직배입해 품질을 보장하는 한편, 빠른 배송을 통해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었다.

또 이 과정에서 '록인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다만 이 같은 로켓배송의 개념이 제시됐을 때 업계의 반응은 반신반의 혹은 시기상조라는 진단이 대부분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2014년 당시 이커머스 업계의 상식은 오픈마켓이었다"며 "쿠팡의 도전은 무모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로켓배송'을 통한 김 대표의 실험은 5년만에 업계 2위 자리를 꿰차는 '성공'으로 이어졌다. 사진은 지난 2014년 로켓배송 론칭 기자간담회에서의 김 대표. [사진=아이뉴스24 DB]
'로켓배송'을 통한 김 대표의 실험은 5년만에 업계 2위 자리를 꿰차는 '성공'으로 이어졌다. 사진은 지난 2014년 로켓배송 론칭 기자간담회에서의 김 대표. [사진=아이뉴스24 DB]

이 같은 예상은 쿠팡의 공격적 물류 투자와 함께 빠르게 뒤집어졌다. 쿠팡은 2014년 세쿼이아캐피털과 블랙록으로부터 4억 달러,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이 자금을 고스란히 물류 인프라에 투입했다.

투자는 빠르게 결과로 이어졌다. 전국 곳곳에 쿠팡 물류센터가 세워졌고, '로켓배송 생활권'이 늘어갔다. 고객은 하루만에 상품이 배송돼 오는 이 새로운 서비스에 열광했고, 쿠팡의 정기 회원권인 '로켓와우' 결제 버튼을 주저하지 않고 눌렀다. 그 결과 쿠팡은 2014년 3천억 원이었던 매출을 5년 만에 25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또 로켓배송이 인력에 의존해 돌아가는 만큼, 자연스럽게 관련 인력에 대한 투자도 지속됐다. 실제 쿠팡은 지난해 국민연금 기준 3만5천 명, 직간접 기준 5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거대 고용처로 성장했다.

이 과정을 통해 쿠팡은 이커머스 업계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어느새 로켓배송은 업계의 '표준'이 됐다. 이어 상황을 지켜보던 유통업계 공룡들이 하나둘 배송 시장에 '참전'했다. 누적되는 조 단위 적자에도 투자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계획된 적자'를 외치며 외연 확장에 나선 쿠팡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막대한 적자를 이유로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던 시장의 태세도 다소 바뀌어 나가는 모습이다.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매출과, 어느 정도 물류 시스템이 완비되며 '규모의 경제'를 갖춰 나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쿠팡의 미래에 대한 전망도 '부정'보다는 '긍정'이 우세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커머스 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린 것도 '호재'로 꼽힌다. 매우 높은 인지도를 쌓아 두고, 인프라를 이미 구축해 둔 상태에서 닥친 '배송 열풍'이 더욱 빠른 실적 개선의 촉매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이다.

이제 업계의 시선은 쿠팡의 다음 행보로 쏠리고 있다. [사진=쿠팡]
이제 업계의 시선은 쿠팡의 다음 행보로 쏠리고 있다. [사진=쿠팡]

이에 업계의 시선은 김 대표의 다음 행보로 쏠리고 있다. 유력하게 꼽히는 것은 핀테크 사업 강화와 기업공개(IPO)다.

실제 쿠팡은 지난 3월 핀테크 사업부를 별도 회사로 분사했다. 로켓배송을 통해 쌓은 고객 인프라를 활용해 '쿠팡페이'의 사용처를 쿠팡 외부로 넓혀 별도 수익원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상장은 미국 나스닥 시장에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게 작용되고 있다. 쿠팡의 실질적 본사가 미국에 위치해 있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해외에서 많은 투자금을 받은 '실적'이 있는 만큼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이 국내 증시 상장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는 쿠팡을 넘어 이커머스 업계 전반의 혁신을 가져온 인물"이라며 "쿠팡의 서비스가 업계 '표준'으로 자리잡은 부분이 있는 만큼, 향후 쿠팡의 행보를 주목하고 연구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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